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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택리지 - 강제윤의 남도 섬 여행기
강제윤 지음 / 호미 / 2015년 1월
평점 :
인문학적 시각으로 바라본 바다와 섬
내게 섬은 로망 중 하나다. 특별한 이유를 찾지 못하지만 바다와 섬은 늘 가보고 싶은 곳이며 살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어릴 적 바다 근처에서 살았다는 것도 그 이유 중하나일 것이며 삼면이 바다고 섬 또한 부지기수로 많은 남쪽 땅에서 살았다는 것도 한몫 차지할 것이다. 그렇게 가까이 바다와 섬이 있지만 섬이나 바다에 주목하지는 못했다. 아니, 주목하지 않았다는 말이 맞는 말일 것이다.
그러던 중 2006년 발행된 ‘일상과 역사를 가로지르는 우리 바다 읽기’라는 주강현의‘관해기’라는 책을 통해 바다와 섬 그리고 그 속에 살아왔던 사람들에 관심을 가졌다. 나에게 '관해기'는 바다를 인문학적으로 살피는 첫 책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 후 강제윤의 '섬 택리지'를 만났다. ‘숨어사는 즐거움’을 발간하던 보길도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섬을 떠돌기 시작한 것으로부터 강제윤이 섬에 주목하여 자신의 발로 섬을 찾아다닌 지 십 여 년이 지났다고 한다. 그렇게 발로 쓴 섬 탐사여행기가 일곱 번째 책으로 묶였다. 그 책이 바로 ‘섬 택리지 : 강제윤의 남도 섬 여행기’다.
'섬 택리지'는 조선시대 영조 때 이중환이 지은 우리나라 지리서 ‘택리지’에서 따온 제목이라고 한다. 이중환의 책처럼 본격적인 지리서는 아니지만 이중환의 ‘택리지’가 뭍과 사람 사이에서의 인문학적인 관계를 살폈다면, 「섬 택리지」는 바다와 섬이라는 자연환경과 인간 생활을 인문학적인 시각에서 살폈다.
“도초도의 고란리는 이 나라에서 돌담들이 가장 완벽히 보존된 마을 중 하나지만 나그네에게 발견되기 전까지는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다. 장산도와 신의도의 백제시대 고분들과 흑산도에 삼국시대 존재했던 국제 해양도시의 유물들을 비롯해,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어업 유물인 생선을 절이는 데 사용한 간독들이 섬의 풀숲에 파묻혀 있다.”
이처럼 저자가 발품 팔아 섬을 돌며 발견한 돌담이나 독살 같은 유형의 보물이 적지 않다. 그밖에도 삼백 년 된 국보급 옛 선창이나 독살, ‘원안의 논’ 같은 해양문화 유적과 어업 유물이 뿐 아니라, 뭍을 그리워하는 섬사람들의 애환을 담은 가거도 할머니의 민요, 제주도 ‘이어도 사나’의 흑산도 버전이랄 수 있는 흑산도 해녀 할머니가 불러주는 ‘진리 뱃노래’와 같은 구성진 들노래 등이나 흑산도 진리 당집의 피리 부는 소년과 처녀귀신의 사랑 이야기, 비구니와 비구의 사랑이 놓은 애틋한 노둣돌 이야기 등 무형의 보물들이 산재해 있음을 알려준다. 뿐만 아니라 섬 역시도 개발논리에서 자유롭지 못한 곳이다. 방조제나 조력발전소가 들어서면서 파괴되는 갯벌과 문화유산, 해안도로를 내기 위해 어부림(魚付林)을 파괴하고 천 년 된 당집이 허물어지고 그 자리에 체육공원이 들어서는 것을 보는 안타깝다.
남도 섬을 여행하며 인문학적 시각으로 섬을 읽어보자는 강제윤의 시각이 따스하다. 섬 문화와 해양 유산, 역사와 지리, 인물 등 유형과 무형의 숨어 있는 보물을 발견하고 이를 어떻게 보존하며 지킬 것인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결국 섬이라는 단절된 공간이었기에 가능했을 사람의 이야기를 이제는 주목해 보자는 말 일 것이다. 강제윤, 그가 있어 섬이 더 가까이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