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상고사, 국사 교과서가 가르쳐주지 않는 우리 역사
신채호 지음, 김종성 옮김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가 아는 역사가 얼마나 진실일까?

역사에 관심을 갖고 독학(?)해온지 제법 시간이 흘렀다. 관심 분야의 책을 접하고 저자를 따라가며 하나 둘 알가는 사이에 똑 같은 질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바로 내가 알고 있는 역사가 진실일까? 하는 질문이다. 주요 관심분야가 조선사에 편중되기는 하지만 그 조선사는 우리의 역사 중에서 비교적 기록이 많이 남아 있어 역사를 이해하고 해석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으면서도 같은 질문이 떠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그보다 오래전의 역사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어떨까? 특히 고대사 영역에 해당하는 역사에 대한 기록의 진실성 여부는 우리민족의 시원의 관한 문제이기에 그 중요성은 더 높다고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알아갈수록 혼란스럽기만 하다. 이는 역사교과서의 기록과 다른 주장들이 제법 등장하고 그 주장들이 설득력 있게 다가오기 때문이기도 하다. 고조선의 실체, 고구려의 강역, 한사군 설치지역 등에 관한 이야기에서는 극명하게 다른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김부식의 삼국사기에 대한 그 진실성 여부도 도마에 오른다. 이러한 의문에 대한 제기는 조선시대 유득공의 발해고를 비롯하여 다수 있었지만 근대에 들어서 단재 신채호의 조선상고사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닌가 한다.

 

신채호의 조선상고사는 독립운동으로 뤼순감옥에서 투옥 중인 신채호가 19316월부터 10월까지 조선일보조선사라는 제목으로 연재한 글을 엮은 것으로, 신채호가 순국한 지 12년이 지난 1948년에 출간되었다. 조선상고사는 단군시대부터 백제부흥운동까지를 다루고 있으며, 1총론에서 제11백제의 강성과 신라의 음모까지 모두 11편으로 이루어져 있는 미완의 저서이다.

 

신채호의 조선상고사원문은 지금의 우리말과 큰 차이가 있어 내용을 이해하며 읽는 것이 쉽지 않고 또한 신채호의 기억력에 의지한 부분이 많다보니 연도나 명칭 등에 오류가 다소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역자 김종성에 의해 신채호의 조선상고사원문을 현대어로 바꾸고, 명백한 오류를 바로잡는 한편, 원문에 없는 해설과 주석을 별도로 추가함으로써 독자들이 보다 쉽고 정확하게 우리 고대사의 참모습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신채호는역사는 역사 이외의 다른 목적 때문에 기록해서는 안 되지만우리 상고사는 작자의 의도에 따라 많은 사실 관계가 달라진불완전한 역사라 규정한다. 특히 묘청이 유교도 김부식에 패배한 이후 이 땅에 유교도가 득세하게 되었으며, 그 영향으로 중국을 높이고 스스로를 낮춰 역사를 서술하는 경향이 지배하게 되었다고 단언한다. 이는 신채호가 유교도 김부식과 그가 서술한 삼국사기를 비판하는 주된 이유다. 또한 내란의 빈발과 외적의 출몰이 우리나라 고대사를 쓰러뜨리고 무너뜨렸다는 안정복의 의견에 대해 내란이나 외환보다는 조선사를 기록하는 사람들의 손에 의해 조선사가 쓰러지고 무너졌다고 밝힌 까닭이기도 하다.

 

이러한 역사인식을 바탕으로 신채호의 조선상고사에서 신채호는 단군, 기자, 위만, 삼국으로 이어지는 기존의 역사인식 체계를 부정하고, 대단군조선, 삼조선, 부여, 고구려로 이어지는 새로운 역사인식 체계를 설립했다는 점과 훼손된 단군의 시대를 재조명함으로써 고조선이 우리 역사의 한 부분이었음을 명확히 규명했으며, 동부여와 북부여의 역사를 서술함으로써 두 나라를 우리 민족의 근원으로 포함시켰다는 점이 주목된다. 또한 김부식에 의해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다루었던 백제에 대해 주목한 것도 기존의 역사서와는 다른 시각이다.

 

신채호는 그 당시 현존하는 서적들을 갖고 장단점을 파악하고 대조하여 1천 년 이상 역사에서 의도적으로 배제되거나 축소된 우리 고대사를 바로잡고자 했다. 신채호가 조선상고사에서 삼국사기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단군의 시대에 대해 많은 부분을 할애해 서술하고, ‘대중국 투쟁의 선봉에 선 고구려의 역사를 중요하게 기록한 것 등은 작자의 의도로 사실 관계가 달라진 불완전한 역사를 제대로 서술하고자 한 그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신채호 이후 한동안 묶여 있었던 우리 역사 바로 알기 차원에서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의 역사학자 이덕일이 의해 우리 안의 식민사관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 되고 있는 것도 신채호가 우리민족의 정체성을 올바로 정립하고자 했던 동일한 맥락에서 분명하게 주목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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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종 2015-02-04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사에 대한 시각을 제일 처음 바꿔준 책은 <하워드 진, 교육을 말하다> 였습니다. ˝모든 역사는 주관적이며, 하나의 관점을 대변한다.˝는 말은 이전까지는 교과서가 진리인 듯 배웠던 학창시절을 뒤흔들만한 충격이었죠. 왜 한 번도 의심해보지 않았을까 하는.
역사라는 분야는 제 관심 분야가 아니기는 하지만, 알고는 있어야 하고 여러 관점에서 쓴 사실들을 듣고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긴 그 `사실`이라는 것도 서술자의 시각에서 보는 진실이겠죠.
<삼국사기>에서 보여주는 과거가 다는 아니었군요.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사가 선주민들에게는 피빛 침략사가 되었던 것처럼.
역사를 기술하는 이들은 늘 힘이 있는 부류이기 때문에, 하층민이나 조명되지 않았던 이들의 삶을 정확하게 알기 어렵다는 게 안타깝습니다. 그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구요.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하게 하는 글입니다.

무진無盡 2015-02-04 20:53   좋아요 0 | URL
2001년 [풍납토성, 500년 백제를 깨우다]라는 책을 보며 우리 역사학계의 현실을 접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럴싸한 직함을 가진 사학자들의 이면이 어찌나 구리던지요. 아마도 그후로부터 본격적으로 관심가지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