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 - 20그램의 새에게서 배우는 가볍고도 무거운 삶의 지혜
도연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새들은 자유로울까?
추수한 들판 한 가운데 난 길을 여유로운 마음을 운전할 때가 있었다. 갑자기 하늘이 새까매지면서 수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새들이 날아가고 있는 것이다. 분명 까마귀인데 이렇게 많은 수가 떼를 지어 날아다니는 것을 본 경험이 없는지라 당황스러운 기분까지 들었다. 도로를 건너 논 한가운데 내려앉은 까마귀 떼들이 먹이활동을 위한 움직이었는지는 모르나 한참을 그 무리를 지켜본 경험이 있다. 도시 인근 시골로 이사를 오고 나서 아침 마다 새소리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참으로 좋다. 가장 친근한 참새무리지만 집 근처 이곳저것에서 보이는 그들로 인해 한결 여유 있는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수많은 새들의 종류를 구별할 수 재주가 없다. 겨우 몇 종류의 새들을 알아 볼 수 있지만 새들의 소리는 듣기에 좋다. 가끔 가는 공원에서나 길거리에서 저주 만나는 비둘기의 소리에 참새 딱따구리 정도의 구분이 전부지만 그나마 귀에 들어오는 새 소리는 기분을 맑게 해주는 느낌이다. 오래전 윤무부의 ‘새박사, 새를 잡다’라는 책을 통해 약간의 새에 대한 상식을 접하기도 했지만 곧 잊어버리고 말았다. 새에 대해 알아보고 싶은 관심의 정도가 그렇게 강하게 들지 않았다는 말이 될 것이다.  

이런 나와는 달리 유독 새에게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그들 대부분이 계절 따라 우리나라를 찾는 철새들을 주목하고 있는 것 같다. 그 철새들이 자연의 순리에 의해 서식지를 옮겨 계절을 보내는 신비로움과 이제는 사라져 가는 새들이라 다시 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새들에 대한 흥미가 앞서기 때문이리라. 무엇으로부터 시작된 새들에 대한 관심이든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들에 대한 동경은 변치 않을 것으로 본다. 

10여년을 새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 있다. 그는 평범한 생활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불교에 귀의하여 구도의 길을 가고 있는 스님이다. 도연스님은 자신이 주거하고 있는 지장산 골짜기에 자신의 ‘비밀정원’에서 산새들과 더불어 생활하며 느낀 소감을 담은 책을 발간했다. 자연을 사랑하고 새들과 더불어 살며 구도의 길을 걷는 스님의 눈에 비친 산새들과 사람들의 삶이 교차되어 스스로를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스님의 곁에서 삶의 지혜를 알도록 해준 새들로는 곤줄박이와 동고비, 딱새, 박새, 까막딱따구리, 청딱따구리, 오색딱따구리, 참새, 나무발바리, 두루미, 청호반새, 때까치, 까치, 파랑새, 노랑턱멧새, 덤불해오라기, 들꿩, 직박구리, 소쩍새, 수리부엉이, 되새, 콩새, 호랑지빠귀, 붉은머리오목눈이, 개개비, 붉은배새매, 독수리, 어치, 흰꼬리수리, 노랑허리솔새, 멧비둘기, 백로, 뻐꾸기, 오리, 되지빠귀, 팔색조, 휘파람새, 호반새 등 텃새를 비롯한 철새들로 40여 가지에 이르는 다양한 새들이다. 그냥 새들을 구분하는 정도가 아니라 각기 다른 새들의 특징과 생태에 대해서도 세심하게 알려주고 있다. 

산속에서 살며 철원 지역 생태사진가로 활동하며 전국의 새들을 찾아다니며 사진으로 담고 새소리를 녹음하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스님은 새들의 생활을 살펴 새들이 집을 만들고 알을 부하하며 새끼를 낳고 기르는 과정과 먹이활동에 대해 관찰하며 그 속에서 배운 지혜를 찾았다. 구도의 길과 크게 다르지 않음도 확인하며 이를 통해 올바른 생활 자세가 무엇인지에 대해 깨달음을 전해준다. 또한 스님의 생활도 새들의 그것과 닮아 있다. 굳이 무소유라는 말을 떠올리지 않아도 되는 삶이 그것이다. 새들이 살아남기 위해 몸무게를 유지하기 위해 먹이활동에 대한 규칙을 정하듯 스님의 삶 또한 이와 같아 보인다. 

