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꽈리아재비
가뭄으로 숲길조차 흙먼지 날리던 때 약수물도 말라버리고 비를 품은 안개가 반가운 산행에서 첫 눈맞춤 한다. 약수터 돌밑에서 순한 꽃을 피웠다.

긴 주머니 모양의 꽃자루 끝에 노란꽃을 피운다. 물가 또는 습기 많은 숲 속에 드물게 자란다는데 가뭄의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꽃을 피웠다. 잎도 꽃도 그저 순한 색과 모양이어서 더 정겹게 다가선다.

물꽈리아재비라는 이름은 물을 좋아하면서 꽈리랑 닮았다는 의미로 붙여진 것으로 추정된다. 꽃이 지고 나서 열매가 생길 때 외형이 꽈리를 닮았다는 것이다.

비록 화려하지 않아도 때가되면 순리에 따라 피고지는 들꽃들의 매력이 여기에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보기드문 식물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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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초
산으로 들로 꽃나들이를 다니면서도 눈에 들어오는 것은 따로 있기 마련이다. 저기 꽃이 피었는데 하면서도 그냥 지나치기 일쑤였으니 꽃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산으로 통하는 어느 마을 입구에 핀 꽃에게 눈길이 머물렀다. 그냥 지나치면 다시는 눈맞춤하지 않을 것 같아 차를 멈췄다.

원예종으로 도입되어 관상용으로 재배하지만 생활력이 강하기 때문에 밖으로 널리 퍼져나온 야생화 되었다고 한다. 극명한 색의 대비가 눈에 띄는 점이 특색이다. 화려한 색의 꽃이 피기 때문에 기생꽃이라고 한다.

'다정다감한 그대의 마음'이라는 꽃말은 어디서 온 것일까. 그러고보니 마을 안길에 무성하게 피었던 것이 생각난다. 꽃을 가꾼이의 마음이 엿보이는도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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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래난초
깊은 땅 속에 침잠하더니 끝내 솟아 올라 간절함을 터트렸다. 그냥 터트리기엔 참았던 속내가 너무도 커 이렇게 꼬였나 보다. 하지만, 그 꼬인 모습으로 이름을 얻었으니 헛된 꼬임은 아니었으리라. 꼬이고 나서야 더 빛을 발하는 모양새 따라 널 마주하는 내 몸도 꼬여간다.

꽃을 보기 위해 연고도 없는 무덤가를 서성인다. 마음 속으로 무덤의 주인에게 두손 모으고 꽃를 보러 찾아왔으니 깊은 땅 속 꽃 많이 피어올리면 더러 나처럼 찾는 이 있어 반가움 있을거라고 넌지시 권한다. 올해는 숲으로 가는 입구에서 떼로 만났다.

전국의 산과 들의 잔디밭이나 논둑 등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뿌리는 짧고 약간 굵으며 줄기는 곧게 선다. 꽃의 배열된 모양이 타래처럼 꼬여 있기 때문에 타래난초라고 부른다. 흰색 꽃이 피는 것을 흰타래난초라고 한다.

하늘 높이 고개를 쑤욱 내미는 것이 옛날을 더듬는 듯도 보이고, 바람따라 흔들거리는 모양이 마치 깡총걸음을 들판을 걷는 아이 같기도 하다. 이로부터 '추억', '소녀'라는 꽃말을 가진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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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어디를 가나 비슷한 모습이다.

까칠한 볕에 깻대를 말리느라 어머니들의 발길이 분주하다.

이마에는 땀방울이 흐르지만 마음 속에는 고소함이 스며들 것이다.

"사람도 아무 곳에나 한 번만 기분 좋게 내리치면

참깨처럼 솨아솨아 쏟아지는 것들이

얼마든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정신없이 털다가

“아가, 모가지까지 털어져선 안 되느리라”

할머니의 가엾어 하는 꾸증을 듣기도 했다."

*김준태 시인의 "참깨를 털면서"라는 시의 일부다.

무심코 지나가다 골목에 풍경에 발길이 붙잡혀 생각은 산을 넘고 물을 건너 어린시절 그곳으로 간다.

두홉들이 소주병에 담겨 자식들에게 갈 어미의 마음들이 팔월 땡볕에 야물게도 여물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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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옥의 비녀 같은 옥잠화玉簪花

天香荏苒透羅帷 천향임염투라유

雪魄氷魂白露滋 설백빙혼백로자

欲識玉簪眞面目 욕식옥잠진면목

請君看取未開時 청군간취미개시

풍겨오는 고운 향내 깁장막에 스며드니

흰 눈의 넋 얼음 혼이 흰 이슬에 젖었구나.

옥잠화의 진면목을 알고자 할진대

채 피지 않았을 때 그대여 와서 보오.

*조선, 세종 때 보한재(保閑齋) 신숙주(申叔舟)가 안평대군의 〈비해당사십팔영(匪懈堂四十八詠)〉에 화답해 지은 〈옥잠〉시다. 흰 빛의 아직 피지 않은 꽃을 읊었다.

“옥잠화에게는 여러 가지 이름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백학선(白鶴仙)이고 다른 하나는 백악(白萼)이라고 한다. 꽃이 하얗고 길이다 두 세 치쯤 된다. 꽃 모양은 밑둥이 적고 끝이 뾰족하다. 활짝 피기 전에는 마치 백옥으로 된 비녀처럼 생겼으므로 옥잠화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옥잠화의 잎은 질경이와 비슷하다. 여러 잎사귀가 뻗은 밑둥에서 줄거리가 솟아나 오뉴월이 되면 줄거리에서 가는 잎이 돋아나고, 줄거리와 가는 잎 사이로 열 몇 개의 꽃떨기가 나온다. 꽃이 필 때는 먼저 꽃 머리의 사면이 조금씩 터지면서, 터진 곳으로 황색의 꽃술이 비죽 나와 아주 좋은 향기가 물씬 풍긴다.”

뜰을 마련하고 하나 둘 식물을 심고 가꾸면서 꼭 들이고 싶은 것이 이 옥잠화였다. 비녀처럼 생겼다는 그 생김세도 좋지만 색깔인 ‘백옥’에 주목했다. 쉽게 물들거나 상하기 쉬운 흰색이지만 곱고 귀한 분위기의 그 느낌이 좋아 기꺼이 들였다. 뜰 한쪽 그늘진 곳에 있지만 꽃 필 때쯤이면 빈번하게 발걸음을 옮긴다. 이제나저제나 꽃 필 날을 기다린다.

*문일평의 '화하만필'을 정민 선생이 번역하고 발간한 책, '꽃밭 속의 생각'에 나오는 꽃이야기에 내 이야기를 더하고자 한다. 책의 순서와 상관 없이 꽃 피는 시기에 맞춰 내가 만난 꽃을 따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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