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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문학에 취하다 - 문학작품으로 본 옛 그림 감상법
고연희 지음 / 아트북스 / 2011년 1월
평점 :
옛그림 속에 담긴 사람들의 마음을 읽다
‘그림 읽어주는 책’들에 대한 관심들이 높다. 아마도 가슴속에만 담아두었던 예술적 본능을 확인해 보려는 마음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출간된 서적들을 보면 대부분 서양그림 일색이고 더욱 기독교나 그리스로마의 신화에 대한 정서와 역사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높은 문턱이 아닐 수 없다. 그림들이 책속에만 머물고 있는 것이 바로 그러한 이유도 클 것이다.
거기에 비해 동양의 그림들은 한 가지 더 어려운 관문을 통과해야만 그림 속에 담긴 뜻을 오롯이 알 수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 관문이란 것이 정서적으로 공감하지 못하는 것보다는 한자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서 오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렇다보니 눈에 보이는 것을 넘어선 깊은 내면을 알아가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얼마 전 이종수 님의 ‘이야기 그림 이야기’라는 책을 통해 이러한 점에 공감을 얻을 경험이 있다. 이 책은 이야기 즉, 텍스트가 있고 그 텍스트를 이미지화 한 결과물이 이야기 그림이고 관심은 바로 그 이야기 그림에 대한 접근이라 해석된다.
이 책 ‘그림, 문학에 취하다’ 역시 그림 속에 담긴 이야기를 풀어 놓고 있다. 즉, 문학인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옮겨 놓은 그림을 가지고 본래의 이야기로 들어가 보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자와 중국 고사에 등장하는 인물 및 이야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더디 읽힐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출발부터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림, 문학에 취하다’에는 우리 선조들의 그림 스물여섯 점을 일곱 가지 분류로 엮어 놓고 있다. 저자가 분류한 구분에는 시, 문인, 꿈, 소리, 문인의 심회, 명산, 욕망과 인정 등이다. 자연과 사람, 그 공존에서 오는 마음의 소리를 시문으로 짓고 이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옮겨 놓은 그림들이 주요한 관심의 대상이다. 화가들로는 최북, 장득만, 강세황, 허필, 이인문, 안견, 전기, 정선, 이성길, 김이혁, 이방운, 이재관, 김홍도, 심사정, 박제가, 김정희, 윤제홍, 허련 등 조선시대 당시를 살며 화원으로 이름 높은 알 만한 사람들의 친숙한 그림들이 담겨있다.
한 점 한 점 저자의 해설을 따라 읽어가는 그림들 속에 담긴 속내가 심상치 않다. 우리내 선비들이 학문하는 방향으로 시서화(詩書畵)를 하나로 보았기에 시와 글씨 그리고 그림이 그들에게는 학문의 길로 통했던 것이다. 이는 곧 선비의 학문하는 깊은 뜻을 시서화 속에 담았다는 이야기며 이를 읽어간다는 것은 바로 그런 선비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얻어가는 길이라 생각된다는 점이다. 또한 세상을 바라보는 감회가 녹아 있는 그림들 속에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이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두었는지도 알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을 확연하게 보여주는 그림으로 ‘전기의 귀거래도’에 대한 해설이다. '귀거래'는 ‘도연명의 귀거래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저자는 ‘귀거래’라고 외쳤던 사람들에 대한 구분을 통해 같은 귀거래지만 외치는 사람에 따라 담고 있는 의미가 명확하게 구분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 살아가는 모습은 비슷한 것임을 느끼게 된다.
‘누군가 말했지. '천도天道(하늘의 도)는 공평무사하여 언제나 찾한 사람의 편에 선다'고. 그렇다면 백이와 숙제 같은 이들은 착한 사람이 아니었던가? 어질고 고결한 덕행을 쌓기를 이같이 하였건만 그들은 굶어죽었지. ...나는 감히 이것을 의심하노라. 과연 '천도'라는 것이 있는가?, 없는가?’
또한, 김정희의 세한도에 대한 해설에서는 슬픔을 이야기 한다. 일반적으로 세한도는 김정희에 대한 이상적의 변함없는 마음을 칭송하는 것으로 읽히기 쉬운데 저자가 바라본 것은 사기를 지은 사마천의 마음을 끌어들여 슬픔을 이야기하고 있다. 천도를 논하는 사마천과 김정희의 마음이 서로 통한 것인지 모르겠다.
‘한 폭 그림이 접하고 있는 시문, 그림과 시문의 관계는 여기서 탐정소설 속 미로와 같은 복잡한 행로를 엮어내고 있다.’고 하는 저자의 말처럼 그림 하나하나를 따라가기가 버겁다. 하지만 따라가다 보면 감춰진 이야기 속에서 너무도 흥미로운 사실들을 발견하게 되고 그러한 발견이 감동으로 다가오는 경험도 분명 하게 된다. 또한 관가하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고 저자는 이야기 하고 있다. 중국과 조선의 관계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밀접하게 관련되어 졌다는 점을 확인하지만 그것이 우리 문화의 폄하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더욱 성숙한 성취를 이룬 그림들이 많아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그림, 문학에 취하다’는 그림 속에 감춰진 이야기를 읽어준다. 저자는 읽어주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지난 사람들의 마음을 통해 세상과 자신을 성찰 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편집상 오류로 보이는 부분이 있다. 116페이지 이성길의 ‘무이구곡도’의 긴 그림이 나뉘어 실렸는데 같은 장면이 중복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