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싸리'
하얀 애기 나비가 세상을 향한 첫 날개짓이라도 이리 조심스러울 수는 없을 것이다. 가냘픈 것이 이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훨훨 날아 꿈을 펼치길 바래본다.


출근길, 길가에 언듯 비치는 하얀 꽃의 날개짓이 눈을 사로 잡는다. 기어코 차를 세워 눈맞춤하고야 만다. 작고 여리고 하얀 색의 그 모습이 보면 볼수록 더 아름답다.


'좀싸리'는 한국 원산으로 중부 이남의 산기슭이나 숲 속에서 자라는 낙엽활엽 반관목으로 분류되는 식물이다. 잎은 어긋나고 세 장의 작은 잎으로 된 겹잎이다.


꽃은 8∼9월에 피고 백색의 나비모양인 작은 꽃잎과 꽃잎 기부에는 적색 반점이 있고, 꽃받침(花托)은 자색을 띠며, 1쌍씩 드물게 핀다.


가지가 길고 가늘다는 뜻을 담고 있는 '좀'을 붙여 식물의 특징을 나타내고 있다. 그럴듯한 이름이다. 좀싸리도 같은 뜻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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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하다'
詩時
-진은영 글, 손엔 사진, 예담


조심하지 않는 바람에 마음이 온통 시로 얼룩졌다. 오롯이 나를 위해 쓰다듬고 울어주고 사랑하는 시간 "밤바람을 깨워서라도 꼭 읽고 싶은 시가 있다"


진영은 시인이 고른 92편의 시와 시인의 다정한 위로가 담긴 글과 사진이 만나 새롭게 시와 만나는 시간이 된다.


'시시'는 '보잘 것 없음'이라는 겸사에 더하여
'여러 편의 시詩詩'라는 뜻이 숨어 있고 동시에
'시가 필요한 시간詩時'이라 명할 수 있다.


심보선 시인의 "간절하고 간절하여 거짓말을 진실로 뒤바꾸는, 시"라는 추천의 글 처럼 가을 한 복판으로 달라가는 마음에 시 한편 놓아두어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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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다.
몸뿐만 아니라 마음으로도 기꺼이 받아들이는 아침, 비로소 햇살은 이렇게 찬란한 빛으로 가을을 열어간다.

깊고 높아지는 하늘만큼ᆢ가슴 가득 곱디고운 햇살로 채워가리라.

그대도 그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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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이질풀'
연붉은 꽃잎에 선명한 줄무늬 그 중심에 우뚝선 꽃술이 각기 제 멋을 뽐낸다. 무엇하나 모자람이 없지안 서로 어긋나지 않고 조화를 이룬다.


지리산 노고단 생태복원지구에 둥근이질풀이 지천이다. 원래부터 있는 종인지 아니면 이식해온 것인지는 모르나 제 터전인양 자리잡고 다른 종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식물의 다양성을 보고 싶은 방문자에겐 아쉬움이 많다.


둥근이질풀은 산과 들의 반그늘 혹은 양지바른 곳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식물 전체에 털이 조금 나 있고, 줄기는 곧게 서며 가지를 친다.


꽃은 6~7월에 연분홍색 꽃이 줄기 끝에 달려 핀다. 꽃잎은 5개이고 달걀 모양이며 수술보다 길다. 흰색 꽃이 피는 것을 흰둥근이질풀이라고 한다.


둥근이질풀은 이질풀의 한 종류로 잎의 모양이 둥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질풀이란 이름은 이질에 걸렸을 때 이 풀을 달여서 먹으면 낫는다고 하는데서 유래한다.


왕이질풀·참쥐손풀·참이질풀·조선노관초·둥근쥐손이라고도 하는 둥근이질풀은 색이 주는 아름다움에서 연유한 듯 '새색시'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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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취하다'
묵취향서墨醉香序
-이옥(李鈺)

나는 책을 좋아하고 또 술을 좋아한다. 그렇지만 거처하는 지역이 외지고 이 해는 흉년이기도 하므로, 돈을 꾸어다 술을 사올 길이 없다. 바야흐로 따듯한 봄기운이 사람을 취하게 만들므로 그저 아무도 없고 어떤 집기도 없는 방안에서 술도 없이 혼자 취할 따름이다. 

어떤 사람이 내게 술단지에다 '시여취詩餘醉' 한 질을 넣어 선사하였다. 그 내용은 곧 '화간집花間集'과 '초당시여草堂詩餘'였고, 편집한 사람은 명나라 인장鱗長 반수潘叟(潘游龍)였다. 

기이 하여라! 먹은 누룩으로 빚은 술이 결코 아니고, 서책은 술통과 단지가 결코 아니거늘, 이 책이 어찌 나를 취하게 할 수 있으랴? 그 종이로 장독이나 덮을 것인가? 이렇게 생각하면서 그 책을 읽고 또 읽었다. 

그렇게 읽기를 사흘이나 오래 하였더니, 눈에서 꽃이 피어나고 입에서 향기가 머금어 나왔다. 위장 안의 비린 피를 깨끗이 쓸어버리고 마음에 쌓인 먼지를 씻어주어, 정신을 기쁘게 하고 온 몸을 안온하게 하여 주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무하유의 곳으로 빠져들었다. 아아! 이것이 술지게미 언덕 위에 노니는 줄거움이니 제구虀臼에 깃들어 살아감이 마땅하도다. 

무릇 사람의 취함이란 것은 어떻게 취하느냐에 달려 있지, 꼭 술을 마신 뒤에야 취할 필요가 없다. 붉은 색과 초록빛이 현란하고 아롱져 있다면, 사람의 눈은 그 꽃이나 버드나무에 취하게 된다. 연지분과 눈썹먹으로 그린 눈썹이 화창하다면, 사람의 마음은 혹 그 아리따운 여인에게 취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 책이 거나하게 취기가 돌게하여 사람을 몽롱하게 만드는 것이, 어찌 한 섬 술이나 다섯 말의 봉급만 못하겠는가? 

시여의 장조長調와 단결短闋은, 즉 달 아래서 석 잔 술로 축수祝壽하는 것과 같다. 시여에 있는 자가 구양수歐陽脩, 안수晏殊, 신기질辛棄疾, 유영柳永은 바로 꽃나무 사이에 함께 노니는 여덟 신선의 벗이다. 이 책을 읽어서 묘처를 터득하는 것은, 그 짙은 맛을 사랑하는 것이다. 읆조리고 낭송하면서 감탄하여 마지 못하는 것은, 취하여 머리까지 적시는 것이다. 때때로 운자韻字를 밟아서 곡조에 맞추어 지어보는 것은, 극도로 취하여 토해내는 것이다. 이 책을 베껴서 책상자 속에 보관하는 것은, 장차 이것을 도연명陶淵明의 차조 밭으로 삼으려는 것이다. 

나는 모르겠다. 이것이 책인지 아니면 이것이 술인지? 오늘 날에 또한 누가 능히 이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옥(李鈺, 1773~1820), '묵취향서(墨醉香序)라는 글이다. 이 글은 '선생, 세상의 그물을 조심하시오'(이옥 저/심경호 역/태학사2013 초판 4쇄)에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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