“새는 자유롭고, 철이 지나면 애써 지은 둥지도 훌훌 버리고 떠날 정도로 욕심이 없으며, 날기 위해 뼛속까지 비우는 존재다.” 

‘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라는 책 제목은 스님이 다시 태어나면 새로 태어나고 싶다는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말일 것이다. 새가 살아가는 모습과 스님이 지향하는 삶이 통하는 지점이 바로 닿아 있다는 것이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간공감]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공간 공감
김종진 지음 / 효형출판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공간, 인간과 더불어 살아 숨 쉬는 생명체
가을 들녘에 추수가 끝나가면서 낫선 풍경이 눈을 사로잡는다. 내 어린 시절에 볼 수 없었던 것으로 재질이 불분명하지만 하얀색으로 짚을 말아 놓은 것이다. 용도 역시 불분명하지만 어린 시절의 추억이 사라져 버리는 것 같아 몹시 아쉽다. 어린 시절 이맘때부터 시작된 들판에서의 놀이터가 없어지는 것이다. 논 가운데 짚더미를 쌓아두고 다양한 용도로 사용될 짚을 보관하며 겨울을 나곤 했었다. 그곳은 아이들의 놀이터로 차가운 겨울바람을 막아줄 뿐 아니라 햇볕을 향해 아늑한 은신처를 만들어 놀았던 기억이 새롭다. 그곳은 어른들이 결코 침범하지 않은 공간이었으며 아이들만의 이야기로 가득한 공간이었던 것이다. 

이와 더불어 내겐 특별한 나만의 공간이 있었다. 시골집 뒷방으로 겨울철 양식이 되었던 고구마를 쌓아 둔 공간이지만 어엿한 내 방이었다. 그곳은 내 생활의 중심이었고 친구들과 교류하는 공간이었으며 성장기 청소년이 갖는 은밀함도 있었다. 시골집을 떠나 오랜시간 도시생활을 하면서 집에 돌아가는 날이면 자연스럽게 그 내방이 가장 먼저 떠올랐고 집에 도착하며 빼놓지 않고 방문을 열어보곤 했다. 어린 시절 내 비밀장소였기에 50을 바라보는 지금도 가끔 생각나곤 한다. 

이렇게 공간은 특정한 이야기를 포함하고 있다. 그 이야기로 인해 시간이 더해질수록 기억 저편에 자리 잡고 있으며 새로움을 만들어 가는 곳이다. 이런 공간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그런 기억 속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는 책이 바로 대학에서 실내건축설계학과 교수로 있는 김종진의 ‘공간 공감’이다. 저자는 다양한 건축 경험에서 우러난 공간에 대한 독특한 이야기를 꺼내고 있다.  

저자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펼치면서 ‘경험’에 주목한다. 공간이 공간으로써 본래적인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그 공간에 대한 사람들의 공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사람들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공간의 특별한 기억이 그것이다. 이러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저자의 이야기 전개는 우선 공간이 무엇인가 라는 물음에서 출발하고 있다. 공간은 텅빈 무엇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곳에는 빛, 오감, 기억, 시간 등이 어울려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고 본다. 그러한 공간만이 의미 있는 것이라는 점이다. 

저자의 공간에 대한 추적은 시간과 장소 장르를 넘어서 인류가 만들어 놓은 다양한 문화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건축물, 작은 방, 오래된 마을의 골목, 옛날과 현대가 공존하는 미술관, 호수, 숲속의 산책길 등에서 사람들이 그 공간에서 느낀 어떤 공감을 이끌어 내 공간이 가지는 의미를 확장하며 인간의 삶과 연결시키고 있다. 엄마의 품속에서부터 경험되는 공간은 사람에 따라 역사와 문화 자연환경에 따라 사람마다 각기 다른 느낌을 담아내고 있는 곳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 그 빛을 사용하는 용도 역시 직접적인 노출과 반사된 음영으로써의 빛처럼 빛에 대한 느낌 역시 동양과 서양이 다르다.  

