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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국
바다를 떠난 그리움이 해마다 깊어져 속내가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일까. 꿈 속 바위에 부딪치던 바다의 멍든 가슴을 함께 아파하느라 바다를 품어버린 흔적일까. 산을 넘어 아침 햇살이 전해주는 바다소식이 닿기까지 꽃은 한껏 치장을 하고 있다.


남쪽바다를 떠나 뜰에 든 해국은 해마다 품을 넓혀 바다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는 것일까. 더욱 풍성해진 모습으로 가을날의 뜰을 바다색으로 물들이고 있다.


바닷가에 자라는 국화라서 해국海菊이라고 한다. 두툼한 잎에 강인한 줄기로 바닷가 돌 틈에서 해풍을 맞으며 자라는 강한 생명력을 보여주는 꽃이다. 늦가을까지 탐스러운 꽃을 피운다. 흰색으로 피는 꽃도 있다고 하나 직접 보지는 못했다.


해풍에 시달리면서도 곱고 풍성한 꽃으로 말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침묵'이라는 꽃말에 오랫동안 갇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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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매화'
한해를 기다려 꽃을 보고자 한다. 계절마다 피는 그 많은 꽃들 중에 놓치지 않고 꼭 눈맞춤하고 싶은 꽃은 따로 있기 마련이다.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라지기에 눈맞춤에 대한 갈망도 다르지만 꽃을 보고자하는 마음은 같을 것이다. 그 한자리를 차지하는 꽃이 이 물매화다.


누군가는 벗을, 누군가는 그리운 연인을, 누군가는 살뜰한 부인을 누군가는 공통의 이미지인 아씨를 떠올린다. 유독 사람받는 꽃이기에 수난을 당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때를 놓치지 않고 피어 눈맞춤할 기회를 준다.


꽃에 투영된 이미지 역시 제 각각이다. 이제 이 꽃은 오매불망하던 꽃과 계절이 네번 바뀌는 동안에도 넣었던 청을 잊지 않고 흥쾌히 자리를 마련해준 이의 눈망울로 기억될 꽃이다.


서리 내리고 눈 올때 까지도 많은 꽃들이 피고지겠지만 올해 내 꽃놀이의 백미는 여기에 방점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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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쑥부쟁이'
가을 들판에 무수히 피는 꽃들을 정확히 구분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별하지 못하는 너하고 
이 들길 여태 걸어왔다니


나여, 나는 지금부터 너하고 절교(絶交)다!


*안도현의 시 '무식한 놈'이다. 매년 가을이면 한번씩은 찾아보며 미소 짓는 시다. 쑥부쟁이, 개쑥부쟁이, 가새쑥부쟁이, 단양쑥부쟁이, 까실쑥부쟁이, 섬쑥부쟁이, 갯쑥부쟁이, 미국쑥부쟁이 등 꽃쟁이 눈에도 구분이 어려운게 쑥부쟁이들이다. 물론 구절초와 쑥부쟁이의 구분이 비교적 쉽다.


개쑥부쟁이는 쑥부쟁이의 한 종류로, 쑥부쟁이와 거의 비슷하다. 가지를 많이 쳐서 꽃이 핀 모습도 훨씬 풍성해 보이고, 잎의 톱니가 훨씬 더 뚜렷하고, 꽃이 진 뒤 봉오리에 털이 송송 나 있고, 꽃받침잎이 뒤로 까지는 것 등으로 구분되는 쑥부쟁이와의 구별은 쉽지가 않다.


흔하게 보여 그 이쁜 모습을 놓치기 쉬운데 쑥부쟁이는 누가 봐주지 않아도 묵묵히 가을을 넉넉한 풍경에 특별한 수를 놓고 있다. 쑥부쟁이의 꽃말이 '평범한 진리'라 이와 비슷한 이미지가 맞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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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화'
계절의 변화의 지표로 삼는 것들 중에서 꽃만큼 확실한 것이 또 있을까. 생의 주기가 짧아 사계절 중에 모든 것을 다 보여주는 초본식물로 계절의 변화를 가늠하는 기준으로 삼아도 크게 틀리지는 않아 보인다.


연한 자주색 꽃잎에 노랑꽃술이 유난히 돋보인다. 서로를 빛나게 하는 꽃잎과 꽃술의 어울림이 좋다. 모든 힘을 꽃에 쏟아부어서 그럴까 열매를 맺지 못하고 뿌리로 번식한다.


가을을 밝히는 꽃이라는 의미로 추명국으로도 불리지만 서리를 기다리는 꽃이라는 뜻의 대상화가 정식 명칭이다. 봄맞이가 봄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이름을 가졌듯 가을의 의미를 이름에 고스란히 담았다.


가을 서리에 맥 못추는 것들로 대표적인 것 역시 초본식물들이다. 이름에 가을의 의미를 품었지만 순리를 거스리지는 못한다는 듯 '시들어 가는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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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담'
가을 숲은 빛의 천국이다. 겨울을 준비하는 마음에 온기로 스미듯 달려드는 가을볕의 질감이 대상을 더 빛나게 한다. 황금빛을 빛나는 들판이 그렇고 요란스러운 단풍이 그렇다. 그 가운데 꽃보는 묘미를 빼놓을 수 없다.


짙은 청색의 색감이 주는 신비로움이 특별하다. 먼 하늘로 땅의 소리를 전하고 싶은 것인지 세워둔 종모양의 꽃이 줄기끝이 모여 핀다. 가을 햇살과 잘 어울리는 꽃이다.


용담龍膽은 용의 쓸개라는 뜻이다. 그만큼 약재로 유용하게 쓰였다는 의미일 것이다. 약초꾼이 아니기에 이쁜 꽃일 뿐이다. 가을 산행에서 놓칠 수 없는 꽃이다.


아름다운 꽃에는 유독 슬픈 꽃말이 따라붙는 경우가 많은듯 하다. '당신의 슬픈 모습이 아름답다'는 꽃말은 어디서 유래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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