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열전 - 나무에 숨겨진 비밀, 역사와 한자
강판권 지음 / 글항아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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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서 인간의 삶을 성찰하다
주목하고는 있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접하지 못하고 아쉬워하다가 드디어 만나게 되는 책은 반갑기가 그지없다. 주목하는 이유야 개인적인 관심사가 우선일 것이다. 책에 담긴 내용일수도 있고 저자에 대한 관심일 수도 있고 아니면 먼저 읽었던 사람의 추천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이렇게 만나는 책일수록 책 속에 담긴 내용에 대한 흥미는 더할 것이다. 하지만, 책을 자주 접하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다양한 이유로 인해 기대감에 호응하는 내용을 만나기란 쉽지가 않다.

주목하며 기대감으로 만난 강판권의 이 책 ‘나무열전’은 그런 기대감을 충족시키는 다양한 읽을거리가 있다. 우선, 이미 저자의 다른 책들을 통해 저자의 관심사와 글맛을 알고 있었다. 자신을 ‘나무환자’라 부르는 저자 강판권은 자신의 전공분야인 역사학과는 상관없는 나무에 꽂혀 그와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는 특이한 사람이다. 역사학을 전공했지만 역사를 환경과 인간의 생태와 함께 존재하는 것을 중심적으로 연구했다. 이러한 관심사는 자연스럽게 나무와 관계를 맺어왔고 그 분야를 넓혀 나무로 역사를 해석하는 데 필요한 건축, 조경, 미술, 사진 분야에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주요저서로는 ‘어느 인문학자의 나무세기’, ‘공자가 사랑한 나무, 장자가 사랑한 나무’, ‘미술관에 사는 나무들’ 등이 있다.

‘나무열전’에는 저자의 당찬 욕심이 담겨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나무이야기뿐만 아니라 현대인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한자를 접목시켜 자신만의 독특한 해설을 담고 있다. 어떻게 보면 어울리지 않은 나무와 한자의 조합이 그의 글에서는 더 없이 상호 작용을 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또한, 자연스럽게 한자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자연과 사람의 관계가 밝혀지고 있는 것을 알게 된다. 나무의 한자이름은 그 나무가 가지는 독특한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사람들의 삶과 어떤 관계를 맺어왔는지를 알게 한다. 역사 속에서 나무의 쓰임새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사람들의 구체적인 삶의 모습을 엿볼 수 있게 하고 있다.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한자가 만들어진 것이 어떻게 나무와 관련 되어 있으며 더불어 나무의 일반적인 속성들과 관련된 한자이야기를 들려주는 1부와 2부에서는 인간의 삶 속에서 친숙하게 얽힌 나무와 인간의 일상적인 생활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가 주목했던 나무들로는 소나무, 측백나무, 살구나무, 밤나무, 자두나무, 모밀잣밤나무, 모감주나무, 초피나무 등이다. 그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인간과 나무가 얼마나 밀접한 관련이 있는지 새삼 놀라게 된다. 3부에서는 자신의 주 관심인 나무를 만나면서 얻은 저자의 생활철학이 담겨있다. 죽은 나무에서 꽃 피는 고목생화의 일화에서 나무의 죽음은 곧 삶이라고 보는 것처럼 개인적인 경험이 주요한 내용이다. 나무를 얼마나 오랫동안 관찰해왔고 또 그 과정에서 나무를 사랑하게 된 자신의 경험이 잘 드러나고 있다.

이 책은 나무와 한자를 통해 사람들의 삶을 보여준다. 그 삶 속에 녹아있는 것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사람들의 희노애락이 담겨있다. 이런 삶을 풍부한 역사적 사료나 중국의 고전을 통해 관련성을 파악하고 알기 쉬운 일화를 중심으로 해설하고 있기에 이 책의 또 다른 주인공은 고전과 역사라고 부를 만하다. 나무에서 출발하여 한자, 고전문학, 역사에 이르기까지 저자의 관심사는 그칠 줄 모른다. 그것이 이 책이 가지는 장점중 하나라 할 수 있다.

‘나무의 결과 무늬를 보면 나무의 삶을 알 수 있습니다. 잘라진 나무의 결과 무늬를 보고 있노라면 눈물 날 만큼 아름답습니다. 나무의 결과 무늬는 나무가 살았던 흔적입니다. 나무의 흔적이 아름다운 것은 결대로 살았기 때문입니다. 사람도 결이 있습니다. 사람도 결대로 살 때 아름답습니다. 나무의 이치인 목리(木理)는 곧 사람의 이치인 인리(人理)이자 교육의 이치인 교리(敎理)입니다.’

자신을 ‘나무환자’라고 부르는 이유를 충분히 알 것 같다. 어린 시절 단순한 나무에 대한 관심이 학문적 성과와 만나 ‘역사가 환경과 인간의 생태와 함께 존재’라는 자신의 철학적 기반을 만들어 낸 것이리라. 

사람보다 오랜 시간을 지구와 함께 살아왔고 사람이 떠난 지구도 나무가 지켜갈지 모른다. 무심히 지나치는 길가에서 만나는 나무 한그루가 새롭게 다가온다. 나무의 결과 무늬에서 나무의 삶을 알 수 있다고 말한 것처럼 살아가는 동안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삶의 무늬를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할지 생각하는 기회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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