이러한 다양한 경험을 하게 만드는 공감에 대해 저자는 공간이 인간의 삶에 어떻게 결부되고 그 공간 속에서 삶을 누리는지를 이야기 전개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그것은 공간의 경험, 공간에서 거닐고 머무는 경험, 공간을 구성하는 요소인 빛과, 소리, 향기를 보고 맡고 들으며 만지는 과정 그리고 그러한 직접적인 경험을 기억하며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자연스럽게 살아가고 있음을 우리들에게 각인시켜주고 있다. 이를 통해 “공간의 형이상학적 정의나 건축의 양식보다 중요한 건, 그 공간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의 존재, 그 존재의 경험을 탐구하는 일이다.”라고 말하며 존재에 대해 성찰로 이끌어간다. 

공간에 대한 주목은 현대 건축이나 도시 설계에서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아가는 모습이다. 도시 재개발이나 주택단지의 조성에서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공간의 활용이 강조하는 시대가 되었다. 공원의 조성이나 산책길, 인공섬 등 새롭게 만들어지는 이러한 공간은 사람들이 쉼과 소통의 장소로 활용되며 그 가치를 높여간다. 

공간에 대한 상대적 깊이와 넓이는 시간에 비래한다. 시간과 더불어 삶을 꾸려가는 동안 특정한 공간은 우리들의 기억 속에 쌓이고 그 기억이 우리들의 삶의 역사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하여, 공간은 살아 숨 쉬는 생명력을 지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막에 숲이 있다 - 마오우쑤 사막에 나무를 심은 여자 인위쩐 이야기
이미애 지음 / 서해문집 / 2006년 10월
평점 :
품절


사막에 나무 심은 여자
1400만평, 얼마나 넓은 땅일까? 이 땅에 나무를 심고 가꿔 숲으로 만들었다는 사람이 있다. 그것도 평범한 땅이 아니다. 봄철이면 한반도를 비롯해 멀리 미 대륙까지 그 영향을 떨치는 황사가 시작되는 주 무대인 사막이라면 1400만평의 상대적 넓이는 훨씬 크게 다가올 것이다. 중국에 실제로 있었고 지금도 사막에 나무를 심기위해 걸음을 멈추지 않고 있는 한 부부의 이야기다. 

세상에는 불가능을 현실로 바꾼 사람들의 이야기가 제법 많다. 모두가 살지 못하고 떠난 땅에 남아 삶의 터전을 일군 사람들도 그중 주목받는 사람들이다. 우리 역사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 일제 식민지 지배를 피해 시베리아로 떠났던 사람들이 소련의 강제이주 정책에 의해 중앙아시아 허허벌판에 내몰렸고 그곳을 사람이 살 수 있는 땅으로 탈바꿈 시켰다. 하지만, 그들은 집단이었다. 사람이 살아가기에는 모진 환경이었지만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어 어쩜 의지되고 살았을 것이다.  

‘사막에 숲이 있다’의 주인공 인위쩐과 바이완샹은 사막 한가운데 달랑 두 사람만 남겨졌고 그곳에서 살아야했다. 그들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도시로 갈 수도 없었다. 떠날 수 없다면 자신이 살아가야 할 사막을 바꾸기로 한 것이다. 첫발은 나무시장에 가서 일해주고 그 품삯만큼의 대가를 나무로 가져온 것이다. 그것도 두 사람이 등에 지고서 사막을 건넜다. 그렇게 시작된 나무심기는 현재까지 멈추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사막에 나무를 심는 과정에서 겪었던 그들의 고충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임신한 몸으로 나무를 심다가 아이를 잃기도 했고, 아이를 줄에 묶어놓고 나무 심으로 집을 나서기도 했다. 또한 애써 심었던 나무가 모래바람에 꺾이고 뿌리채 뽑히기도 하고 모래구덩이에 묻혀 수없이 죽어갔다. 죽어간 나무를 보면서 사막에서 나무 심는 방법을 터득해 간 것이다. 그 결과는 자신들이 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묵묵히 걸었던 길이다.  

