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자꽃
꽃을 볼 때마다 정채봉의 오세암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스님과 동자 그리고 암자라는 소재가 주는 동일성이 결말이 다른 이야기와 겹쳐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주황색 꽃이 줄기 끝과 잎 사이에서 핀다. 다섯장의 꽃잎이 가운데가 갈라져 심장 모양으로 보인다. 어린아이가 환하게 웃는 모습을 연상해 본다.

동자꽃이라는 이름은 먹을 것을 구하러간 스님을 기다리다 얼어죽은 동자를 묻은 곳에서 피어났다는 전설로 부터 비롯되었다. 우리나라에 자생하고 있는 종류로는 동자꽃, 털동자꽃, 제비동자꽃, 가는동자꽃 등 4종이 있고 한다.

'동자꽃'
배고파 기다리는 것이나
그리워서 기다리는 것이나
모두 빈 항아리겠지요
그런 항아리로
마을 내려다보이는 바위에 올라앉아보는구려
바위 위에는 노을이라도 머물러야 빈 곳이 넘칠 수 있나니
나도 바위 곁에 홍안의 아이나 데리고 앉아 있으면
내 그리움도 채워질 수 있을까요
목탁 소리 목탁 소리 목탁 소리
어디선가 빈 곳을 깨웠다 재웠다 하는
무덤 토닥이며 그윽해지는 소리
*김영남 시인의 동자꽃이란 시다. 동자꽃에 어린 애틋한 마음이 구구절절 담겼다.

전설을 통해서라도 담아두고 싶었던 사람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 '기다림', '나의 진정을 받아 주세요'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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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쌀풀
이때 쯤 그곳에 가면 무엇이 있음을 아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꽃을 보고자 하는 마음이 앞서다보니 무턱대고 찾아가 헤매다 결국 보지 못하던 때를 지나고 이젠 내 나름의 꽃지도를 만들었으니 헛탕치는 일은 많지 않다. 여전히 미 완성된 꽃지도는 시간이 지나면서 더 촘촘해져 간다.

여러 '그곳' 중에 하나인 곳에 가면 볼 수 있다. 그곳의 주 대상은 노랑물봉선이지만 그보다 앞서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대상이다.

연노랑의 꽃이 다닥다닥 붙어서 피었다. 다섯장의 꽃잎을 활짝 펼치기에도 버거울 정도로 바짝 붙었지만 아랑곳 않고 핀다. 줄기 끝에 모여 피어 스스로를 드러내는데 유리한 모습이다. 이런 꽃들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또 다른 세상을 보여준다.

좁쌀풀은 노란색의 작은 꽃들이 서로 다닥다닥 붙어 있는 모습이 마치 좁쌀이 붙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좁쌀에 비교하지만 그것보다는 크다.

올해는 강원도 어느 길을 가다 지나친 꽃을 보고자 차를 세웠다. 길가에 무리지어 핀 꽃이 부지기수다. '잠든 별', '동심'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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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진달래
꽃을 보기 위해 간혹 북쪽으로 먼길을 나서기도 한다. 내가 사는 남쪽에서는 볼 수 없는 꽃들을 보기 위함이다.

그중 하나가 이 꼬리진달래였는데 볼 기회를 만나지 못하다가 드디어 올해 어느 계곡 물가에서 만날 수 있었다.

흰꽃이 줄기 끝에 둥그렇게 뭉쳐서 핀 모양이 몇몇 동물의 꼬리를 닮긴했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아닌가 싶다.

꼬리진달래는 "경상북도·충청도·강원도에서만 볼 수 있는데, 양지바른 산지나 반그늘진 곳에서 잘 자라나 생장속도는 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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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털이슬
초록이 대세인 숲에서 작디작은 꽃을 피운다. 일부러 찾아봐야 보일만큼 작지만 한번 눈에 들면 금방 눈에 띈다. 녹색과 흰색의 대비가 주는 선명성으로 인해 숲에서 살아가는 지혜로 보인다.

털이슬은 이슬처럼 매달린 열매에 털이 잔뜩 난 모습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쥐털이슬은 그 털이슬 보다 작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털이슬, 쥐털이슬, 말털이슬, 쇠털이슬 등이 있는데 다 비슷비슷하여 구분이 쉽지 않다.

눈에 안보일듯 작은 꽃이 피지만 자세히 보면 모양도 색깔도 매력적인 꽃이다. "자세히 보야야 이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나태주 시인의 시와 아주 잘 어울리는 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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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리
여름을 대표하는 꽃은 당연코 나리꽃들이다. 내리쬐는 태양을 닮아 강렬한 기운을 전하고 있다. 주변에서 비교적 쉽게 볼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다소 직관적으로 붙여진 이름으로 구분되는 나리꽃들이다. 꽃이 피는 방향에 따라 하늘나리, 중나리, 땅나리로 잎의 나는 모양에 따라 말나리 등으로 다시 이를 서로 조합하여 부른다. 이 나리꽃들 중에 내가 사는 남쪽에서는 보기 힘든 꽃이 중나리나 하늘나리 등이다.
하늘나리는 백합과 백합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줄기는 곧게 서며 잎은 어긋나고 넓은 줄 모양이다. 꽃은 6~7월에 붉은색으로 피며 줄기 끝부분에서 위를 향해 핀다.

꽃보러 먼길 나선 길에 강원도 함백산 만항재를 찾았다. 지난해 보았던 자리에서 반가운 하늘나리를 다시 만났다. 붉게 핀 꽃이 풀밭 속에서 여기저기 솟아 찾는 이와 숨바꼭질 하고 있다. 하나라도 놓칠세라 눈을 반짝이며 눈맞춤 한다.

노고단에서도 보았던 꽃을 다른 곳에서 다시 볼 수 있어 다행이다. '변치않는 귀여움'이라는 꽃말처럼 주목받기에 충분한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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