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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깨진 청자를 품다 - 자유와 욕망의 갈림길, 청자 가마터 기행
이기영 지음 / 효형출판 / 2011년 2월
평점 :
천년, 시간을 거슬러 인간을 보다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은 참으로 다양하다. 그러기에 무엇이 올바르고 그른 것인지 판단에 앞서 그 사람의 가치관과 삶의 자세를 먼저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세상의 일반적인 기준으로 볼 수만도 없고 그렇다고 각기 모든 사람들의 삶을 다 올바를 것이라고 판단하기도 섣부른 무엇인가가 있다. 굴곡 많은 사람의 삶에서 중요한 결코 놓치지 말아야할 것이 바로 무엇에 가치를 두고 이를 어떻게 실현해 가는가의 여부가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본다면 ‘나, 깨진 청자를 품다’의 저자 이기영은 대학에서 외교학을 전공하고 프랑스에서 경제학을 공부했으며 다시 도자기와 관련된 일을 하면서 사업체까지 운영하고 이제 도자사(陶磁史)를 연구한 책을 발간하였다. 학문간 경계를 넘어서는 활동으로 우여곡절을 겪기도 하며 자신의 길을 당당하게 걸어가는 모습이다. 현재 이기영그릇제작소 대표, 한국도자재단 이사로 재임 중이다.
무엇인가에 집중하고 있는 사람들은 무심히 흘려보내는 것이 하나도 없을 것이다. 어느 것이 찾고자하는 그 무엇의 실마리를 풀어갈 단서를 제공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저자의 고려청가 가마터를 순례하는 동안 무엇 하나 허투루 보낸 것이 없어 보인다. 천 년이라는 시간 앞에 온전한 것은 아무것도 없을지라도 그 흔적 속에서 자자가 찾아내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영암 구림을 시작으로 강진, 고흥, 영암, 해남, 장흥, 진안, 고창 등 호남 11개 지역, 서산, 공주 등 충청도 4개 지역, 양주, 고양, 인천, 시흥, 용인 등 경기도 5개 지역을 직접 발로 걸으며 하나하나 확인한 여정이다. 뿐만 아니라 북한 황해도 지역 2곳에 대한 저자의 사색의 결과까지 담겨 있다. 깨진 청자 조각 하나 하나에 눈길을 돌리며 그가 걸어간 길은 만만치 않다. 순례길이었다는 저자의 회고에 공감이 간다.
저자는 우리나라 청자의 초기 과정을 5세대로 구분하며 주목한다. 1세대 신라 말 장보고의 청해진을 주목한다. 무역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했던 장보고의 꿈이 결부된 인근지역에 분포된 가마터를 찾아 그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장보고의 죽음이후 벽골제로 이주한 도공들에 의해 퍼진 시기를 2세대로 보고 있다. 진안과 공주 등 지역에 분포되어 있으며 시 시기에 들어서면 흙의 가공이나 유약의 제도 가마 등에서 축적된 기술이 형성된 시기라 보고 있다. 3세대는 중국 월주 계열과 강진의 기술이 접목되는 시기로 지역 호족과 결부되어 청자와 백자가 함께 만들어진다. 4세대는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대량생산체제에 들어선 시기로 본다. 5세대는 한강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시기로 청저 생산에 있어 새로운 단계로의 진입을 생각하게 된다고 보고 있다.
이렇게 초기 청자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중국의 영향이나 국내 상황을 살펴보면서 남쪽 바닷가에서 한강을 중심으로 한 한반도 중심부로 이동하는 청자를 만드는 기술이나 가마 등의 모습을 비교 분석을 통해 추론해 들어간다. 저자는 이렇게 청자의 이동 경로를 찾아가는 여정을 따라간다.
저자가 발품 팔아 찾아간 가마터에서 막걸리 한 잔 앞에 놓고 시간 앞에 무상한 역사를 돌아보고 있다. 가마터 현장에 남은 관련 유물과 지리적 특색을 살펴 당시 기술 형편과 인력, 재료 수급 등 청자 생산을 둘러싼 환경을 추적하고, 그곳에서 직접 수습한 깨진 도자기 조각을 다각도로 분석하여 각 지역 청자의 특징을 비교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이미 흔적을 찾아보기도 어렵게 변해버린 그곳에서 깨진 조각하나를 두고 저자가 엮어내는 이야기는 청자 파편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다. 천 년 전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돌아보며 인간의 자유와 욕망, 희열과 애환의 복잡한 감정을 담아내고 있다.
천 년의 시간은 인간의 개념으로 짐작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무엇이 있다. 깨진 파편들을 보며 저자의 마음에 무거움이 있을 것이라는 점은 이해가 간다. 도자기를 빗고 굽는 저자의 마음이 녹아 있으며 그것이 오늘날 우리나라의 도자기산업의 현실과 결부되어 그 무게감을 더해갔을 것이다. 그 심정이 이 책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나라 이미지와 자긍심을 대표하는 청자, 그 미래는 희망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