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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공감
김종진 지음 / 효형출판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공간, 인간과 더불어 살아 숨 쉬는 생명체
가을 들녘에 추수가 끝나가면서 낫선 풍경이 눈을 사로잡는다. 내 어린 시절에 볼 수 없었던 것으로 재질이 불분명하지만 하얀색으로 짚을 말아 놓은 것이다. 용도 역시 불분명하지만 어린 시절의 추억이 사라져 버리는 것 같아 몹시 아쉽다. 어린 시절 이맘때부터 시작된 들판에서의 놀이터가 없어지는 것이다. 논 가운데 짚더미를 쌓아두고 다양한 용도로 사용될 짚을 보관하며 겨울을 나곤 했었다. 그곳은 아이들의 놀이터로 차가운 겨울바람을 막아줄 뿐 아니라 햇볕을 향해 아늑한 은신처를 만들어 놀았던 기억이 새롭다. 그곳은 어른들이 결코 침범하지 않은 공간이었으며 아이들만의 이야기로 가득한 공간이었던 것이다. 

이와 더불어 내겐 특별한 나만의 공간이 있었다. 시골집 뒷방으로 겨울철 양식이 되었던 고구마를 쌓아 둔 공간이지만 어엿한 내 방이었다. 그곳은 내 생활의 중심이었고 친구들과 교류하는 공간이었으며 성장기 청소년이 갖는 은밀함도 있었다. 시골집을 떠나 오랜시간 도시생활을 하면서 집에 돌아가는 날이면 자연스럽게 그 내방이 가장 먼저 떠올랐고 집에 도착하며 빼놓지 않고 방문을 열어보곤 했다. 어린 시절 내 비밀장소였기에 50을 바라보는 지금도 가끔 생각나곤 한다. 

이렇게 공간은 특정한 이야기를 포함하고 있다. 그 이야기로 인해 시간이 더해질수록 기억 저편에 자리 잡고 있으며 새로움을 만들어 가는 곳이다. 이런 공간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그런 기억 속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는 책이 바로 대학에서 실내건축설계학과 교수로 있는 김종진의 ‘공간 공감’이다. 저자는 다양한 건축 경험에서 우러난 공간에 대한 독특한 이야기를 꺼내고 있다.  

저자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펼치면서 ‘경험’에 주목한다. 공간이 공간으로써 본래적인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그 공간에 대한 사람들의 공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사람들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공간의 특별한 기억이 그것이다. 이러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저자의 이야기 전개는 우선 공간이 무엇인가 라는 물음에서 출발하고 있다. 공간은 텅빈 무엇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곳에는 빛, 오감, 기억, 시간 등이 어울려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고 본다. 그러한 공간만이 의미 있는 것이라는 점이다. 

저자의 공간에 대한 추적은 시간과 장소 장르를 넘어서 인류가 만들어 놓은 다양한 문화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건축물, 작은 방, 오래된 마을의 골목, 옛날과 현대가 공존하는 미술관, 호수, 숲속의 산책길 등에서 사람들이 그 공간에서 느낀 어떤 공감을 이끌어 내 공간이 가지는 의미를 확장하며 인간의 삶과 연결시키고 있다. 엄마의 품속에서부터 경험되는 공간은 사람에 따라 역사와 문화 자연환경에 따라 사람마다 각기 다른 느낌을 담아내고 있는 곳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 그 빛을 사용하는 용도 역시 직접적인 노출과 반사된 음영으로써의 빛처럼 빛에 대한 느낌 역시 동양과 서양이 다르다.  

이러한 다양한 경험을 하게 만드는 공감에 대해 저자는 공간이 인간의 삶에 어떻게 결부되고 그 공간 속에서 삶을 누리는지를 이야기 전개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그것은 공간의 경험, 공간에서 거닐고 머무는 경험, 공간을 구성하는 요소인 빛과, 소리, 향기를 보고 맡고 들으며 만지는 과정 그리고 그러한 직접적인 경험을 기억하며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자연스럽게 살아가고 있음을 우리들에게 각인시켜주고 있다. 이를 통해 “공간의 형이상학적 정의나 건축의 양식보다 중요한 건, 그 공간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의 존재, 그 존재의 경험을 탐구하는 일이다.”라고 말하며 존재에 대해 성찰로 이끌어간다. 

공간에 대한 주목은 현대 건축이나 도시 설계에서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아가는 모습이다. 도시 재개발이나 주택단지의 조성에서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공간의 활용이 강조하는 시대가 되었다. 공원의 조성이나 산책길, 인공섬 등 새롭게 만들어지는 이러한 공간은 사람들이 쉼과 소통의 장소로 활용되며 그 가치를 높여간다. 

공간에 대한 상대적 깊이와 넓이는 시간에 비래한다. 시간과 더불어 삶을 꾸려가는 동안 특정한 공간은 우리들의 기억 속에 쌓이고 그 기억이 우리들의 삶의 역사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하여, 공간은 살아 숨 쉬는 생명력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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