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달을 보았는가

 

 
개기월식이라고 붉은 달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많다. 늘 다른 모습의 달이지만 달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그 모습으로 있다. 다만, 눈에 보이는 것이 다른 달로 느끼게 할 뿐이다. 달에 주목하며 살아온 시간이 제법 된 나에게 달을 담은 그림 하나가 언제나 머릿속에 있다. 깊어가는 가을 밤 아주 잘 어울리는 그림이다.

이 그림을 떠올리게 된 계기가 있다. 이른 퇴근으로 억새 사이로 반짝이는 석양을 바라보다 익숙한 무엇이 있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분명 비슷한 이미지를 어딘가에서 봤는데...잠시 후 김홍도의 그림 한 점이 오버랩 되었다.

‘소림명월도’ 우리가 익히 아는 조선 후기 화가 단원 김홍도의 그림이다. 풍속화가로 인식된 측면이 강하지만 산수, 인물, 화조, 시 등 다양한 부분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이 ‘소림명월도’를 김홍도의 작품이라고 하면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흔하게 보이는 풍경이고 눈을 사로잡을만한 특별한 것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면 볼수록 강한 끌림이 있다. 지금 내 눈앞에 펼쳐지는 장면을 보고 있는 듯 현장감이 살아있다. 겹쳐진 나뭇가지 사이로 달이 가려져 있지만 그 존재가 확실히 드러난다. 조선시대 유명했던 산수화, 진경산수와는 다른 맛이 분명하다. 일상의 풍경을 화폭에 담았으나 일상에서 느끼는 평범함 보다는 달과 나뭇가지들이 품어내는 아우리가 심상치 않다. 익숙하지만 그 익숙함을 넘어선 경지가 있다.
 
살아 당시 이미 절정기에 이르고 왕 정조의 총애를 받았던 화가 김홍도에게는 자신을 거듭나게 할 무엇이 필요했을까? 추운 겨울을 대비하여 자신을 돌아보는 계절이 가을이다. 자연뿐 아니라 사람도 이와 닮았다. 유독 가을을 건너기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말없이 더 튼 울림으로 전달되는 성찰의 이미지가 전해진다.

김홍도를 김홍도답게 알게 하는 가장 어울리는 그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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