그렇게 1여년이 지나면서 터득한 방법으로 나무를 심고 풀씨를 뿌리며 밭을 일궈 농작물을 가꾸었다. 양을 사서 방목하고 살림이 늘어나 집을 새로 짓는 동안에도 사람들은 그들의 노력의 결과가 어떤 반응을 불러올지 몰랐다. 부부도 마찬가지였다. 누구에게 보이고자 했던 일이 아니고 자신들이 살아남기 위해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일이기에 온갖 어려움과 절망적 상황도 이겨나갈 수 있었으리라. 

이들 부부의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진 것도 그들이 보여주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아내를 생각하는 남편이 나무를 팔아 큰돈을 마련한 것을 모르고 나무도둑이 애써 가꾼 숲을 훔쳐가는 것으로 생각하여 관청의 관리들과 도시의 이웃에게 방법을 모색하던 중 알게된 기자들에 의해서다. 어느 날 찾아온 기자들은 자신들의 눈앞에 펼쳐진 현실을 믿지 못했다. 도저히 두 사람이 한 일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감동 받은 기자들이 지역신문에 보도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하고 이후 놀라운 변화가 생겼다. 40여일이 지나도 사막에서 길을 잃은 사람이 지나칠 뿐 아무도 찾지 않았던 사막 한가운데로 사람들이 몰려왔다. 그들이 이룩한 기적같은 일을 보고 격려와 삶의 의욕을 찾았다는 편지도 왔다. 또한 직접 찾아와 자신도 나무를 심겠다고 한 사람도 있고 그곳에서 나무심기를 배워 사막을 임대하고 그들이 걸어간 길을 걸어가는 사람도 생겼다.  

“어떤 어려움에고 굴복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 싸우는 그녀의 투지가 제게 많은 것을 가르칩니다. 어려울수록 참으라고 가르치고, 넘어지면 일어나라고 가르치고, 생명은 아무리 하잖아 보이는 것도 귀중하다고 가르칩니다.” 

20여년의 나이차이, 신분과 학문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친구라고 생각하며 틈만 나면 찾아와 일손을 돕는 사람이 그녀 ‘인위쩐’을 두고 하는 말이다. 글을 쓰지도 읽지도 못하는 그녀에게 글도 가르쳐 주고 나무에 물도 주고 부엌일을 도우면서 그녀의 삶에서 배운 것이라면서 말이다. 

