나무열전 - 나무에 숨겨진 비밀, 역사와 한자
강판권 지음 / 글항아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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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서 인간의 삶을 성찰하다
주목하고는 있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접하지 못하고 아쉬워하다가 드디어 만나게 되는 책은 반갑기가 그지없다. 주목하는 이유야 개인적인 관심사가 우선일 것이다. 책에 담긴 내용일수도 있고 저자에 대한 관심일 수도 있고 아니면 먼저 읽었던 사람의 추천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이렇게 만나는 책일수록 책 속에 담긴 내용에 대한 흥미는 더할 것이다. 하지만, 책을 자주 접하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다양한 이유로 인해 기대감에 호응하는 내용을 만나기란 쉽지가 않다.

주목하며 기대감으로 만난 강판권의 이 책 ‘나무열전’은 그런 기대감을 충족시키는 다양한 읽을거리가 있다. 우선, 이미 저자의 다른 책들을 통해 저자의 관심사와 글맛을 알고 있었다. 자신을 ‘나무환자’라 부르는 저자 강판권은 자신의 전공분야인 역사학과는 상관없는 나무에 꽂혀 그와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는 특이한 사람이다. 역사학을 전공했지만 역사를 환경과 인간의 생태와 함께 존재하는 것을 중심적으로 연구했다. 이러한 관심사는 자연스럽게 나무와 관계를 맺어왔고 그 분야를 넓혀 나무로 역사를 해석하는 데 필요한 건축, 조경, 미술, 사진 분야에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주요저서로는 ‘어느 인문학자의 나무세기’, ‘공자가 사랑한 나무, 장자가 사랑한 나무’, ‘미술관에 사는 나무들’ 등이 있다.

‘나무열전’에는 저자의 당찬 욕심이 담겨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나무이야기뿐만 아니라 현대인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한자를 접목시켜 자신만의 독특한 해설을 담고 있다. 어떻게 보면 어울리지 않은 나무와 한자의 조합이 그의 글에서는 더 없이 상호 작용을 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또한, 자연스럽게 한자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자연과 사람의 관계가 밝혀지고 있는 것을 알게 된다. 나무의 한자이름은 그 나무가 가지는 독특한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사람들의 삶과 어떤 관계를 맺어왔는지를 알게 한다. 역사 속에서 나무의 쓰임새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사람들의 구체적인 삶의 모습을 엿볼 수 있게 하고 있다.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한자가 만들어진 것이 어떻게 나무와 관련 되어 있으며 더불어 나무의 일반적인 속성들과 관련된 한자이야기를 들려주는 1부와 2부에서는 인간의 삶 속에서 친숙하게 얽힌 나무와 인간의 일상적인 생활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가 주목했던 나무들로는 소나무, 측백나무, 살구나무, 밤나무, 자두나무, 모밀잣밤나무, 모감주나무, 초피나무 등이다. 그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인간과 나무가 얼마나 밀접한 관련이 있는지 새삼 놀라게 된다. 3부에서는 자신의 주 관심인 나무를 만나면서 얻은 저자의 생활철학이 담겨있다. 죽은 나무에서 꽃 피는 고목생화의 일화에서 나무의 죽음은 곧 삶이라고 보는 것처럼 개인적인 경험이 주요한 내용이다. 나무를 얼마나 오랫동안 관찰해왔고 또 그 과정에서 나무를 사랑하게 된 자신의 경험이 잘 드러나고 있다.

이 책은 나무와 한자를 통해 사람들의 삶을 보여준다. 그 삶 속에 녹아있는 것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사람들의 희노애락이 담겨있다. 이런 삶을 풍부한 역사적 사료나 중국의 고전을 통해 관련성을 파악하고 알기 쉬운 일화를 중심으로 해설하고 있기에 이 책의 또 다른 주인공은 고전과 역사라고 부를 만하다. 나무에서 출발하여 한자, 고전문학, 역사에 이르기까지 저자의 관심사는 그칠 줄 모른다. 그것이 이 책이 가지는 장점중 하나라 할 수 있다.

