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춘화
어느해 이른 봄, 지리산 자락을 지나다 높은 담장 아래로 늘어뜨려진 노오란 봄을 보았다. 언젠가는 나도 그 모습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담장 밑에 나무를 심고 기다리기를 몇해 드디어 담장을 넘어온 꽃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봄을 맞이하는 꽃이라는 뜻에서 영춘화라고 한다. 노랑색으로 피어 개나리를 닮았지만 통꽃으로 꽃 모양이 갈래꽃인 개나리와 다르고 피는 시기도 빠르다.

울타리나 담장에 무리지어 늘어뜨려진 모습이 일품이다. 봄의 전령사 답게 밝고 따스함을 전해주기에 관상용으로 많이 기른다.

무성하게 자라 이른봄 골목을 환하게 밝혀 들고나는 모든 이들에게 봄을 안겨주었으면 싶다. 이른봄 영춘화로부터 목련과 한여름 능소화가 피고 가을엔 담쟁이덩굴의 단풍을 볼 수 있는 골목이 완성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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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 옛 등걸에 봄철이 돌아오니

옛 피던 가지에 피엄즉도 하다마는

춘설이 난분분하니 필동말동 하여라

*시조를 지은이가 '매화'라는 기생이라고 했다. 그 복잡한 속내야 어찌다 짐작이나 할까마는 오늘 "춘설이 난분분하니" 그 정취는 짐작되는 바가 없지는 않다.

납월 홍매로 유명한 금둔사를 찾았던 날도 꾸물거리는 날씨에 꽃은 납월을 훌쩍하났는데도 필동말동 하더라. 돌 위에 떨어진 꽃 한송이를 사이에 두고 서쪽하늘만 보았다.

그 정취라는 것도 순전히 내 마음 내키는대로다. 난분분 하는 춘설을 탓하면 그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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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럽고 긴장하며

설레고 주춤거리는

노루귀의 봄나들이에 동참한다.

첫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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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
간절함이 극에 달한 순간 뚝! 모가지를 떨구고도 못다한 마음이 땅에서 다시 꽃으로 피어난다. 푸르디 푸른 잎 사이로 수줍은듯 고개를 내밀지만 붉은 속내를 숨기지도 않는다.

어찌 동백만 꽃이기야 하겠는냐마는 동백을 빼놓고 꽃이야기를 할 수는 없다. 하여 꽁꽁 언 손 호호불며 그 서늘하기 그지없는 동백나무 품으로 파고 든다.

겨울에 꽃이 핀다 하여 동백冬柏이란 이름이 붙었다. 춥디추운 겨울날 안으로만 움츠려드는 몸따라 마음도 얼어붙을 것을 염려해 동백은 붉게 피는 것이 아닐까.

서늘한 동백나무의 그늘을 서성이는 것은 그 누가 알든 모르든 동백의 그 붉음에 기대어 함께 붉어지고 싶은 까닭이다. '그 누구보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라는 꽃말을 가졌다.

한해를 동백의 마음으로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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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겹으로 쌓여야 깊어진다. 그 쌓여서 두터워지는 사이를 건너지 못하는 게 보통이라서 누군가는 아프고 외롭다.

이쯤에서라도 멈추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갈망은 끝이 없는지라 제 발로 수렁으로 들어가면서도 스스로는 그것을 모른다.

당신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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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5-03-15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예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