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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대중문화를 엿보다 - 젊은 인문학자의 발칙한 고전 읽기
오세정.조현우 지음 / 이숲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발칙하게 들여다 본 우리 고전
문학작품에는 그 중심에 사람이 있다. 인류가 이룩한 문명 그 무엇이든 사람의 흔적이 없는 것이 없을 것이지만 유독 문학작품의 중심에 사람이 있다고 하는 말은 문학작품 속에 차지하는 사람의 비중이 다른 것에 비해 절대적으로 크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고전이라 불리는 작품들 중에서 신화나 전설, 민담 등은 그 유래를 찾아가다보면 바로 이러한 특징을 잘 살필 수 있다. 한 민족이나 집단 또한 개인의 염원이나 현실의 무게, 삶의 방식 등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고, 또한 세월의 흐름에 의해 다양한 시대의 산물이 포한되어 왔기 때문이리라.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의 이해요구를 담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위안과 희망을 선사했던 고전들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살아 그 생명력을 더해가는 힘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아마도 그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의 실현과 그 해답을 과거 사람들의 삶의 경험 속에서 찾고자하는 바램이 아닌가 싶다.
대중문화의 총화라고도 볼 수 있는 고전에 대한 시각은 그것을 대하는 사람이 살아가는 현실의 시각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동일한 작품에 대해 무엇을 어떻게 보는가는 현실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 ‘고전, 대중문화를 엿보다’의 부제가 젊은 인문학자의 발칙한 고전 읽기라는 다소 도전적인 이미지를 담고 있음도 이해하게 된다. ‘발칙하다’는 형용사로 ‘하는 짓이나 말이 매우 버릇없고 막되어 괘씸하다’는 말이다. 그럼 이 책에 담긴 내용의 무엇이 그런지 찾아가보자.
이 책은 두 명의 저자가 다섯 가지 주제를 선택하고 그에 부합하는 고전을 선택하여 나눠 쓰기 형식으로 구성된 책이다. 물론 저자들은 고전의 선택에서부터 합의를 도출하여 글쓰기의 방향에 합의한 사항을 서술했다고 한다. 우리고전 12편을 골라 그 작품이 현성된 배경에서부터 당시 사람들의 삶의 모습과 시대상황을 빼놓지 않고 살피고 있다.
‘고전에 대한 해석을 어떤 정답을 찾는 과정으로 인식하기보다는, 텍스트를 기반으로 하되 열린 시각으로 새로운 의미, 감춰진 의미를 찾아보고자 한다.’
이 말 속에 저자가 고전을 보는 ‘발칙한 고전 읽기’의 기본시각이 담겨 있을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살펴보는 12편의 고전은 그동안 알고 있었던 일반적인 시각과는 다른 특별함이 있다. 작품이 만들어졌던 시대와 현대를 아우르는 통합적인 시각으로 바라본 고전 읽기라는 특징이다. 또한 저자는 문학작품 탐구과정에서 인간의 존재의 의미와 그 방식, 특히 여성들이 살아온 삶에 대해 세심한 관찰의 결과를 피력한다.
자신의 존재를 타인에게 인식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요인은 무엇인가에 대한 문제제기 ‘옹고집전’, 성 역할에 대한 현대적 시각을 제기하는 ‘정수정전’을 비롯하여 사회 구조적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새롭게 해석해 가려는 ‘춘향전’과 ‘사씨남정기’에 대한 저자들의 시각은 그들의 말처럼 사뭇 도발적인 의도가 다분히 내포되어 있다. 바로 발칙한 고전 읽기의 본래적 의미가 아닌가 싶다.
이 책은 고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위해 다양한 대중 문화적 요소를 끌어들이고 있다. 고전이 책의 범주에 들어간다면 당연히 저자가 주장하고 싶은 또한 새롭게 해석하는 시각이 담긴 다른 책을 참고하기 마련이다. 저자의 시각에 부합할 수 있는 다른 책의 소개는 물론 대중문화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영화로까지 그 범위를 넓혀간다. 하여 비슷한 문제제기나 그 해결책에 대한 방행을 제시하는 영화의 이야기에서는 많은 사람들의 공감대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발칙한 고전 읽기를 위해 언급하는 고전들의 내용을 소개하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기본 텍스트 이외 몇몇 작품은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라는 전재에 그냥 인물이나 제목의 단순비교에 그치고 있어 보다 폭넓은 이해를 방해하기도 한다.
문학작품에는 그 중심에 사람이 있다. 특정한 작품이 탄생하는 그 어떤 시대든 시대를 관통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배제하고는 이야기할 수 없을 것이다. 탄생이 그렇다면 읽기 또한 마찬가지가 아닐까? 현대 사회를 특징짓는 다양한 키워드 중에 ‘인간성의 부재’나 ‘타자와 소통’ 등 있다. 바로 이러한 시각이 고전을 현실에서 새롭게 해석하는 기본 시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 책을 읽어가는 동안 ‘젊다’라는 느낌을 동반한다. 젊다는 말에는 새로운 도전이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기에 다분히 도전적이기 까지 하다. 기존 질서에 대한 문제제기를 넘어선 그 무엇이 존재함을 알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