‘나무의 결과 무늬를 보면 나무의 삶을 알 수 있습니다. 잘라진 나무의 결과 무늬를 보고 있노라면 눈물 날 만큼 아름답습니다. 나무의 결과 무늬는 나무가 살았던 흔적입니다. 나무의 흔적이 아름다운 것은 결대로 살았기 때문입니다. 사람도 결이 있습니다. 사람도 결대로 살 때 아름답습니다. 나무의 이치인 목리(木理)는 곧 사람의 이치인 인리(人理)이자 교육의 이치인 교리(敎理)입니다.’

자신을 ‘나무환자’라고 부르는 이유를 충분히 알 것 같다. 어린 시절 단순한 나무에 대한 관심이 학문적 성과와 만나 ‘역사가 환경과 인간의 생태와 함께 존재’라는 자신의 철학적 기반을 만들어 낸 것이리라. 

사람보다 오랜 시간을 지구와 함께 살아왔고 사람이 떠난 지구도 나무가 지켜갈지 모른다. 무심히 지나치는 길가에서 만나는 나무 한그루가 새롭게 다가온다. 나무의 결과 무늬에서 나무의 삶을 알 수 있다고 말한 것처럼 살아가는 동안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삶의 무늬를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할지 생각하는 기회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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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 - 자연과 더불어 세계와 소통하다, 완역결정판
노자 지음, 김학주 옮김 / 연암서가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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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판단의 기준이 달라지면 세상이 바뀐다
요즘 들어 자주 내가 살아가는 터전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발 딛고 일상을 영유하는 현실과 마음에서 우러나는 감성 사이에서 이질적인 차이가 느껴질 때 자신의 근본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주변에선 나이 들어간다는 것의 반증이라고 말하지만 그것보다는 인간 근본에 대한 돌아봄이 아닌가 싶다. 즉각적이고 물질적인 잣대를 중심으로 인간 삶을 규정짓는 현대의 가치관에 대해 그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무엇이 있을 것이란 생각이다. 그렇기에 자신이 나고 자란 환경과 성장하며 겪어왔던 경험에 의해 지금 내 모습을 생각해 보는 것이다.

이렇게 자신을 돌아보는 일은 어떤 사상적 기준을 중심에 두고 현실에서 오는 혼란을 비춰볼 수 있는 근거를 찾는다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아닌가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이 아무리 서양화되고 현실적 가치가 그것에 의해 영향을 받더라도 살아가는 터전에 면면히 유지되는 것은 동양적 가치기준에 의한 것이 많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근간을 이루는 동양적 가치와 일상에서 겪는 서양의 가치가 충돌하는 경우가 우선하는 기준을 설정할 필요성이 대두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 근거로 동양 사상에 대한 관심은 날로 높아져간다. 동양 사상의 양대 산맥으로 볼 수 있는 것은 공자와 맹자의 유가 사상 그리고 노자와 장자의 도가 사상이 아닐까 싶다. 오늘날 노장사상으로 불리는 도가 사상이 그 가치를 높여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 ‘노자’는 그러한 현대인의 물음에 대한 답을 제시해 주는 적절한 텍스트가 될 것이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노자에 대한 일반적인 해석으로 노자가 실제인물인가?, 공자와 비교해서 살았던 시기가 누가 우선한가? 등 출생과 생애에 대한 그간 논란된 이야기를 종합하고 있다. 또한 노자 사상이 담고 있는 사상의 중심적인 문제와 특징 그리고 노자 사상이 미친 영향에 대해서도 살핀다. 노자의 사상에 대한 전반적 이해를 돕는다. 다음으로 노자 사상의 구성이 도경(道經) 덕경(德經)에 대한 해설을 담았다. 첫 장 ‘도란 어떤 것인가?’로 시작하는 도경 37장과 ‘덕이란 어떤 것인가?’ 로 시작하는 덕경 44장으로 구성된 내용을 해설을 먼저 하고 원문 그리고 그 것이 가지는 의미를 해설하는 순이다. 

