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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 브론토사우루스 ㅣ 스티븐 제이 굴드 자연학 에세이 선집 3
스티븐 제이 굴드 지음, 김동광 옮김 / 현암사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자연과학과 친해지기 위해서
일정한 빠르기로 무한히 연속되는 흐름을 ‘시간’이라고 한다. 이 시간은 멈춤을 모른다. 그렇기에 지구나 인류가 지나온 시간에 대해 무감각하게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아주 작은 단위의 시간이야 늘 빠름과 느림에 안타까워하지만 그 단위를 조금씩 늘리다보면 점점 감각이 없어진다. 하여, 지구가 생긴 이래 어떤 변화의 과정을 겪었는지 라든가 인류가 살아온 지난 시간을 추정하는 것과 같은 것에 이르면 그 감각은 단지 숫자에 불과한 것에 머물고 만다. 시간은 모든 것을 간직하지만 더불어 모든 것을 사라지게 한다. 그렇게 사라진 것들의 흔적을 찾아내 앞뒤좌우의 맥락을 찾아 이야기를 구성하는 것이 자연을 대상으로 하는 학문이며 어쩌면 인류의 역사를 연구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분야에서 과학적 방법이라는 도구를 이용하여 맥락을 맞춰가는 것이 자연과학이 아닌가 싶다. 이러한 자연과학은 사람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못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연과학으로 밝혀낸 자연법칙은 인류가 삶을 영위하여 온 그 과정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삶에 도움을 받으면서도 자연과학과 친화적이지 않은 이유는 어디에서 출발하는 것일까?
자연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의 ‘힘내라 브론토사우루스’는 자연과학 분야에서 제기된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진화론의 입장에서 탐구하고 해석하여 대중들과 소통하려는 의도에서 집필된 과학에세이 모음집이다. 이야기의 주요 무대는 유럽을 비롯한 미국과 서양세계에서 벌어진 사회적 이슈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저자 스티븐 제이 굴드가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로는 진화 속의 역사, 공룡, 적응, 열광과 오류, 예술과 과학,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의 동물이야기를 비롯하여 진화와 창조, 숫자와 확률, 행성탐험에 관련된 이야기들이다.
이런 주제들과 관련된 이슈들의 진위와 관련되어 학자들 사이에서 벌어진 다툼의 지난한 과정을 따라가기도 하고 자연과학사에서 논쟁이 되었던 이슈의 전개과정 등을 저자는 진화론의 입장에서 밝혀간다. 이 책의 제목에 등장하는 공룡의 이름 브론토사우루스는 동물이름을 붙이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화를 담았고 홍학이 노를 속에서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는 현상에 대한 해석, 보이저호의 우주탐험과정에서 밝혀진 과학의 단면, 진화론과 창조론을 둘러싼 오래된 논쟁, 그 논쟁과 관련된 재판과 같은 이야기들이다. 이렇게 밝혀가는 과정이 독자들로 하여금 얼마나 공감을 얻을지는 의문시되지만 굳건히 매진하고 있다.
“훌륭한 사고를 거쳐 도달하는 위대한 과학도 결국은 사회적인 맥락과 그것이 놓인 시대의 지적인 배경 속에서 발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한 맥락은 사고를 제한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통찰력을 증진시키기도 한다. 진보만을 거듭하는 일방적 방향으로 역사가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란 항상 극복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그것이 갖는 어쩔 수 없는 구시대적 특성으로 인해 우리에게 거부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저자가 사회를 바라보는 기본 시각이다. 진화론을 기반으로 하는 자연과학자이지만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통해 학문과 학자가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지극히 공감이 가는 이야기다. 한국의 과학자들도 이런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익숙하지 않은 분야의 내용을 읽어가는 데에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내용도 어렵지만 문장을 이해하는데도 읽고 또 읽어야 파악된다. 번역의 문제인지 문장을 따라가기가 버겁기도 하다. 친하지 못하는 자연과학 분야의 이야기를 대중과 친숙하게 이어주는 이야기로서 이 책은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