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

명리에 물들지 않는 고결한 군자

詠蓮 영련

風來水面遠飄香 풍래수면원표향

浮植亭亭異衆芳 부식정정이중방

料得濂溪當日愛 요득렴계당일애

非關翠蓋興紅粧 비관취개흥홍장

연꽃을 읊다

물 위로 바람 부니 멀리 향기 퍼지고

깨끗하고 곧게 자란 것이 뭇꽃과 다르네.

생각건대 염계가 당시에 사랑한 것은

푸른 잎과 붉은 꽃 때문이 아니었으리.

-이원, 용헌집, 권1

*알고 보면 반할 꽃시(성범중ㆍ안순태ㆍ노경희, 태학사)에 서른 일곱번째로 등장하는 이원(李原, 1368~1429)의 시 " 詠蓮영련"이다.

연꽃은 여름에 피는 수생식물로 전국 각지의 연못에 자란다. 꽃대 하나에 한 송이씩 달려 흰색 또는 연홍색으로 핀다.

주돈이의 '애련설' 이후 유학자들이 군자의 상징으로 여겨 많이 아끼며 즐겨 감상하였다. 주돈이는 연꽃을 사랑하는 이유로, 진흙에서 나왔으나 더러움에 물들지 않으며, 맑고 출렁이는 물에 씻기지만 요염하지 않으며, 속은 비고 겉은 곧으며, 덩굴을 뻗지 않고 가지를 치지 아니하며, 향기는 멀수록 더욱 맑으며, 꼿꼿하고 깨끗하게 서 있어서 멀리서 바라볼 수는 있느나 함부로 가지고 놀 수 없다는 점을 들었다.

또한, 연蓮은 연戀과 같은 음으로 연蓮은 사랑 또는 애정을 뜻하는 상징물로 취급되기도 하였다. 허난설헌의 시 '採蓮曲채련곡'을 들어 속마음을 드러내는 듯싶다가 다시 숨기는 처녀의 수줍은 심정을 진솔하게 표현하고 있다고 한다. 경상도 민요 '연밥 따는 처자'도 결이 다르지만 같은 맥락으로 이해한다.

내게 연꽃은 어린시절 이후 사찰의 연못이나 동네 방죽에서 봐오던 익숙한 것이었다. 특별한 이유를 찾기는 어려우나 활짝 핀 꽃보다는 봉우리 상태나 아니면 꽃잎을 떨구고 있는 모습에 주목하였다. 매년 빼놓지 않고 크고 작은 연방죽을 찾아 연꽃 보는 것을 잊지 않고 있다.

지금 사는 곳에 연방죽은 없으나 마을 이름이 연화蓮花리다. 이래저래 연꽃향기 속에 묻혀 사는 샘이니 이만한 호사도 드물다.

*'알고 보면 반할 꽃시', 이 책에 등장하는 꽃시를 따라가며 매주 한가지 꽃으로 내가 찍은 꽃 사진과 함께 꽃에 대한 내 나름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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