노자(老子,노담老聃, 태사담, 본명 : 이이李耳, 자 : 담聃)는 생몰연대가 불분명하다. 그래서 실재한 사람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까지 거론된다. 사마천의 사기를 기준으로 볼 때 기원전 6세기경 사람으로 추정한다. 춘추시대 초나라의 고현에서 태어난 것으로 전해지며, 초나라 사람으로 춘추시대 말기 주나라에서 국립 도서관 관리라고 할 수 있는 수장실의 사관으로 천문, 점성, 전적을 담당하는 학자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다양한 의문점에도 불구하고 공통된 의견은 중국 고대 철학자이며 도가 사상의 창시자라고 보고 있다.

자신이 살아가는 현실 사회를 어짊(仁), 의로움(義), 예의(禮), 지혜(智) 같은 훌륭한 덕과 올바른 예라는 제도로써 다스려는 현실정치적인 성격이 강한 유가사상에 비해 도가사상은 현실적인 차원을 넘어선 ‘도’라는 절대적인 원리를 추구하면서 현실 사회가 어지러운 것은 사람들이 불안전한 자기의 이성을 바탕으로 하여 그릇된 자기중심의 판단 아래 행동하기 때문이라 생각하며 무위자연이라고 하는 다소 현실을 벗어난 성격이 강한 사상이다. 노자 사상의 중심은 바로 ‘무위’를 바탕으로 ‘자연’ 상태에 이르러야만 사람은 비로소 완전히 자유로운 올바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사회에 들어 노자 사상이 대두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연과 더불어 자연의 일부로 살아온 사람들이 그 자연을 대상으로 여기며 인간을 독립된 존재로 파악하고 자본의 논리에 의해 가치판단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에서 오는 한계를 느낀 것이 그 이유일 것이다. 노자가 자신의 사상을 펼치던 시대와는 분명 달라진 환경이다. 그러기에 다소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보다는 노자 사상이 갖는 진정한 가치를 알고 현실 사회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삶의 지혜를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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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이야기 1 - 호메로스에서 페리클레스까지
앙드레 보나르 지음, 김희균 옮김, 강대진 감수 / 책과함께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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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를 넘어선 인간 중심의 그리스를 만나다
인류 문명사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나라가 있다. 뿐 만 아니라 유럽을 이야기할 때도 빼놓을 수 없는 신화이야기 속 주인공 역시 이 나라다. 이처럼 한 나라가 차지하는 역사 속 지위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다분히 의도적인 역사 만들기도 있었겠지만 그 나라의 뛰어난 역사와 문화가 기반이 되엇을 것이다. 그 나라는 바로 그리스다.

초등학생들에게 그리스 신화 한 두 개쯤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그만큼 유명하고 재미있는 신화라는 이야기를 통해 알게 되는 것이지만 정작 그리스에 대한 폭넓고 깊은 이해를 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마치 신화가 그 나라 역사의 전부인 것처럼 여겨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염려스러운 점도 있다.

이렇게 신화 속에 가려진 나라, 그리스에 대해 거의 처음으로 소개하는 책을 만난다. 앙드레 보나르의 ‘그리스인 이야기 Civilisation Grecque’가 그것이다. 이 책은 신화로 미화된 역사가 아닌 그리스 문명을 만들었고 당대를 살았던 사람에게로 시선을 돌려 그들이 일구어낸 역사의 진면목을 살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신 중심의 역사로부터 인간 중심의 역사로 시각의 전환을 이룬 것이라는 말이 된다.

이 책의 저자 앙드레 보나르(ANDRE BONNARD, 1888~1959)는 스위스 출신으로 대학에서 문학을 정공하고 이후 로잔 대학 그리스어 그리스 문학 교수로 지냈다. 고대 그리스 문명의 철학자, 문학자, 과학자, 정치가 등에 대한 수많은 연구를 남겼으며 고대 그리스의 작품을 현대어로 번역 서구학계에서 호평을 받았다. 그는 파시즘과 나치즘에 저항한 ‘참여하는 인문주의자’였으며 작품 활동 속에서 저항과 참여 정신을 찾고자 했다고 평가 받는다. 

