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공간을 지향한다며 하늘을 통으로 들여와 지붕없는 공간을 만들었다. 어디서나 하늘이 보이지만 정작 발딛고 선 땅에선 길을 잃고 갇히고 만다.

건물과 건물, 그 사이 좁은 통로를 걷는 사람들 사이에서 걸음을 멈추고 문득 바라본 하늘이다.

휴ᆢ비로소 숨을 쉰다.
열린 숨구멍으로 가을이 통으로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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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귀개'
자박자박 물기가 밟히는 습지에 노랗게 빛난다. 작아서 허리를 숙이고 숨을 멈추며 주목해야 눈맞춤이 가능하다. 주걱턱을 한껏 벌려 마중하는 모습이다.


모든 생명은 사는 방법이 제 각각이다. 식물이면서 곤충을 잡아 먹으며 사는 것을 식충식물이라 하는데 이 녀석도 같은 종류다.


우리나라 전역 습기가 많고 물이 고여 있는 양지의 풀숲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실같이 가는 흰색의 땅속줄기가 땅 속을 기면서 뻗고 벌레잡이주머니가 군데군데 달린다. 잎은 줄 모양이고 땅속줄기의 군데군데에서 땅 위로 나오며 녹색이다. 밑부분에 벌레잡이주머니가 있다. 벌레잡이 주머니로 습지의 벌레를 잡아먹으며 산다.


꽃은 8∼9월에 노란색으로 핀다. 꽃에는 2개의 수술과 1개의 암술이 있다. 포(苞)는 달걀 모양이고 꽃받침은 2개로 갈라지며 그 조각은 넓은 달걀 모양이다.


꽃이 진 후에는 꽃밥이 커져서 귀이개 모양이 되는데, 이러한 이유에서 땅귀이개라는 이름이 붙었다. 습지 생태계가 많이 파괴되어 국가적으로 취약 종으로 분류하여 관심을 갖고 보존·추적하는 식물이다.


이알초, 땅귀이개라고도 하는 땅귀개는 식충식물이라 그럴까 '파리의 눈물'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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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6-09-03 20: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식충 식물인데 참 아름답군요.. 그래서, 역설적으로 곤충이 몰려드는지 모르겠습니다.

무진無盡 2016-09-03 20:37   좋아요 1 | URL
사는 곳에 적응한 결과가 아닌가 싶어요.
 

'정정임 초대전'


ᆞ2016.9.1~2016.9.31
ᆞ광주광역시 수완재활요양병원 1층 재복갤러리


"오동은 천 년이 지나도 항상 그 곡조를 간직하고
매화는 한 평생 추워도 그 향기를 팔지 않으며
달은 천 번을 이지러져도 그 본질이 남아있고
버드나무는 백 번 꺾여도 새 가지가 올라온다"

桐千年老恒臧曲동천년노항장곡
梅一生寒不賣香매일생한불매향
月到千虧餘本質월도천휴여본질
柳經百別又新枝유경백별우신지

* 조선 중기에 뛰어난 문장력으로 당대 문사들로부터 주목을 받았던 상촌象村 신흠申欽(1566~1628년)이 시다.


매화와 달을 세기는 화가의 마음과 400 여년 전 매화와 달을 노래했던 선비의 마음이 다르지 않아 보인다.


어디 깎고 세긴다고 매화며 달이 저절로 피고 저절로 떠오를리 없다. 엄동설한 모진 바람과 눈보라를 이기고 나서야 매화는 비로소 향기를 품을 수 있고, 어둠 속 그 적막을 견디고 나서야 달은 비로소 웃을 수 있다.


없는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닐 것이다. 살아오는 동안 스스로를 돌아보며 가슴 속 깊이 쌓이고 쌓였던 성찰의 결과가 자연스럽게 드러나 꽃으로 피고 향기가 번져 하늘에 닿아 달에 이르른 것이리라.


달빛이 매화 봉우리를 깨워 꽃이 피듯 은은한 매화 향기와 고고한 달빛이 만나 꿈이 현실이 되었디.


정정임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학과, 동 대학원 미술학과 졸업
-개인전 19회, 아트페어 및 해외전 17회, 기획초대 및 그룹전 300 여회
-정정임 아트스튜디오
광주광역시 서구 화산길 22-11
dami08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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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꽃에서 가을을 본다.
담장안에 갇힌 그리움은 너무도 가혹한 형벌일지도 모르겠디. 담장을 넘어야 꽃을 피운 까닭을 내보일 수 있다는듯 드리운 가지끝에 꽃봉우리를 맺었다.


내년 쯤이나 꽃을 볼 수 있을까 했는데 여름볕에 하루가 다르게 줄기를 뻗더니 마침내 꽃봉우리를 터트렸다. 지지난해 어린 묘목을 구해다 담장 아래 심어두고 키가 커가는 올해 지지대를 세웠다. 여름 무더위에 쑥쑥 자라더니 여름 끝자락에서야 꽃을 보여준다.


담을 쌓아 스스로를 가둔 것이야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담장 너머로 꽃을 피워 담아둔 속내를 드러내는 것은 아직도 세상을 향한 꿈을 꾸고 있음을 증명하는 일이다.


담을 넘어온 꽃에 담은 그 꿈과 함께 이미 가을인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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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쟁이바위솔"
작디작은 것이 바위에 의지해 터전을 꾸리고 순백의 꽃을 피운다. 제법 살이 오른 잎을 의지해 꽃을 피웠다.


어쩌다 바위에 터를 잡아 고난의 시간을 보내는 것일까. 제각기 삶을 꾸려가는 방식은 다르다지만 때론 안쓰러울 때가 많다. 꽃을 피워 존재를 드러내고 그것으로 다시 삶을 이어가는 것이 나와 다르지 않아서 고맙다. 간밤에 내린 비와 지나가는 바람만 겨우 인사를 건네지만 그것으로도 충분하다.


'난쟁이바위솔'은 안개가 많은 깊은 산의 바위틈에서 주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키는 작고, 잎은 줄기 끝에 모여 있으며 끝이 뾰족하다.


꽃은 흰색과 연분홍색이다. 이 식물은 안개에서 뿜어주는 습기를 먹고 살아가기 때문에 안개가 자주 끼지 않아 바위나 주변에 습기가 없는 곳에서는 꽃이 연분홍색으로 자라며 잎의 특성상 푸른색도 옅어진다. 그러다가 다시 수분이 많아지면 잎의 푸른색이 돌아오고 꽃도 흰색으로 된다.


난쟁이바위솔은 작고 바위에 붙어 살며 잎 모양이 솔잎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척박한 환경에서 날아남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라는 듯 '근면'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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