이제 그녀 ‘인위쩐’은 중국 사막 생태 복원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주요 인사가 되었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모래사막이었던 곳에 숲이 생기고 밭이 생기고 길이 나고 우물이 생기고 전기가 들어왔다. 그것을 본 친척들도 하나 둘 그녀를 도우러 사막으로 왔다. 구름 한 점 없는 날의 뜨거운 해가, 모래를 동반하지 않은 바람이, 서쪽하늘 붉게 물든 노을이, 한밤중 나무에 물을 주러가는 길을 훤히 비춰주는 달빛이 그녀를 행복하게 한다. 그녀의 행복에 따스한 미소가 번지는 것은 사막에 20여년을 한결같이 나무를 심으며 나무에게 배웠던 삶의 지혜일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을 너무 사랑한 남자 - 책 도둑과 탐정과 광적인 책 수집가들에 대한 실제 이야기
앨리슨 후버 바틀릿 지음, 남다윤 옮김 / 솔출판사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멈출 수 없는 유혹, 책 수집
새로 마련한 조그마한 서재는 책을 보관하는 장소를 넘어서 휴식의 장소로 활용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러한 가치는 빛을 더해간다. 책장을 가득매운 책들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책이 주는 또 다른 매력이 충분히 있음을 알기에 하나둘 쌓여가는 책이 책으로만 다가오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내 책장엔 누구나 탐낼만한 희귀도서나 절판본과 같은 책은 극히 드물다. 지극히 개인적인 관심사에서 현재 출판되는 도서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책을 출간한 저자의 메일을 받았다. 자신의 책을 처음으로 온라인 서점에 리뷰 등록한 사람이 나라며 저자로써 감사하는 마음과 더불어 무엇이든 그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고 했다. 책을 출간하고 독자들의 반응을 기대하는 저자의 마음을 알 것도 같다. 그 책은 저자 박균호의 ‘오래된 새책’으로 저자 역시 자신을 포함한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책 수집에 관한 내용을 담았다. ‘오래된 새책’에 언급된 절판본 권정생과 이오덕의 편지를 모은 ‘살구꽃 봉오리를 보니 눈물이 납니다’가 내 책장에 있음을 기억하고 찾아보았다. 이후 그 책을 소유하고 싶다는 독자의 메일을 받았다. 바로 그런 분들이 책을 수집하는 장서가들일 것이다. 

‘책을 너무 사랑한 남자’는 바로 이렇게 책을 수집하는 사람들과 관련된 이야기다. 희귀본, 고서, 초판본 등 책의 가치를 알아 그 책을 공급하는 서적상과 이러한 책을 수집하는 사람 그리고 이들을 취재하는 사람이 이야기의 중심이다. 이렇게만 본다면 지극히 정상적인 방법으로 책이 유통되는 이야기를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이 책은 그러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존 길키’는 책을 좋아하며 책에 미친 사람이며 그는 책을 수집하기 위해 절도행각을 벌이며 그 차체를 즐기고 있다. ‘켄 샌더스’는 책을 공급하는 서적상으로 눈에 가시 같은 존재인 길키를 잡으려고 ‘책 탐정’으로 나선다. 한 사람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책을 손에 넣으려고 하고 또 한사람은 이를 막으려한다. 이 둘 사이에 책 수집에 관한 취재를 하는 사람 ‘앨리슨 후버 바틀릿’이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다. 

희귀본, 고서, 초판본 등은 수집하는 것에는 상당한 경제적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책 한권에 수백 달러에서 수십만 달러에 이르기에 정상적인 방법보다는 돈을 지불하지 않고 수집할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하지만, 경제적 뒷받침이 된다고 모두가 이러한 책을 수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책의 가치를 알아볼 눈이 있어야 한다. 수많은 수집가들이 고서더미를 뒤지지만 가치 있는 책은 그것을 알아본 사람 손에 들어가기 마련이다. 이는 경제적 가치만으로 희귀본이나 초판본 같은 책을 찾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책을 사랑하는 마음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책 도둑 ‘존 길키’가 사용하는 방법은 부자들의 신용카드번호를 이용하여 전화로 주문하고 이를 찾으러 가는 방식을 택하거나 수표를 발행하여 책을 구입한다. 그에게 책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자신과 남을 구분하고 그 책을 소유하여 자신의 가치를 높인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마음은 책을 수집하고 소장하는 많은 사람들이 책을 소장하는 이유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나 역시 책장에 가득한 책을 보며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을 가지기 때문이다. 물론 수많은 장서가들이 책을 수집하고 소장하는 이유가 그것 때문이라고는 말하지 못한다.  

“책은 항상 순수한 사랑과 기쁨을 위해서만 수집되어야 하오. 책을 단순한 투자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은 그것을 그저 하찮은 부품이나 상품으로 바꿔버리게 되지요. 이는 책의 문화적 유산을 감소시키고 책 자체뿐 아니라 저자들과 독자들의 권위마저 손상하게 될 것이오.” 