‘그리스인 이야기’ 는 세 권으로 출간되어 그리스 문명사 분야의 세계적 고전으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이번에 보게 되는 책은 그 시리즈의 첫 권에 해당하는 것으로 ‘호메로스에서 페리클레스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리스 문명의 탄생 초기 역사적 배경과 당시 주요한 사건 그리고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의 분석을 통해 그리스 문학의 기원을 설명해 준다. 또한 그리스하면 떠오르는 민주주의가 무엇을 배경으로 성립되었으며 어떤 한계를 가진 것인지 밝히고 있다. 그리스 문명의 발달의 기반이 되는 것으로 바다와 관련된 이야기, 상업의 발달 배경, 노예와 여성의 지위 등을 비롯하여 아테네 민주주의 완성자로 불리는 페리클레스까지 다루고 있다.

자자의 시각은 삐딱하다. ‘삐딱하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지금까지의 시각을 무시하고 새로운 눈으로 역사를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는 의미다. 가장 중심적인 변화는 신화 중심의 그리스 역사를 인간의 역사로 본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눈으로 그리스의 역사와 문화, 문명의 근간에 스며있는 인간들의 삶을 중심으로 설정하였다. 그것도 기존의 해석에 얽매이지 않고 저자의 자유스러운 상상력과 사고력의 의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그렇기에 그 삐딱함은 흥미로움을 동반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 새로운 그리스를 만나는 즐거움을 주고 있다.

신화의 나라 ‘그리스’라고 부르면 그리스의 전부가 아닌 일부만을 알게 되는 것은 자명하다. 친숙하게 그리스의 역사에 다가가는 장점은 있지만 그 나라의 역사를 일궈온 주인공들을 소홀하게 대하며 자칫 역사를 왜곡하는 결과를 부를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가지는 의미가 크다고 본다. 저자 앙드레 보나르의 ‘그리스인 이야기’를 통해 깊이 있는 그리스 역사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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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1
오주석 지음 / 솔출판사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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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그림 - 보고, 느끼고, 즐기자
물아일체(物我一體)라는 말이 있다. 외물(外物)과 자아, 객관과 주관, 또는 물질계와 정신계가 어울려 하나가 됨을 나타내는 말이다. 옛 사람들이 대상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생각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바라본 대상에는 자연을 비롯한 이웃이나 벗 등 나와 구분되는 모든 것이 포함될 것이다. 이렇게 대상을 바라본다면 시끄러운 세상살이에 번잡하기만 하는 내 마음이 대상에 의해 이렇게 저렇게 끄달리지 않을 것 같다.

옛사람들은 그렇게 세상과 자신을 보았다. 학문하고 여가를 보내는 일상이 바로 그것이었기에 그들이 가슴에 담을 뜻을 표현할 때도 마찬가지였으리라. 시를 짓고 그림을 그리고 벗들과 풍류를 즐기는 모든 것에 그런 정신을 담았으니 오늘날 전해지는 시, 서, 화의 모든 것에서 그 정신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것, 우리그림, 우리음악을 찾고 즐기는 사람들 중에서 그 정신을 오롯이 누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니 누리는 사람들이 손에 꼽을 만큼 찾아보기 힘든 세상이라고 해야 바로 보는 것이 아닌가 싶다. 너무도 익숙해져 마치 우리 것 보다 더 우리 것처럼 느끼고 누리는 현대인의 일상의 대부분을 점령한 것이 국적불명의 이상한 것들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변해온 현실을 무시하자는 것이 아니니 그리 정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우리 것의 소중함과 가치를 찾아가는 길을 다양하다. 우리 그림에 대한 한없는 애정을 보이며 그림 속에 녹아 있는 옛 사람들의 정서를 느끼고 공유하고 싶어 하는 사람 오주석 같은 사람들이 노력으로 우리 조상들의 숨결이 현대에서 살아나고 있음은 그나마 햇살 비추는 봄날처럼 사람들의 마음에 온기를 전하고 있다. ‘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은 그러한 오기를 느끼기에 충분한 책이다.

이 책에는 그림 열두 점과 함께 그림을 그린 화가와 그림에 깃든 정신 그리고 그 그림이 만들어진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가슴속 담긴 뜻을 담아내고 있다. 저자는 옛 그림을 볼 때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의 시각을 벗어나 옛 사람의 눈길로 바라보고 옛 사람의 마음으로 느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무엇을 말하고자 함일까? 조선 시대를 대표할 만한 화가 9명과 그들의 그림 12점을 해설하는 저자의 마음을 따라가다 보면 밝혀질 것이다.

