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망초
가까운 곳에 있어도 눈맞춤하지 못하는 꽃들이 많다. 때를 놓치거나 기회가 없거나 사는 곳을 모르거나 우선 순위에서 밀리거나 딱히 마음이 내키지 않거나 등 수없이 많은 이유가 있다. 이 꽃 역시 그런 이유들 중 하나로 보지 못하다가 생각치도 못했던 나들이에서 우연한 기회에 만났다.


입술망초, 독특한 이름이다. 꽃이 핀 모양이 꼭 입술처럼 생겨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뒤로 약간 말린 윗입술과 아랫입술로 2장의 꽃잎으로 나누어져 있다. 다소 긴 입술이긴 하지만 그럴듯한 비유라서 보는 동안 내내 미소가 지어진다.


꽃의 크기와 모양새가 조금 다를뿐 꽃 피는 부분이 쥐의 꼬리를 닮았다는 쥐꼬리망초와 비슷하다. 망초라는 이름을 가진 망초나 개망초와는 집안이 다르다.


입술망초는 흔하게 보이는 식물은 아니다. 전라남도 화순과 광주 무등산 일대에 자생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비, 그리고 비, 또 비?.

벼가 쓰러진 논 위엔 새들의 만찬장이 되고 단맛을 품어야 하는 감의 속내는 그늘만 짙어간다. 까실한 햇볕이 필요한 때지만 연 이어 내리는 비로 한해 농사 끝맺음이 헐겁게 되었다. 

때를 기디려 만개한 금목서는 밤을 건너지 못하고 향기를 접었고, 순백으로 피어날 구절초의 꽃잎은 이내 사그라들고 만다.

"아침 꽃은 어리석어 보이고, 한낮의 꽃은 고뇌하는 듯하고, 저녁 꽃은 화창하게 보인다. 비에 젖은 꽃은 파리해 보이고, 바람을 맞이한 꽃은 고개를 숙인 듯하고, 안개에 젖은 꽃은 꿈꾸는 듯하고, 이내 낀 꽃은 원망하는 듯하고, 이슬을 머금은 꽃은 뻐기는 듯하다. 달빛을 받은 꽃은 요염하고, 돌 위의 꽃은 고고하고, 물가의 꽃은 한가롭고, 길가의 꽃은 어여쁘고, 담 밖으로 뻗어나온 꽃은 손쉽게 접근할 수 없고, 수풀 속의 꽃은 가까이하기가 어렵다. 그리하여 이런 가지각색 그것이 꽃의 큰 구경거리이다."

*조선시대 사람 이옥(1760년 ~ 1815년)의 '화설花說'의 일부다. 꽃보는 마음이 곱기에 종종 찾아서 읽는 문장이다.

몹쓸 비가 준 선물이다. 

떨어진 꽃잎에 걸음을 멈추고 눈맞춤 한다. 계절이 순환하는 때를 기다려 꽃을 피워야하는 나무와 그 꽃을 보고자 나무와 다르지 않을 마음으로 기다린 내가 한 마음이 되는 순간이다. 시간을 넘어선 눈맞춤이 못다한 향기를 품는다. 

다시 만날 그날을 위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금목서'
향기를 기억하는 몸은 어김없이 고개를 돌려 눈맞춤 한다. 맑아서 더욱 짙은 향기에 비가 스며들어 더욱 깊어지는 속내가 가을이 여물어가는 그것과 다르지 않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것은 진한 초록의 잎이 배경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꽃의 크기에 비해 꽃대가 다소 길게 밀고나와 다소곳히 펼쳤다. 하나로도 충분한데 옹기종기 모여 더 확실하게 자신을 드러낸다. 환상적인 색에 달콤한 향기 그리고 푸르름까지 겸비한 이 나무는 예로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귀한 대접을 받아왔다.


'금목서'는 늘푸른 작은키나무로 목서의 변종이다. 꽃은 9~10월에 황금색으로 피며, 잎겨드랑이에 달리며 두터운 육질화로 짙은 향기가 있다. 목서의 잎은 차 대용으로 끓여 마실 수 있고, 꽃으로 술을 담가 마신다.


다소 과한듯 향기가 진하면서도 달콤함까지 전하는 금목서는 '당신의 마음을 끌다'라는 꽃말을 가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시_읽는_하루

동그란 길로 가다

누구도 산정에 오래 머물수는 없다.
누구도 골짜기에 오래 있을수는 없다.
삶은 최고와 최악의 순간들을 지나
유장한 능선을 오르내리며 가는 것

절정의 시간은 짧다
최악의 시간도 짧다

천국의 기쁨도 짧다
지옥의 고통도 짧다

긴 호흡으로 보면
좋을 때도 순간이고 어려울 때도 순간인 것을
돌아보면 좋은 게 좋은 것이 아니고
나쁜게 나쁜 것이 아닌 것을
삶은 동그란 길을 돌아나가는 것

그러니 담대하라.
어떤 경우에도 너 자신을 잃지 마라
어떤 경우에도 인간의 위엄을 잃지 마라

*박노해의 시 '동그란 길로 가다'다. 세상과 더불어 사는 일에서 더하고 빼기를 반복하는 동안 넘치거나 부족하기 마련일 텐데 균형을 잃지 않고 사는 이들이 있다. 세상이 온기를 품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롯이' 나로 사는 일이 가능할까.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핸드드립커피#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리 41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손바닥 만한 뜰을 거닐며 지난밤의 흔적을 밟는다. 발길에 채이는 이슬을 털고 옹기종기 피어난 물매화와 눈맞춤이 정답다. 

"산 입에 거미줄을 쳐도
거미줄이 가장 아름다울 때는
진실은 알지만 기다리고 있을 때다
진실에도 기다림이 필요하다고
진실은 기다림을 필요로 한다고
조용히 조용히 말하고 있을 때다"

*정호승의 시 '거미줄'의 일부다. '진실은 기다림을 필요로 한다고'하지만 기다림은 침묵이나 멈춤이 아니라는 것은 지난날 거리를 밝혔던 무수한 촛불로 인해 몸과 마음에 각인되었기에 충분히 안다.

느긋한 아침이 가볍지 못하는 이유가 밤을 길게 돌아서 온 시간 때문이 아니다. 주목 받고 있는 한 젊은이의 차분하고 결기 있는 목소리에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어른으로 부끄러움을 느낀 탓이 더 크다.

아름다울 날, 진실이 우뚝 서는 날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