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의

신령스러움이니,

호랑이의

산어른다운

위세로다"

 

 

단원 김홍도(檀園 金弘道, 1745~1806) 송하맹호도(松下猛虎圖)

조선 18세기 후반, 비단에 채색, 삼성미술관 리움

 

고금을 막론하여 우리나라 최고의 사실주의 즉 극사실주의(極寫實主義) 그림으로 평가받고 있는 한국화가 바로 단원이 그린 '송하맹호도(松下猛虎圖)'이다. 풍속도로 유명한 김홍도의 지극히 섬세한 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긴 몸에 짧은 다리, 소담스럽게 큼직한 발과 당차 보이는 작은 귀, 넓고 선명한 아름다운 줄무늬와 천하를 휘두를 듯 기개 넘치는 꼬리, 세계에서 가장 크고 씩씩하다는 조선 범이다.”

 

예전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김홍도는 호랑이를 그리기 위해 실제 호랑이를 보고자 했고 막상 호랑이와 직면하였을 때 무서움에 꼼짝하지 못하면서도 반짝이는 눈으로 호랑이를 바라보던 김홍도의 눈을 잊을 수 없다. 그런 정신이 오롯이 담겨진 그림이다.

 

박지원의 소설 호질(虎叱)에서 썩어빠진 선비를 꾸짖고 호통치던 꼭 그 호랑이와 같다. 하지만 무서움을 넘어선 위엄이 자리 잡고 있다. 산 중의 어른이라고 하는 호랑이의 위엄이 그대로 살아 있다. 이는 우리 민족이 호랑이를 대하는 마음이 반영된 때문이리라.

 

오주석은 그의 다른 저서 한국의 미 특강에서 현재 보물이나 국보로 지정되어 있지는 않지만 초국보급 작품이며 즉각 국보로 지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근거로 첫째, 호랑이를 화폭에 가득 차게 하는 균형 잡힌 구성과 여백으로 호랑이의 위엄이 절로 넘친다는 것. 둘째, 소재로 삼은 조선 호랑이 자체가 지구상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동물이라는 것. 셋째, 그림 자체의 초사실성에 있다. 넷째, 호랑이의 생태가 그림 속에 녹아 있다는 것이다.

 

이 그림을 통해 한국미에는 '무계획적' 또는 '자연 그대로의' 소박성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극단적인 사실성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런 사실성이 한국미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최석조는 주장한다. 이에 더하여 송하맹호도의 호랑이와 같은 이런 걸작 미술품들이 박물관에만 걸려 있을 게 아니라 우리 피부에 살갑게 와 닿는 '촉촉한 생필품'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피력하고 있다. 우리 국가대표팀 유니폼에 붙는 마크를 송하맹호도의 호랑이를 사용하면 어떨까 하는 것이다.

 

이 그림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이 그림이 단원과 단원의 스승인 표암 강세황(豹菴 姜世晃, 1713~1791)의 합작품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오주석은 이런 이야기는 작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후세에 누군가 그림 값을 높이기 위해 조작했다는 것이다. 이 의견에 공감한다.

 

오주석이 사랑한 우리 그림’(월간미술, 2009) 속의 그림을 다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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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종 2015-02-01 23: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홍도가 이런 섬세한 그림도 그렸군요.
풍속도에서 보여지는 인물들의 생생한 표정과 옷의 주름을 표현하는 깔끔한 선과는 또 다른 느낌입니다.
윤곽을 이루는 가장자리의 털은(회색으로 표현된 부분이 가장 맘에 듭니다^^)윤두서의 `자화상`이 연상될 정도로 사실적이네요. 눈썹에 난 털까지도.
직접 보지 않고는 그려낼 수 없었겠죠? 사진으로 찍었어도 이런 장면이 나올까 싶네요.
김홍도의 또 다른 매력을 보고 갑니다.

무진無盡 2015-02-02 07:28   좋아요 0 | URL
김홍도의 풍속도 말고도 다른 그림 보면 마음에 드는 그림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