感通감통이다
느낌이나 생각이 통한다는 말이다. 이 말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독립된 대상이 있다는 것을 전재로 한다. 대상이 있어야 이것과 저것이 통한다는 것이 성립될 수 있다.

통하기 위해서는 과정이 필요하다. 과정은 수고로움을 동반한다. 이 수고로움은 이해받지 못함, 억울함, 미안함, 아픔, 고독, 외로움, 허탈과 같은 부정적 감정의 변화를 동반한다. 하여, 대개는 그 수고로움을 이겨내지 못해서 관계가 어긋나기도 한다.

또한, 통하기 위해서는 이것과 저것을 이어주는 매개가 있어야 한다. 이 매개는 말, 표정, 몸짓이나 기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무엇을 어떻게 사용하든 이 매개를 통해 하나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수고로움의 과정을 무색케하는 것이 있다. 대상과 본질이 같아 서로 같은 존재임을 알아보는 것이다. 이는 마음의 결과 온도가 같아 곧바로 통하는 심통心通이다.

꽃을 사이에 두고 감통感通에 심통心通이니 여기에 무엇이 더 필요하겠는가?


애기석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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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은근한 노랑색이 친근하게 다가온다. 길가에 무더기로 피어 있지만 주목하는 이가 드물다. 독특한 매력에 한번 보고 단번에 빠저들고 말았다.

왕과는 중부이남 지역의 빈터와 돌담장에 자생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북한에서는 '쥐참외'라고 한다는데 열매와 관련이 있어 보이지만 열매를 확인하지 못해 특정할 수 없다.

잡풀 취급 받아 뽑히거나 배어내기 일쑤여서 지금은 쉽사리 볼 수 없는 식물이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약재로도 사용되었다고 하니 수난 당하기는 매한가지였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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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란초
울진, 망양. 이제는 눈에 익은 바닷가다. 몇 년 사이 주기적으로 방문했고 그때마다 눈맞춤한 꽃들이 있어 어디에 무슨 꽃이 피는지도 알게 되었다.

동해바다 해돋이 구경은 구름의 방해로 포기하고 꽃을 보고자 길을 나섰다. 바닷가를 따라 걸으며 눈에 띄는대로 눈맞춤 한다. 모래사장을 걷기도 하고 솔숲을 어슬렁거리는 시간도 좋다.

그렇게 만난 꽃 중에 하나가 바로 이 꽃이다. 해란초海蘭草는 바닷가에 자라는 난초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동해안을 따라 남북으로 길게 분포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짙고 옅은 노랑색의 조화가 돋보이는 꽃이다. 땅으로 기듯 자라는 줄기 끝에 모여 꽃이 핀다.

화려하지 않아도 이렇게 순하디 순한 꽃이 주는 편안함이 좋다. 달성이라는 꽃말이 의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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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08-12 0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만나는 꽃이라 관심이 쏠리네요.
 

연꽃

명리에 물들지 않는 고결한 군자

詠蓮 영련

風來水面遠飄香 풍래수면원표향

浮植亭亭異衆芳 부식정정이중방

料得濂溪當日愛 요득렴계당일애

非關翠蓋興紅粧 비관취개흥홍장

연꽃을 읊다

물 위로 바람 부니 멀리 향기 퍼지고

깨끗하고 곧게 자란 것이 뭇꽃과 다르네.

생각건대 염계가 당시에 사랑한 것은

푸른 잎과 붉은 꽃 때문이 아니었으리.

-이원, 용헌집, 권1

*알고 보면 반할 꽃시(성범중ㆍ안순태ㆍ노경희, 태학사)에 서른 일곱번째로 등장하는 이원(李原, 1368~1429)의 시 " 詠蓮영련"이다.

연꽃은 여름에 피는 수생식물로 전국 각지의 연못에 자란다. 꽃대 하나에 한 송이씩 달려 흰색 또는 연홍색으로 핀다.

주돈이의 '애련설' 이후 유학자들이 군자의 상징으로 여겨 많이 아끼며 즐겨 감상하였다. 주돈이는 연꽃을 사랑하는 이유로, 진흙에서 나왔으나 더러움에 물들지 않으며, 맑고 출렁이는 물에 씻기지만 요염하지 않으며, 속은 비고 겉은 곧으며, 덩굴을 뻗지 않고 가지를 치지 아니하며, 향기는 멀수록 더욱 맑으며, 꼿꼿하고 깨끗하게 서 있어서 멀리서 바라볼 수는 있느나 함부로 가지고 놀 수 없다는 점을 들었다.

또한, 연蓮은 연戀과 같은 음으로 연蓮은 사랑 또는 애정을 뜻하는 상징물로 취급되기도 하였다. 허난설헌의 시 '採蓮曲채련곡'을 들어 속마음을 드러내는 듯싶다가 다시 숨기는 처녀의 수줍은 심정을 진솔하게 표현하고 있다고 한다. 경상도 민요 '연밥 따는 처자'도 결이 다르지만 같은 맥락으로 이해한다.

내게 연꽃은 어린시절 이후 사찰의 연못이나 동네 방죽에서 봐오던 익숙한 것이었다. 특별한 이유를 찾기는 어려우나 활짝 핀 꽃보다는 봉우리 상태나 아니면 꽃잎을 떨구고 있는 모습에 주목하였다. 매년 빼놓지 않고 크고 작은 연방죽을 찾아 연꽃 보는 것을 잊지 않고 있다.

지금 사는 곳에 연방죽은 없으나 마을 이름이 연화蓮花리다. 이래저래 연꽃향기 속에 묻혀 사는 샘이니 이만한 호사도 드물다.

*'알고 보면 반할 꽃시', 이 책에 등장하는 꽃시를 따라가며 매주 한가지 꽃으로 내가 찍은 꽃 사진과 함께 꽃에 대한 내 나름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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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노랑이

확장 공사가 끝난 국도변에 못보던 꽃이 보였다. 차를 세우고 돌아서서 확인한 것이 서양벌노랑이였다. 서양이 있으면 토종도 있을 것이라 여기며 언젠가 보겠지 했는데 울진과 신안, 제주의 바닷가에서 만났다.

순하면서도 친근한 노랑색이다. 자잘한 꽃들이 모여 있어 존재를 확실하게 드러낸다. 서양벌노랑이의 꽃이 3~7송이씩 뭉쳐 피는데 비해 벌노랑이는 꽃이 1~3송이씩 피는 점이 다르다. 구분이 쉽지는 않다.

노란 꽃이 나비 모양을 닮은데다 벌들이 이 꽃을 좋아하여 벌노랑이라 부른다고 한다. '다시 만날 때까지'라는 꽃말을 떠올리면 저절로 미소가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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