김명국, 강희안, 안견, 윤두서, 김정희, 김시, 정선, 김홍도, 이인상 말하지 않아도 이들이 당대를 살아가며 어떤 위상이었는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는 사람들이다. 익히 알고 있기에 친숙하고 또 많이 안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그들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지 자문해 본다면 떠올릴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겨우 작품제목과 화가를 연결하는 것, 그것도 손으로 꼽을 만큼도 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저자 오주석은 옛 그림을 본다고 말하지 않고 있다. 그림을 읽어가는 독화(讀畵)라고 한다. 본다는 것은 그림에 담긴 대상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지만 읽는다는 것은 그 그림에 담긴 장녀과 사람이 하나 된 마음과 정신을 읽어간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미 달라진 사람들의 마음이기에 현실의 눈으로 볼 때 올바로 볼 수 없는 한계가 있어 옛 사람의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껴야 제대로 그 가치를 알 수 있다고 한 것이리라. 

이 책이 가지는 가치는 옛 그림을 저자의 독특한 시각과 섬세하고 친절한 해설에서만 찾는다면 중요한 무엇을 빠트리고 가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이 그림을 배우고 읽어가는 과정에서 체험한 소중한 경험을 나눠주고 있다. 옛 그림의 색채, 옛 그림의 원근법, 옛 그림의 여백, 옛 그림 읽기, 옛 그림 보는 법, 옛 그림에 깃든 마음 등 우리그림을 보고 느끼고 즐길 수 있는 노하우를 말해준다. 이 속에 담긴 눈으로 다시 만난 옛 그림은 분명 달라진 무엇인가를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게 한다.

저자는 ‘옛 그림 보는 법’에서 “과연 어떻게 해야 우리 옛 그림을 잘 볼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옛사람의 눈으로 보는 것과 예사람 마음으로 느끼는 것‘을 전재로 하여 첫째는 좋은 작품을 무조건 많이, 자주 보는 것, 둘째는 작품 내용을 의식하면서 자세히 뜯어본다, 셋째는 오래 두고 보면서 작품의 됨됨이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옛 그림 속에서 지나간 역사를 본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림을 본다는 방법은 사실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고도 말한다. 사람마다 자기 삶의 내용에 비추어서 자신의 교양과 안목과 기분에 맞추어서 볼 수 있는 것이 그림이다 라고 말하고 있다. 

무엇이든 그렇지만 즐기려면 그만큼의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야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림을 보고 느끼고 즐길 수 있으려면 우선 부지런히 보는 것 밖에 없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무작정 자주 많이 본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저자가 말하는 그림 보는 방법을 따라가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리하여, 옛사람이 온 마음으로 담아낸 우리의 정서에서 따스하고 희망이 넘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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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군대 휴먼앤북스 뉴에이지 문학선 13
유광수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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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假定)’으로 현실을 돌아 보다 
역사에 가정(假定)이 존재할 수 있다면 어떨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아마도 지난 시간은 되돌릴 수 없기에 ‘가정’이라는 설정을 통해서라도 아쉬움이 남는 일에 대해 생각 속에서나마 이뤄보고 싶은 소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흔히들 역사적 사건에 대한 가정으로 고려가 삼국통일을 했다면?, 조선 왕 정조가 몇 년이라도 더 살았더라면? 혹은 갑신정변이 성공했더라면? 등등 하지만, 지난 시간을 돌릴 수 없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다만, 역사적 사건에 대한 가정을 통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문제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는 있기에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이렇게 ‘가정’이라도 해 보는 것이리라.

