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
헤더 구덴커프 지음, 김진영 옮김 / 북캐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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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희망을 품고 세상을 맞이하도록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을 본다는 이 말에 대해 살아가는 동안 수많은 인간관계에서 떠나지 못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 내가 한 사람에 대해 주목하는 무엇을 보고 그것만을 크게 생각하면서 대하는 것은 이런 저런 이유야 분명 있을 것이다. 특히, 자신을 존재하게 만들어준 가장 처음의 관계인 가족이라는 범주에 든 모든 사람들 사이에 벌어지는 일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면 바로 이런 전재가 포함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부모와 자식’, ‘형제자매’라는 것 때문에 감내해야할 무엇이 있고, 그 무엇은 일반적인 인간관계에서는 용납되지 않은 것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사회적 관계인 사람들의 사이는 일정한 규범과 규칙이 있다. 그것이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계속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기반이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범주로 들어오면 그러한 인간관계에서는 기본이 되는 많은 것들이 무시되는 경우가 많다. 가족이기 때문에 말이다. 물론 가족이기에 사회적 관계에서는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무한 애정과 헌신이 있는 것을 평가절하 하고자 하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그것이 존재하고 더 강화된 모습으로 표현되기 위해서 한번쯤 깊이 생각해 봐야한다는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다.

가족은 어떤 의미일까? 사람에 따라 다양한 규정을 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할 수 있는 것으로 ‘자신을 감싸주는 울타리’, ‘쉼의 안식처’, ‘삶의 근원이 되는 힘’ 등이 아닐까 한다. 현대사회에 들어서 가족 구성원에게 가족의 의미는 다소 희미해지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사회가, 삶의 가치가 변화된 사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지만 여전히 모든 생활의 중심이 되는 사람들이 아직은 대부분일 것이다.

이 책 ‘히든’은 바로 그런 가족의 의미와 가족 구성원 간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모든 부분에서 잘 나가며 부모의 온갖 기대를 한 몸에 안고 있는 언니와 그 그늘에서 존재감을 상실한 동생이지만 둘 사이는 돈독한 자매의 이야기가 중심이다. 한 살 차이 고등학생인 두 자매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부모가 집을 비운 사이 자매에게 일어난 일은 이후 두 사람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꾸게 된다. 

‘히든’은 열여섯 살 소녀가 영아유기 및 살인혐의로 교도소에 수감되어 5년을 복역 하던 중 모범수로 가석방되면서 시작된다. 가족에게 버림 받은 시간동안 자신을 돌아보며 살았던 소녀의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 이미 지나간 일은 결코 되돌릴 수 없고 바꿀 수도 있지만 다시 시작하는 삶은 얼마든지 자신이 개척할 수 있다는 희망과 함께 말이다.

살인자로 살아가던 소녀가 가석방되어 새로운 삶을 시작하며 일하는 곳이 서점이다. 그 서점에는 입양한 5살 난 남자아이가 있다. 이 아이가 모든 사건의 중심에 있음을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알게 된다. 자신이 낳은 아이를 강에 유기하여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소녀의 5년 전 이야기가 하나 둘씩 밝혀지며 한밤중 자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다. 

고등학생 딸아이가 임신하고도 출산할 때까지 그 사실을 몰랐던 부모, 살인자라는 이름으로 묵묵히 살았던 앨리슨, 언니의 그늘에서 잠시도 벗어나지 못한 동생 브린, 오빠의 무책임한 행위로 인해 그 책임을 더 안은 차메인, 가족과 자식에겐 관심 이 오직 자신의 삶만을 살아간 차메인 엄마, 자식을 갖고자 온갖 노력을 하지만 불임으로 인해 결국 아이를 입양한 클레어 등 이들이 5살 난 남자아이 조슈아를 사이에 두고 가족관계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있다. 

왜? 아이를 출산하고도 부모에게 말하지 못했는지, 언니의 출산 과정에 참여하면서 아이를 강에 버릴 수밖에 없었던 동생의 선택, 동생의 잘못된 선택을 알고도 모든 것을 자신으로 일로 안고 감옥행을 선택한 언니, 오빠의 아이를 키우고 싶지만 버릴 수밖에 없었던 동생 등 등장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일기를 쓰듯 담담하게 그려가는 형식으로 구성된 이 이야기는 페이지를 더할수록 혼란스러웠던 사건의 실마리가 잡혀간다. 

미혼모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사회적 문제로 된지 오래되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태어난 아이와 엄마의 사회적 존재로써의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세이프헤븐 영아 보호법’ 미국의 법률적인 장치에 박수를 보낸다. 이는 사회적 편견으로부터 생명을 지켜내고자 하는 사람들의 노력의 결과일 것이다. 우리도 비슷한 법률적 보호 장치가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분명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그것보다 먼저 가족이라는 범주에 속하면서도 속내를 털어놓지 못하게 만드는 분위기와 그 구성원 간의 공감과 소통에 대해 심각한 고민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가족은 무엇이든 가능하게도 하지만 때론 가족이기에 아무것도할 수 없는 상황도 있다. 이 둘의 경계에서 망설이고 있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는 지금도 있을 것이다. 이들이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안식처를 만드는 것이 복지사회를 만들어가는 초석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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