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에 대한 공감과 소통의 시작 일반인과 전문가의 차이는 무엇일까? 특정한 분야에서 전문적인 지식의 유무가 그 차이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전문가는 자신이 다양한 경험으로 체득한 전문지식을 일반인과 사이에서 활용하는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자신의 전문분야에서의 활동이 곧 일반인과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때론 그러한 만남이 전문지식의 나열이나 일방적인 해설로 멈춘다면 그 전문가가 가지는 소명을 다한다고는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 공간이라는 것을 활용하여 인간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건축의 부분이 그렇다. 사람들의 삶과 긴밀하게 관련 있으며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의 충족에 필수요소인 의, 식, 주의 한 부분인 주거공간인 집이다. 예전에 우리 선조들은 집을 만드는 과정에 자신들의 사상과 마음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그것이 당연한 일로 여겼으며 당연한 생각이었다. 이와는 달리 현대에 들어 집을 건축하는 과정에서 소외되는 생활의 주인들은 천편일률적인 구조와 획일적인 모습의 상품을 강요된 선택에 의한 형태로 변한 것이다. 주거공간인 집의 건축과정에서 주인보다 주도적인 입장에 선 건축사들의 전문가로서 자기 역할에 대한 소명의식을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상조일까? ‘건축 콘서트’는 이러한 시각에 대해 일반인과의 적극적 공감의 시도가 아닌가 한다. 건축을 전공하고 그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 소위 말하는 건축분야 전문가들 12명이 모여 ‘일반인과 건축 그리고 건축가의 공감과 소통’으로의 꿈꾸기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주거공간과 업무공간의 변화에 대한 인간의 상상력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수상건물이나 공중에 떠 있는 건물 그리고 움직이는 건물 등에서 생태학적으로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건물들에 대한 건축가들의 상상의 총화가 과학기술의 발전과 멀티미디어의 적극적 활용으로 현실로 이뤄지고 있는 현장을 만날 수 있다.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인류가 만들어왔거나 남들 수 있는 건축의 한계를 극복하는 상상력의 현장이 바로 건축가들의 상상력이 아닌가도 싶다. 이 건축 콘서트가 담고 있는 주제는 공간, 건축물, 건축의 변화과정, 건축과 색 그리고 미래 건축에 대한 건축가들의 상상이 들어있다. 전문가 12명의 주제를 나누고 이를 각기 저술한 글모음이다. 저술한 사람들이 각기 다르다 보니 중심적인 글의 흐름이 약간씩 차이가 나고 있으며 어떤 글은 일반인이 건축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공감을 이끌어 내기에는 어려운 점 또한 보인다. 전문가의 전문지식의 나열에 그치는 경우라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유쾌한 딴지걸기’의 이종환의 생각 전환처럼 매우 흥미로운 사실을 전해주고 있는 부분도 있다. 이렇게 다양성이 존재하기에 ‘일반인과 건축 그리고 건축가 사이의 공감과 소통’에 부정적인 흐름을 주기도 하지만 독특한 글맛을 느끼게도 한다. 마치 건축물들이 각기 자신만의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본말이 전도(顚倒)되다’라는 말이 있다. 건축가들이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건축하는 건축물이 그 주인이 되는 인간의 삶과 어울리는 과정에서 건축물이 목적이 되는 그 경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버릴 수 없다. 이는 투자가치나 효율성 등 경제 법칙의 우선에 의해 본래의 목적이 전도된 경우일 것이다. 하지만, ‘건축 콘서트’에서 보여주는 전문가들의 이러한 노력은 바뀐 자리를 돌려놓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게 한다. 그것이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매력일 것이다. 그렇더라도 이 책은 쉽지 않다. 전문가들의 전문적인 이야기일 뿐이라는 느낌이 강하기에 건축물이 대지 위를 그 무게감으로 묵직하게 누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또한 저자들은 욕심이 무척 많다는 점 또한 벗어날 수 없다. 본문에 수록된 이미지는 글에 담지 못하는 시각적인 느낌을 전달해 공감을 일으키는 것으로 본다면 실패한 것이다. 비록 적은 이미지의 숫자일지라도 전달하고자 하는 이미지를 확실하게 전달시킬 방법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진정 전문가라면 자신의 경험과 노력으로 획득한 전문지식을 일반인이 알기 쉽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 책은 참으로 어렵다. ‘일반인과 건축 그리고 건축가’ 사이의 공감과 소통의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는 초석이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