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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론 -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15년 4월
평점 :
이 시대 어른의 마음을 만나다
혼란스럽다. 오늘날의 정치 현실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표현이다. 모두가 아는 이 정치현실을 올바로 극복할 처방을 내 놓은 사람이 없다. 그것이 더 큰 문제다. 정치권력을 책임지는 세력은 자신의 본분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여야를 막론하고 다 한가지다. 이런 현실에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 시대를 아루를 어른이 필요하다. 집에서는 가장이 필요하듯 마을 공동체에는 마을 어른이 나라에는 그 나라의 어른이라는 존재가 필요하다. 이 어른이 꼭 정치일선에서 서 있을 필요는 없다. 사회 어느 곳에 있든 든든한 어른의 역할을 하면 된다.
우리시대 어른이라고 할 만 한 분은 그리 많지 않다. 그중 한분이 바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과 ‘강의’의 저자 신영복 선생이다. 신영복 선생은 육사에서 교관으로 있던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무기징역형을 받고 대전·전주 교도소에서 20년간 복역하다가 1988년 8 ·15 특별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그 후 대학에서 강의를 이어오다 2014년 겨울 학기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대학 강단에 서지 않는다. 마지막 강의를 채록해 책으로 엮은 것이 이 담론이다.
이 책은 강의를 엮어 공감과 소통의 장(場) 신영복 선생의 강의실을 고스란히 책으로 옮겨놓았다. 중심내용으로는 크게 2가지 부분으로 나뉜다. 1부 ‘고전에서 읽는 세계 인식’과 2부 ‘인간 이해와 자기 성찰’이 그것이다. 중심주제는 당연히 사람이면 그 사람이 사회적 관계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집중된다.
1부‘고전에서 읽는 세계 인식’는 ‘맹자·노자·장자·묵자·한비자’로 계속 이어진다. 이 동양 고전에서 얻어야 할 인간 중심의 사고와 관계를 살피고 2부 ‘인간 이해와 자기 성찰’의 글은 신영복 선생이 20년의 감옥생활 속에서 만난, 기구하고 기막힌 사람들의 놀랍고도 슬픈 얘기들을 구체적으로 풀어놓았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후 뒷이야기를 담았으며 “주체와 대상의 엄숙한 혼혈의식 그 자체”에 비유하면서 신 교수는 “관계없이 인식 없다”는 결론을 도출한다.
1부 중 ‘이웃을 내몸 같이’라는 주제에서 다루고 있는 '감어인'鑑於人은 자신을 사람에게 비추어 보라는 말이다. 제자백가 중 묵자가 원전이다. 보여 지는 모습으로 거의 전부를 판단하는 세상이라고 한탄들 한다. 그렇다면 보여지는 모습을 전부 무시하란 말인가? 보여지는 모습은 속내를 드러내는 중요한 방편이니 그 드러남을 통해 속내를 보는 통로로 삼는다면 드러남은 백분 활용해야할 측면이 된다. 그리고 마지막 장의 ‘석과불식’碩果不食의 석과는 가을에 나뭇가지 끝에 하나 남겨 둔 ‘씨 과일’을 가리키며 이를 ‘최고의 인문학’이라고 설명한다. 나무가 뼈대를 드러내며 잎을 떨어뜨려 뿌리를 따뜻하게 덮는 이 석과불식의 요체를 그는 “사람을 키우는 일”이라고 했다. 사람이 곧 뿌리라는 것이다.
“시냇물이 냇물을 벗어나 강물이 되고 강물이 벗어나 바다가 되는 것처럼, 우리 역시 부단히 변화해야지만 소통이 가능하다. 숲은 나무 한 그루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나무들이 존재해야 한다.서로 나무가 되자.”
신영복 선생의 이야기다. 이 사회가 사람을 주목하고 그 사람들의 관계가 올바로 설정되어 팍팍한 삶 속에서 한 줄기 위로와 격려가 되었으면 좋겠다. 담론으로 통해 전하고 싶은 이 시대의 어른 신영복 선생의 바람과 만나는 시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