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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 - 20그램의 새에게서 배우는 가볍고도 무거운 삶의 지혜
도연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새들은 자유로울까?
추수한 들판 한 가운데 난 길을 여유로운 마음을 운전할 때가 있었다. 갑자기 하늘이 새까매지면서 수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새들이 날아가고 있는 것이다. 분명 까마귀인데 이렇게 많은 수가 떼를 지어 날아다니는 것을 본 경험이 없는지라 당황스러운 기분까지 들었다. 도로를 건너 논 한가운데 내려앉은 까마귀 떼들이 먹이활동을 위한 움직이었는지는 모르나 한참을 그 무리를 지켜본 경험이 있다. 도시 인근 시골로 이사를 오고 나서 아침 마다 새소리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참으로 좋다. 가장 친근한 참새무리지만 집 근처 이곳저것에서 보이는 그들로 인해 한결 여유 있는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수많은 새들의 종류를 구별할 수 재주가 없다. 겨우 몇 종류의 새들을 알아 볼 수 있지만 새들의 소리는 듣기에 좋다. 가끔 가는 공원에서나 길거리에서 저주 만나는 비둘기의 소리에 참새 딱따구리 정도의 구분이 전부지만 그나마 귀에 들어오는 새 소리는 기분을 맑게 해주는 느낌이다. 오래전 윤무부의 ‘새박사, 새를 잡다’라는 책을 통해 약간의 새에 대한 상식을 접하기도 했지만 곧 잊어버리고 말았다. 새에 대해 알아보고 싶은 관심의 정도가 그렇게 강하게 들지 않았다는 말이 될 것이다.
이런 나와는 달리 유독 새에게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그들 대부분이 계절 따라 우리나라를 찾는 철새들을 주목하고 있는 것 같다. 그 철새들이 자연의 순리에 의해 서식지를 옮겨 계절을 보내는 신비로움과 이제는 사라져 가는 새들이라 다시 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새들에 대한 흥미가 앞서기 때문이리라. 무엇으로부터 시작된 새들에 대한 관심이든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들에 대한 동경은 변치 않을 것으로 본다.
10여년을 새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 있다. 그는 평범한 생활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불교에 귀의하여 구도의 길을 가고 있는 스님이다. 도연스님은 자신이 주거하고 있는 지장산 골짜기에 자신의 ‘비밀정원’에서 산새들과 더불어 생활하며 느낀 소감을 담은 책을 발간했다. 자연을 사랑하고 새들과 더불어 살며 구도의 길을 걷는 스님의 눈에 비친 산새들과 사람들의 삶이 교차되어 스스로를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스님의 곁에서 삶의 지혜를 알도록 해준 새들로는 곤줄박이와 동고비, 딱새, 박새, 까막딱따구리, 청딱따구리, 오색딱따구리, 참새, 나무발바리, 두루미, 청호반새, 때까치, 까치, 파랑새, 노랑턱멧새, 덤불해오라기, 들꿩, 직박구리, 소쩍새, 수리부엉이, 되새, 콩새, 호랑지빠귀, 붉은머리오목눈이, 개개비, 붉은배새매, 독수리, 어치, 흰꼬리수리, 노랑허리솔새, 멧비둘기, 백로, 뻐꾸기, 오리, 되지빠귀, 팔색조, 휘파람새, 호반새 등 텃새를 비롯한 철새들로 40여 가지에 이르는 다양한 새들이다. 그냥 새들을 구분하는 정도가 아니라 각기 다른 새들의 특징과 생태에 대해서도 세심하게 알려주고 있다.
산속에서 살며 철원 지역 생태사진가로 활동하며 전국의 새들을 찾아다니며 사진으로 담고 새소리를 녹음하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스님은 새들의 생활을 살펴 새들이 집을 만들고 알을 부하하며 새끼를 낳고 기르는 과정과 먹이활동에 대해 관찰하며 그 속에서 배운 지혜를 찾았다. 구도의 길과 크게 다르지 않음도 확인하며 이를 통해 올바른 생활 자세가 무엇인지에 대해 깨달음을 전해준다. 또한 스님의 생활도 새들의 그것과 닮아 있다. 굳이 무소유라는 말을 떠올리지 않아도 되는 삶이 그것이다. 새들이 살아남기 위해 몸무게를 유지하기 위해 먹이활동에 대한 규칙을 정하듯 스님의 삶 또한 이와 같아 보인다.
“새는 자유롭고, 철이 지나면 애써 지은 둥지도 훌훌 버리고 떠날 정도로 욕심이 없으며, 날기 위해 뼛속까지 비우는 존재다.”
‘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라는 책 제목은 스님이 다시 태어나면 새로 태어나고 싶다는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말일 것이다. 새가 살아가는 모습과 스님이 지향하는 삶이 통하는 지점이 바로 닿아 있다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