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자히르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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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자히르는 무엇일까? 
애써 외면하고 싶은 진실을 직면할 때의 당혹감은 상상을 불허한다.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는 사회적 문제가 아닌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에 존재하던 불안의 요소가 현실이 되어 자신에게 결정을 강요하게 될 때 개인이 느끼는 불안은 극에 달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 불편한 진실은 사람마다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하지만,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결해 가는가는 향후 그 사람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파울로 코엘료의 ‘오 자히르’는 불편한 진실을 대면하는 인간들의 진솔한 모습을 담아내고 있으며, 당사자가 이를 어떻게 해결해 가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누리는 모든 것 즉, 사랑하는 남편이나 아내, 행복한 웃음의 아이들, 든든한 일자리, 은행계좌의 잔고, 소주한잔 나누는 다정한 친구들, 넓은 평수의 아파트, 이웃의 부러움을 사는 커다란 자동차 등 어쩌면 지금 누리는 이런 모든 것들이 어느 날 갑자기 어떤 예고도 없이 사라지게 된다면 어떨까? 더욱 이 중에 자신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그래서 더욱 소중한 부인이 사라진 일이 생긴다면? 모르긴 몰라도 박현욱의 ‘아내가 결혼했다’의 주인공이 감당해야 했던 무게와 동일하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파울로 코엘료의 ‘오 히자르’는 바로 자신이 현재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을 이룰 수 있게 해준 아내가 사라진 후 벌어지는 자신의 변화에 대한 성찰의 과정을 그려가고 있다. 이유를 알지 못한 답답함에 때론 자유스러운 생활의 보장까지 극과 극을 넘나드는 사고의 혼란과 사라진 아내에 대한 미움까지 현재의 삶을 괴롭힌다. 하지만 아내가 사라지게 한 결정적 요인이라 믿었던 남자와의 만남을 통해 스스로 무엇이 문제였는지를 찾아가는 인생의 험란한 여정을 담아내고 있다.

‘자히르는 눈에 보이며, 실제로 존재하고, 느낄 수 있는 어떤 것으로, 일단 그것과 접촉하게 되면 서서히 우리의 사고를 점령해나가 결국 다른 무엇에도 집중할 수 없게 만들어 버리는 어떤 사물 혹은 사람을 말한다.’

이 책 ‘오 자히르’의 주인공이며 저자 자신의 내면이 투영된 성공한 작가에게 자히르는 사라진 그의 아내 에스테르였다. 한 인간에게 이토록 결정적 역할을 하는 요소는 돈, 명예, 자식, 지위 등 수없이 많을 것이다. 저자가 선택한 자히르는 바로 아내이고 사랑이었다. 모든 사람들의 가슴속에 살아 숨쉬며 늘 상 그로인해 자신을 외롭게 만드는 사랑에 대한 정의를 탐구해가는 여정이 구체적인 우리들의 삶의 반영이기에 먼 소설 속 상상의 세계에 그치고 마는 허구가 아니라 현실의 문제로 다가온다.

파울로 코엘료는 이 작품 속에 자전적인 요소를 대거 등장시키며 이 이야기를 통해 자신이 밝히고자 하는 본질에 대한 자기성찰과 무관하지 않음을 굳이 숨기지 않는다. 성공한 작가, 우울했던 어린 시절, 발표한 이전 작품과의 내용적 연관성 등이 파울로 코엘료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여 진다.

‘과거의 경험으로는 현재의 고통에 더 능숙하고 더 노련하게 대처할 수 없다. 고통은 매번, 전혀 새롭기 때문에 충격적인 것이고, 그래서 고통스러운 것이 아닌가.’

과거의 어떤 경험은 현재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혜를 제공한다고 한다. 우리의 경험상으로 이 말에는 모순이 존재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런 오류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부터 현재의 고통이 온다는 의미라 본다면 공감이 가는 말이다. 모든 사랑은 현재 진행형이기에 그 사랑으로부터 오는 고통 또한 과거와는 분명히 다른 것이다.

‘오 히자르’에서 저자는 인간의 근본 욕구인 ‘자유’와 ‘사랑’의 갈등에 대한 본질적인 부분을 중심에 두고 자기성찰의 결과를 세심하게 그려가고 있다. 사랑은 기차의 설로처럼 동일한 간격을 유지하며 각자의 인생의 여정을 함께 가는 것임을 밝힌다. 사라진 아내의 삶의 목표가 무엇이었고 그 목표를 이뤄 가는데 남편인 자신은 어떤 존재였는지를 반문하며 현실에서 벌어지는 결혼과 사랑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복잡하고 늘 상 혼란과 괴로움을 동반하게 만드는 ‘사랑’은 시대를 불문하고 모든 사람들의 관심사의 중심에 있다. 그 사랑의 모습은 시대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 사랑이 가지는 진정한 힘이 무엇이고 그 사랑의 힘이 개인과 사회에 얼마나 큰 변화를 불러오게 만드는 힘의 원천인지를 ‘오 자히르’는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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