이러한 사람들의 마음을 잘 담아내는 것으로 문학이라는 장르가 있고 텔레비전 드라마가 크게 한 몫을 담당하기도 한다. 특히, ‘팩션’이라는 부분이 등장하면서 작가들의 상상력과 독자들의 기대감이 소통과 공감을 이뤄가며 대단한 흥미꺼리로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왕의 군대’ 역시 그런 장르의 소설이다. 역사적 주 무대는 임오군란(壬午軍亂, 1882)과 갑신정변(甲申政變, 1884. 12. 4)이 일어난 19세기 조선이다. ‘3일천하’로 막을 내린 갑신정변의 그 3일간 어떤 일이 어떻게 벌어졌으며 그들은 무엇을 꿈꿨는지에 대한 작가의 상상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 

갑신정변은 임오군란을 계기로 청나라와 일본이 대립하게 된 상황에 청나라를 배경으로 왕실과 왕비 민씨, 민영익, 김홍집 등을 중심으로 한 사대당과 일본을 배경으로 한 김옥균, 박영효, 홍영식 등이 중심인 개화당(개화파) 사이에 대립이 격화되었다. 1884년 12월 4일 홍영식이 총관으로 있는 우정국 개국 축하 만찬회를 이용하여 정변을 일으켰다. 이들 개화파들은 연회가 열리는 도중 이웃집에 불을 질러 혼란을 일으킨 다음 서재필을 비롯한 일본 군관학교 출신 사관생도들이 초청한 사대당 요인들을 모조리 암살하려 했으나, 겨우 민영익에게 중상을 입혔다. 다음날 12월 5일에 창덕궁으로 돌아와서 독립당은 각국 공사 및 영사에게 신정부의 수립을 통고하고 관리를 임명하였으며 6일에는 14개조 혁신정강을 공표하였다. 그러나 왕비 민씨 측에서 청나라에게 개입을 요청, 청나라와 조선 연합군이 갑신정변을 진압하기 위해 출동하여 창덕궁을 공격하였으며, 6일 오후에는 창덕궁과 창경궁 후원 일대에서 호위 중인 일본 병사와 싸웠다. 청나라 군대에 의해 정변이 실패로 끝나게 된다. 김옥균·박영효 등 갑신정변 주역들은 후퇴하는 일본 병사를 따라 일본 공사관으로 피신해 있다가 인천항을 통하여 일본으로 망명하였다. 이로써 집권은 삼일천하로 끝났다.

이는 역사가 기록하는 감신정변의 내용이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이 소설을 이끌어가는 것은 작가가 설정한 정조(1752~1800)의 유훈이라는 것이다. 정조의 유훈은 토생금 암유병 민즉천(土生金 巖有兵 民則天)이라는 것으로 돈과 병사가 중심이 된다. 이런 정조의 유훈을 바탕으로 혼란스러웠던 당시를 개혁할 근간을 찾아나서는 것이다. 갑신정변을 주도하며 새로운 세상을 꿈꾼 김옥균, 정체를 알 수 없는 연쇄살인범 흑표, 왕에 대한 충절과 약자에 대한 사명감으로 무장한 종사관 송치현 등이 고종을 중심으로 저마다의 대의를 품고 암울한 시대의 분위기를 헤쳐 간다.

그들에게는 나름대로 사명이 있었다. 이들은 모두 외세의 압력이 강화되어가고 조선에서 청나라와 일본의 야욕이 점차 강화되는 정세에서 나라를 세워갈 힘을 읽어버린 조선의 운명을 개척하려는 것이다. 더 이상 왕을 중심으로 한 나라에서 희망을 찾지 못하는 김옥균의 선택이나 ‘민즉천’이라는 대의를 실현하기 위해 오랜 시간 준비한 흑표, 왕의 나라에서 왕의 신하로 살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늘 고민하는 송치헌, 그들의 마음속에 있던 조선이라는 나라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지키고 세우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을 그려내고 있다.

갑신정변이라는 미완의 사건에 대한 흥미로움, 미스터리적인 이야기 전개, 3일 동안의 긴박감, 왕의 군대에 대한 미묘한 기대감 등 역사적 사실과 작가의 상상력이 적절하게 어우러진 구성이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다. 

‘왕의 군대’는 외세의 강압에 의해 나라를 지켜갈 무력을 나타낸다. 하지만 조선에는 왕과 백성을 지켜낼 힘이 없었다. 그리하여 청나라나 일본의 무력에 의지하게 되고 결국 그 무력 앞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렇게 절박한 상황에서 선왕이 준비해 둔 군대가 있다면 무너지는 조선도 마지막 힘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소설을 이끌어가는 힘이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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