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나팔꽃

아장아장 걷기 시작한 아가의 몸짓이 이럴까. 뽀얀 살결에 갓 단내를 벗어 서툰 몸짓으로 세상을 향하는 그것과 다르지 않다.

하늘의 별이 땅으로 내려와 해바라기를 하고 있다. 길가 풀숲에서 눈맞춤하는 시간이 제법 길어도 발걸음을 옮길 마음이 좀처럼 나지 않는다. 작고 앙증맞지만 해를 향해 당당하게 웃는 미소가 으뜸이다.

북아메리카 원산의 귀화식물로 한해살이풀이다. 줄기는 덩굴성이고 다른 식물을 감거나 땅 위로 뻗으며 전체에 흰색 털이 있다. 꽃은 흰색 또는 연분홍색으로 피며, 잎겨드랑이에서 나온 꽃자루에 1-3개가 달린다.

우리나라에서는 인천에서 처음 발견되었다고 한다. '풋사랑', '기쁜소식', '애교' 등 여러가지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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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하루가 끝나면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둔다

저녁이 식기 전에

나는 퇴근을 한다

저녁은 서랍 안에서

식어가고 있지만

나는 퇴근을 한다

하루의 무게를 내려놓고

서랍에 넣어 둔 저녁은

아직도 따뜻하다

나는 퇴근을 한다

저녁이 식기 전에

퇴근을 하면서

저녁을 꺼내어

따뜻한 한 끼를 먹는다

하루의 끝에서

퇴근을 하고

서랍에 넣어 둔 저녁을 꺼내면

하루의 무게가 가벼워진다

나는 퇴근을 한다

퇴근을 하면서

저녁을 꺼내어

따뜻한 한 끼를 먹는다

하루의 끝에서

*한강 작가의 시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다. 11월은 노벨문학상을 수상을 축하하며 한강 작가의 시를 찾아본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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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충하초
낯선 숲에 들어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사물에 대한 구별이 쉽지 않다. 특히 아주 작은 개체를 알아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기에 몸을 차분하게 움직이며 눈이 적응할 시간을 갖어야 한다.

먼저 숲에 든 이들이 찾아놓은 한라천마를 눈앞에 두고도 알아보지 못해 손으로 가르켜줘야 볼 수 있어던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그렇게 해서 본 것이 이 동충하초다. 야생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것인데 그분들 덕분에 볼 수 있었다.

동충하초는 곤충류를 숙주로 삼아 자라나는 기생버섯으로, ‘동충하초’라는 이름은 한자어로 ‘겨울에는 곤충이 되고 여름에는 약초가 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숙주가 되는 곤충의 종류와 균종에 따라 형태, 색깔, 맛과 효능이 다르다고 한다.

버섯은 전체가 곤봉 모양이고 머리 부분과 자루 부분으로 나눈다. 머리는 진한 주황색이고 자루는 옅은 주황색의 원주형이다.

한라산 어느 기슭에서 본 이 것을 다시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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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거리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 늘어나고 줄어듬이 시시때때로 변하니 늘 가늠하기가 어럽다는 것이다. 손을 맞잡은 듯 더없이 가까운가 싶기도 하다가도 어느 사이 저 먼 산너머로까지 아득히 멀어 보인다.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열망이 꿈틀대는 관계의 상호작용이다.

흠뻑젖은 두 가우라의 등을 기댄 다른 얼굴은 서로를 향해 쌓아온 시간의 겹이 있어 서로 다른 존재가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밑을 바쳐주는 든든함으로 마음의 거리를 좁혀온 결과이다.

상대를 이해한다는 것이 내가 감당해야하는 마음의 무게를 줄여주는 것이 아님도 안다. 그 무게를 안고서도 능히 갈 수 있다는 굳건한 의지의 표현이며 할 수 있길 바라는 염원이기도 하다.

마음의 거리가 변화무쌍한 것처럼 감당해야하는 마음의 무게 역시 들쑥날쑥하기 마련이다. 이 마음의 거리나 무게는 상대를 향하는 내 마음의 속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 속도는 내가 조절할 수 있는것이 아니기에 더욱 그렇다. 상호작용이 꿈틀대는 사이에서 늘 존재하는 관계가 살아 있음의 증거다.

지극히 가까운 마음의 거리, 지금의 이 순간을 든든하게 지켜가는 것,

다ᆢ당신의 넉넉한 마음자리 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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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난풀
여름의 끝자락 쯤에서 찾은 제주도에서 볼 수 있는 꽃들이 많지 않았다. 없으면 없는대로 틈을 즐기면 될 일이기에 마음은 느긋함을 누린다.

그와중에도 볼 것이 생기면 길을 나서는 것은 순식간의 일이라 몸보다 마음이 앞서기 마련이다. 그렇게 해서 한라산 어디쯤 숲에 들었다. 처음으로 보았다.

꽃이 수정처럼 보여 수정난풀이라고 한다. 수정난풀은 햇볕을 직접 받으면 말라 죽는다. 광합성을 하지 못하므로 스스로 영양분을 만들지 못하고 다른 식물에 의지해야 살 수 있는데, 낙엽 속에서 사는 품종이다.

가까운 식물들로는 나도수정초가 있는데 더워지는 5월의 숲에서 볼 수 있다. 모습이 많이 닮았으나 피는 시기가 다르기에 구분하기가 어렵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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