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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대'
뒷산 닭의난초가 피는 계곡에 보고 싶은 꽃이 있어 발걸음을 한다. 숫잔대 보러갔더니 멀리만 돌다 정작 가까이 있는 꽃은 때를 놓쳤다. 지금 피는 꽃이 그것만 있는 것은 아니라도 아쉬움은 쉽게 떨치지 못한다. 산길을 벗어날 무렵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곱게 빛나는 꽃을 만났다.


하늘색 꽃이 종 모양으로 줄기따라 줄줄이 달렸다. 암술머리는 길어 꽃 밖으로 나와 나 잔대라고 표시하고 있다. 가을 하늘을 닮았는지 짙은 하늘색의 색감 유독 좋다.


유사종으로 잎이 넓고 털이 많은 것을 털잔대, 꽃의 가지가 적게 갈라지고 꽃이 층층으로 달리는 것을 층층잔대를 비롯하여 숫잔대, 당잔대, 두메잔대, 둥근잔대 등 종류가 많아 구분하기도 쉽지 않다.


약초꾼에게는 약재겠지만 꽃쟁이에게는 천상 꽃으로만 보인다. '은혜'라는 꽃말은 약효로부터 유래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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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된 벗을 얻을 수 있다면

만약 한 사람의 지기知己를 얻을 수 있다면 나는 마땅히 십 년 동안 뽕나무를 심을 것이고, 일 년 동안 누에를 길러 손수 다섯 가지 색의 실을 염색할 것이다. 열흘에 한 가지 색의 실을 염색한다면 오십 일 만에 다섯 가지 색의 실을 염색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오색의 실을 따뜻한 봄날 햇볕에 쬐어 말리고, 아내에게 부탁해 수없이 단련한 금침으로 내 지기의 얼굴을 수놓게 해 기이한 비단으로 장식하고 고옥古玉으로 축을 만들 것이다. 그것을 높게 치솟은 산과 한없이 흐르는 물 사이에 걸어 놓고 서로 말없이 마주하다가 해질녘에 가슴에 품고 돌아올 것이다.

若得一知己 我當十年種桑 一年飼蠶 手染五絲 十日成一色 五十日成五色 曬之以陽春之煦 使弱妻 持百鍊金針 繡我知己面 裝以異錦 軸以古玉 高山峨峨 流水洋洋 張于其間 相對無言 薄暮懷而歸也

*이덕무의 '선귤당농소蟬橘堂濃笑'에 나오는 글이다. 한정주는 '문장의 온도'에서 이글에 언급한 벗의 예를 다음의 경우로 이야기 한다.

"김시습의 매화와 달, 성수침의 소나무, 허난설헌의 난초와 눈, 최북의 붓, 정약용의 차, 정철조의 돌, 이긍익의 명아주 지팡이, 유금의 기하학, 서유구의 단풍나무, 김정호의 산, 이규보의 거문고와 시와 술, 허균의 이무기, 박제가의 굴원의 초사, 이덕무의 귤과 해오라기와 매화"

*대부분 자연에서 찾은 벗들이다. 어찌 사람 사이 벗의 이야기를 하면서 '겸재 정선과 사천 이병연'과 같은 예를 찾지 않은 것일까. 나 역시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지만 사람과 사람이 벗으로 사귐의 어려움을 반증하는 것이라해도 불편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

나는 어떤이의 벗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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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괴불주머니'
묘한 모습이다. 과하지 않은 은은한 색이 어울려 스스로를 돋보이게 한다. 이처럼 하늘 아래 같은 것 어디 하나라도 있더냐. 모두 제 빛과 제 모양으로 제 삶을 살아가는 것이지.


서 있는 괴불주머니에서 온 이름이다. 숲 속 그늘진 습지에서 자라며 현호색의 범주에 속한다. 멸치를 닮아 보이기도 하고 늘씬한 허리가 일품이다. 뒤쪽에 꿀주머니가 있는데 끝으로 갈수록 가늘어진다.


산괴불주머니, 염주괴불주머니, 자주괴불주머니, 눈괴불주머니ᆢ많기도 하다. 피는 시기나 모양에 따라 구분하는데 이들을 다 구별하기엔 아직은 내 성의가 부족하다.


'보물주머니' 라는 꽃말은 생김새에서 온 듯 하다. 봄에 현호색으로 눈호강했다면 이 가을엔 선괴불주머니를 눈여겨봐도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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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송이풀'
닮은꼴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나도수정초, 나도바람꽃, 너도바람꽃, 너도밤나무, 나도밤나무ᆢ처럼 '나도'나 '너도'를 이름에 포함하고 있는 식물들은 원래는 완전히 다른 분류군이지만 비슷하게 생긴 데서 유래 한 것이다.


이렇게 식물 이름 앞에 붙는 접두사로 나도, 너도를 비롯해서 참, 개, 물, 갯, 섬, 구름, 두메, 섬, 돌, 바위, 며느리ᆢ등 다양하며 식물의 특성을 나타내 주고 있다.


연한 홍자색 꽃이 줄기 윗부분 잎자루의 아래에서부터 위쪽으로 올라가며 핀다. 커다랗게 벌린 입 모양으로 다소 사납게 보이기도 한다.


송이풀은 이 풀의 꽃이 피어나기 시작하면 송이를 따기 시작한다는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그 송이풀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송이풀보다 늦게 피고 전체적인 크기도 작다.


숫잔대가 아직도 피어있을까 하고 찾아간 뒷산에서 피어 있는 무리를 만났다. 멀리 돌아다니느라 가까운 곳의 꽃을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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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박하'
빛에 대해 더 민감해진 것은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을 때부터였다. 순광이 아니라 대상을 사이에 두고 빛을 마주보는 역광이 만들어 주는 환상의 순간에 주목한다. 사람의 관계도 서로를 더 돋보이게 하는 사이라면 특별한 향기가 베어날 것이다.


볕으로 영글어가는 가을 숲에 들면 흔하게 만나는 식물이다. 뾰쪽한 삼각형 모양으로 끝을 세우고 자주색 꽃이 줄기 아래에서 위쪽으로 올라가면서 핀다. 아주 작은 꽃이 무리지어 피어 존재를 확실히 드러낸다.


박하의 한 종류이며, 박하가 주로 들에 자라는 반면 산에 자라서 산박하라고 한다. 이와 비슷한 식물로 오리방풀이 있다. 오리방풀은 잎의 끝이 꼬리처럼 길어 구분된다.


자잘한 꽃들이 빛을 받아 환하게 웃는다. 각기 무엇인가를 향해 주목하고 있다. 지나 온 시간을 회상이라도 하는 것일까. '추억'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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