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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이야기 1 - 호메로스에서 페리클레스까지
앙드레 보나르 지음, 김희균 옮김, 강대진 감수 / 책과함께 / 2011년 3월
평점 :
신화를 넘어선 인간 중심의 그리스를 만나다
인류 문명사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나라가 있다. 뿐 만 아니라 유럽을 이야기할 때도 빼놓을 수 없는 신화이야기 속 주인공 역시 이 나라다. 이처럼 한 나라가 차지하는 역사 속 지위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다분히 의도적인 역사 만들기도 있었겠지만 그 나라의 뛰어난 역사와 문화가 기반이 되엇을 것이다. 그 나라는 바로 그리스다.
초등학생들에게 그리스 신화 한 두 개쯤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그만큼 유명하고 재미있는 신화라는 이야기를 통해 알게 되는 것이지만 정작 그리스에 대한 폭넓고 깊은 이해를 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마치 신화가 그 나라 역사의 전부인 것처럼 여겨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염려스러운 점도 있다.
이렇게 신화 속에 가려진 나라, 그리스에 대해 거의 처음으로 소개하는 책을 만난다. 앙드레 보나르의 ‘그리스인 이야기 Civilisation Grecque’가 그것이다. 이 책은 신화로 미화된 역사가 아닌 그리스 문명을 만들었고 당대를 살았던 사람에게로 시선을 돌려 그들이 일구어낸 역사의 진면목을 살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신 중심의 역사로부터 인간 중심의 역사로 시각의 전환을 이룬 것이라는 말이 된다.
이 책의 저자 앙드레 보나르(ANDRE BONNARD, 1888~1959)는 스위스 출신으로 대학에서 문학을 정공하고 이후 로잔 대학 그리스어 그리스 문학 교수로 지냈다. 고대 그리스 문명의 철학자, 문학자, 과학자, 정치가 등에 대한 수많은 연구를 남겼으며 고대 그리스의 작품을 현대어로 번역 서구학계에서 호평을 받았다. 그는 파시즘과 나치즘에 저항한 ‘참여하는 인문주의자’였으며 작품 활동 속에서 저항과 참여 정신을 찾고자 했다고 평가 받는다.
‘그리스인 이야기’ 는 세 권으로 출간되어 그리스 문명사 분야의 세계적 고전으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이번에 보게 되는 책은 그 시리즈의 첫 권에 해당하는 것으로 ‘호메로스에서 페리클레스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리스 문명의 탄생 초기 역사적 배경과 당시 주요한 사건 그리고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의 분석을 통해 그리스 문학의 기원을 설명해 준다. 또한 그리스하면 떠오르는 민주주의가 무엇을 배경으로 성립되었으며 어떤 한계를 가진 것인지 밝히고 있다. 그리스 문명의 발달의 기반이 되는 것으로 바다와 관련된 이야기, 상업의 발달 배경, 노예와 여성의 지위 등을 비롯하여 아테네 민주주의 완성자로 불리는 페리클레스까지 다루고 있다.
자자의 시각은 삐딱하다. ‘삐딱하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지금까지의 시각을 무시하고 새로운 눈으로 역사를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는 의미다. 가장 중심적인 변화는 신화 중심의 그리스 역사를 인간의 역사로 본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눈으로 그리스의 역사와 문화, 문명의 근간에 스며있는 인간들의 삶을 중심으로 설정하였다. 그것도 기존의 해석에 얽매이지 않고 저자의 자유스러운 상상력과 사고력의 의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그렇기에 그 삐딱함은 흥미로움을 동반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 새로운 그리스를 만나는 즐거움을 주고 있다.
신화의 나라 ‘그리스’라고 부르면 그리스의 전부가 아닌 일부만을 알게 되는 것은 자명하다. 친숙하게 그리스의 역사에 다가가는 장점은 있지만 그 나라의 역사를 일궈온 주인공들을 소홀하게 대하며 자칫 역사를 왜곡하는 결과를 부를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가지는 의미가 크다고 본다. 저자 앙드레 보나르의 ‘그리스인 이야기’를 통해 깊이 있는 그리스 역사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