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 숲이 있다 - 마오우쑤 사막에 나무를 심은 여자 인위쩐 이야기
이미애 지음 / 서해문집 / 2006년 10월
평점 :
품절


사막에 나무 심은 여자
1400만평, 얼마나 넓은 땅일까? 이 땅에 나무를 심고 가꿔 숲으로 만들었다는 사람이 있다. 그것도 평범한 땅이 아니다. 봄철이면 한반도를 비롯해 멀리 미 대륙까지 그 영향을 떨치는 황사가 시작되는 주 무대인 사막이라면 1400만평의 상대적 넓이는 훨씬 크게 다가올 것이다. 중국에 실제로 있었고 지금도 사막에 나무를 심기위해 걸음을 멈추지 않고 있는 한 부부의 이야기다. 

세상에는 불가능을 현실로 바꾼 사람들의 이야기가 제법 많다. 모두가 살지 못하고 떠난 땅에 남아 삶의 터전을 일군 사람들도 그중 주목받는 사람들이다. 우리 역사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 일제 식민지 지배를 피해 시베리아로 떠났던 사람들이 소련의 강제이주 정책에 의해 중앙아시아 허허벌판에 내몰렸고 그곳을 사람이 살 수 있는 땅으로 탈바꿈 시켰다. 하지만, 그들은 집단이었다. 사람이 살아가기에는 모진 환경이었지만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어 어쩜 의지되고 살았을 것이다.  

‘사막에 숲이 있다’의 주인공 인위쩐과 바이완샹은 사막 한가운데 달랑 두 사람만 남겨졌고 그곳에서 살아야했다. 그들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도시로 갈 수도 없었다. 떠날 수 없다면 자신이 살아가야 할 사막을 바꾸기로 한 것이다. 첫발은 나무시장에 가서 일해주고 그 품삯만큼의 대가를 나무로 가져온 것이다. 그것도 두 사람이 등에 지고서 사막을 건넜다. 그렇게 시작된 나무심기는 현재까지 멈추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사막에 나무를 심는 과정에서 겪었던 그들의 고충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임신한 몸으로 나무를 심다가 아이를 잃기도 했고, 아이를 줄에 묶어놓고 나무 심으로 집을 나서기도 했다. 또한 애써 심었던 나무가 모래바람에 꺾이고 뿌리채 뽑히기도 하고 모래구덩이에 묻혀 수없이 죽어갔다. 죽어간 나무를 보면서 사막에서 나무 심는 방법을 터득해 간 것이다. 그 결과는 자신들이 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묵묵히 걸었던 길이다.  

그렇게 1여년이 지나면서 터득한 방법으로 나무를 심고 풀씨를 뿌리며 밭을 일궈 농작물을 가꾸었다. 양을 사서 방목하고 살림이 늘어나 집을 새로 짓는 동안에도 사람들은 그들의 노력의 결과가 어떤 반응을 불러올지 몰랐다. 부부도 마찬가지였다. 누구에게 보이고자 했던 일이 아니고 자신들이 살아남기 위해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일이기에 온갖 어려움과 절망적 상황도 이겨나갈 수 있었으리라. 

이들 부부의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진 것도 그들이 보여주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아내를 생각하는 남편이 나무를 팔아 큰돈을 마련한 것을 모르고 나무도둑이 애써 가꾼 숲을 훔쳐가는 것으로 생각하여 관청의 관리들과 도시의 이웃에게 방법을 모색하던 중 알게된 기자들에 의해서다. 어느 날 찾아온 기자들은 자신들의 눈앞에 펼쳐진 현실을 믿지 못했다. 도저히 두 사람이 한 일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감동 받은 기자들이 지역신문에 보도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하고 이후 놀라운 변화가 생겼다. 40여일이 지나도 사막에서 길을 잃은 사람이 지나칠 뿐 아무도 찾지 않았던 사막 한가운데로 사람들이 몰려왔다. 그들이 이룩한 기적같은 일을 보고 격려와 삶의 의욕을 찾았다는 편지도 왔다. 또한 직접 찾아와 자신도 나무를 심겠다고 한 사람도 있고 그곳에서 나무심기를 배워 사막을 임대하고 그들이 걸어간 길을 걸어가는 사람도 생겼다.  

“어떤 어려움에고 굴복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 싸우는 그녀의 투지가 제게 많은 것을 가르칩니다. 어려울수록 참으라고 가르치고, 넘어지면 일어나라고 가르치고, 생명은 아무리 하잖아 보이는 것도 귀중하다고 가르칩니다.” 

20여년의 나이차이, 신분과 학문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친구라고 생각하며 틈만 나면 찾아와 일손을 돕는 사람이 그녀 ‘인위쩐’을 두고 하는 말이다. 글을 쓰지도 읽지도 못하는 그녀에게 글도 가르쳐 주고 나무에 물도 주고 부엌일을 도우면서 그녀의 삶에서 배운 것이라면서 말이다. 

이제 그녀 ‘인위쩐’은 중국 사막 생태 복원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주요 인사가 되었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모래사막이었던 곳에 숲이 생기고 밭이 생기고 길이 나고 우물이 생기고 전기가 들어왔다. 그것을 본 친척들도 하나 둘 그녀를 도우러 사막으로 왔다. 구름 한 점 없는 날의 뜨거운 해가, 모래를 동반하지 않은 바람이, 서쪽하늘 붉게 물든 노을이, 한밤중 나무에 물을 주러가는 길을 훤히 비춰주는 달빛이 그녀를 행복하게 한다. 그녀의 행복에 따스한 미소가 번지는 것은 사막에 20여년을 한결같이 나무를 심으며 나무에게 배웠던 삶의 지혜일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