몇 년 사이 책을 보는 방법이 다양화 되었다. 보편화된 스마트 폰이나 태블릿PC, eBook 전용단말기가 보급되면서 최첨단 화면으로 책장을 넘기듯 책을 볼 수 있는 세상이다. 이러한 첨단기기가 종이책의 발행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아닌 독자들에게 책을 구입하는 경향성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출판문화의 다양성에 분명 영향을 미칠 것이기는 하지만 종이책이 사라지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그것이 수천 년 동안 이어져온 책의 생명력일 것이고 이는 인류가 살아가는 동안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왜? 책을 읽을까?
날마다 책을 잡고 있으며 그것도 꽤 많은 권 수를 읽으면서도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책을 통해 세상을 만나는 즐거움이 있다는 말로
스스로를 다독이긴 하지만 ...문득 궁금하다. 

하여, 정말 읽고 싶은 책을 읽보려고 한다. 

------------------------- 


11-210(2011-10-1) 소리꾼 

최동현 저 | 문학동네 | 2011년 09월 

11-211(2011-10-3) 위대한 철학자들은 철학적으로 살았을까 

강성률 저 | 평단문화사 | 2011년 08월 

11-212(2011-10-4) 살구꽃 봉오리를 보니 눈물 납니다 

이오덕,권정생,임길택 시/백창우 곡 | 보리 | 2010년 09월 

11-213(2011-10-7) 다산의 재발견 

정민 저 | 휴머니스트 | 2011년 08월 

11-214(2011-10-10) 개들이 본 세상 

미켈 데 세르반테스 저/박철 역 | 시공사 | 2011년 06월 

11-215(2011-10-12) 퇴계집  

이황 저/장기근 역해 | 홍신문화사 | 2003년 02월 

11-216(2011-10-13) 식물, 역사를 뒤집다 

빌 로스 저/서종기 역 | 예경 | 2011년 09월 

11-217(2011-10-15) 절해고도에 위리안치하라 

이종묵,안대회 공저/이한구 사진 |북스코프 | 2011년 08월 

11-218(2011-10-17) 알레프 

파울로 코엘료 저/오진영 역 | 문학동네 | 2011년 09월 

11-219(2011-10-18) 내 인생을 바꾼 29통의 편지 

후쿠시마 마사노부 저/유윤한 역 | 21세기북스 | 2011년 09월 

11-220(2011-10-19) 무명화가들의 반란, 민화 

정병모 저 | 다할미디어 | 2011년 08월 

11-221(2011-10-20) 역사에 비친 우리의 초상 

조한욱 저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10월 

11-222(2011-10-21) 자기인생의 주인공으로 살아라 

함현규 저 | 빛과향기 | 2011년 09월 

11-223(2011-10-23) 방랑시인 김삿갓 

권오석 저 | 홍신문화사 | 2003년 08월 

11-224(2011-10-24) 우리 기억 속의 색 

미셸 파스투로 저/최정수 역 | 안그라픽스 | 2011년 08월 

11-225(2011-10-25) 노론 300년 권력의 비밀 

이주한 저 | 역사의아침 | 2011년 09월 

11-226(2011-10-26) 정진홍의 사람공부 

정진홍 저 | 21세기북스 | 2011년 08월 

11-227(2011-10-27) 아버지의 길 1 

이재익 저 | 황소북스 | 2011년 10월 

11-228(2011-10-28) 아버지의 길 2 

이재익 저 | 황소북스 | 2011년 10월 

11-229(2011-10-30) 삼국사기의 산을 가다 

박기성 저 | 책만드는집 | 2011년 09월 

11-230(2011-10-31) 차랑 

이수광 저 | 네오픽션 | 2011년 07월 

11-231(2011-10-31) 비탈진 음지 

조정래 저 | 해냄 | 2011년 07월 

 ---------------------------- 

10월 함께한 책들 중 

사람과의 인연을 만들어가고 또 이별한다. 

글에 담긴 사람의 마음이 다 내 마음이 아니기에 

공감한다고 그것이 내 것은 아닌 것이리라. 

소리꾼 

살구꽃 봉오리를 보니 눈물 납니다 

다산의 재발견 

노론 300년 권력의 비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