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1
오주석 지음 / 솔출판사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옛 그림 - 보고, 느끼고, 즐기자
물아일체(物我一體)라는 말이 있다. 외물(外物)과 자아, 객관과 주관, 또는 물질계와 정신계가 어울려 하나가 됨을 나타내는 말이다. 옛 사람들이 대상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생각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바라본 대상에는 자연을 비롯한 이웃이나 벗 등 나와 구분되는 모든 것이 포함될 것이다. 이렇게 대상을 바라본다면 시끄러운 세상살이에 번잡하기만 하는 내 마음이 대상에 의해 이렇게 저렇게 끄달리지 않을 것 같다.

옛사람들은 그렇게 세상과 자신을 보았다. 학문하고 여가를 보내는 일상이 바로 그것이었기에 그들이 가슴에 담을 뜻을 표현할 때도 마찬가지였으리라. 시를 짓고 그림을 그리고 벗들과 풍류를 즐기는 모든 것에 그런 정신을 담았으니 오늘날 전해지는 시, 서, 화의 모든 것에서 그 정신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것, 우리그림, 우리음악을 찾고 즐기는 사람들 중에서 그 정신을 오롯이 누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니 누리는 사람들이 손에 꼽을 만큼 찾아보기 힘든 세상이라고 해야 바로 보는 것이 아닌가 싶다. 너무도 익숙해져 마치 우리 것 보다 더 우리 것처럼 느끼고 누리는 현대인의 일상의 대부분을 점령한 것이 국적불명의 이상한 것들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변해온 현실을 무시하자는 것이 아니니 그리 정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우리 것의 소중함과 가치를 찾아가는 길을 다양하다. 우리 그림에 대한 한없는 애정을 보이며 그림 속에 녹아 있는 옛 사람들의 정서를 느끼고 공유하고 싶어 하는 사람 오주석 같은 사람들이 노력으로 우리 조상들의 숨결이 현대에서 살아나고 있음은 그나마 햇살 비추는 봄날처럼 사람들의 마음에 온기를 전하고 있다. ‘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은 그러한 오기를 느끼기에 충분한 책이다.

이 책에는 그림 열두 점과 함께 그림을 그린 화가와 그림에 깃든 정신 그리고 그 그림이 만들어진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가슴속 담긴 뜻을 담아내고 있다. 저자는 옛 그림을 볼 때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의 시각을 벗어나 옛 사람의 눈길로 바라보고 옛 사람의 마음으로 느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무엇을 말하고자 함일까? 조선 시대를 대표할 만한 화가 9명과 그들의 그림 12점을 해설하는 저자의 마음을 따라가다 보면 밝혀질 것이다.

김명국, 강희안, 안견, 윤두서, 김정희, 김시, 정선, 김홍도, 이인상 말하지 않아도 이들이 당대를 살아가며 어떤 위상이었는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는 사람들이다. 익히 알고 있기에 친숙하고 또 많이 안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그들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지 자문해 본다면 떠올릴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겨우 작품제목과 화가를 연결하는 것, 그것도 손으로 꼽을 만큼도 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저자 오주석은 옛 그림을 본다고 말하지 않고 있다. 그림을 읽어가는 독화(讀畵)라고 한다. 본다는 것은 그림에 담긴 대상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지만 읽는다는 것은 그 그림에 담긴 장녀과 사람이 하나 된 마음과 정신을 읽어간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미 달라진 사람들의 마음이기에 현실의 눈으로 볼 때 올바로 볼 수 없는 한계가 있어 옛 사람의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껴야 제대로 그 가치를 알 수 있다고 한 것이리라. 

이 책이 가지는 가치는 옛 그림을 저자의 독특한 시각과 섬세하고 친절한 해설에서만 찾는다면 중요한 무엇을 빠트리고 가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이 그림을 배우고 읽어가는 과정에서 체험한 소중한 경험을 나눠주고 있다. 옛 그림의 색채, 옛 그림의 원근법, 옛 그림의 여백, 옛 그림 읽기, 옛 그림 보는 법, 옛 그림에 깃든 마음 등 우리그림을 보고 느끼고 즐길 수 있는 노하우를 말해준다. 이 속에 담긴 눈으로 다시 만난 옛 그림은 분명 달라진 무엇인가를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게 한다.

저자는 ‘옛 그림 보는 법’에서 “과연 어떻게 해야 우리 옛 그림을 잘 볼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옛사람의 눈으로 보는 것과 예사람 마음으로 느끼는 것‘을 전재로 하여 첫째는 좋은 작품을 무조건 많이, 자주 보는 것, 둘째는 작품 내용을 의식하면서 자세히 뜯어본다, 셋째는 오래 두고 보면서 작품의 됨됨이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옛 그림 속에서 지나간 역사를 본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림을 본다는 방법은 사실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고도 말한다. 사람마다 자기 삶의 내용에 비추어서 자신의 교양과 안목과 기분에 맞추어서 볼 수 있는 것이 그림이다 라고 말하고 있다. 

무엇이든 그렇지만 즐기려면 그만큼의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야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림을 보고 느끼고 즐길 수 있으려면 우선 부지런히 보는 것 밖에 없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무작정 자주 많이 본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저자가 말하는 그림 보는 방법을 따라가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리하여, 옛사람이 온 마음으로 담아낸 우리의 정서에서 따스하고 희망이 넘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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