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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의 정원
다치바나 다카시.사토 마사루 지음, 박연정 옮김 / 예문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사람들에게 책은 무엇인가?
왜 책을 읽는가? 라는 질문을 받을 때가 많다. 특히, 내가 사는 집을 방문한 사람의 경우 쌓여있는 책의 양에 놀라 이 많은 책을 다 읽었느냐는 물음은 빠지지 않는다. 많다 적다는 상대적 비교인 것이다. 자신들의 경험에 비추어서 한 질문이고 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양이라는 것이지 결코 절대적으로 많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럼 책은 왜 읽는가? 우선 무궁한 지적 세계에 대한 나만의 효율적인 습득방법이 독서고 또한 교양인으로 자신의 자아를 성숙시켜가는 훌륭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읽는 책마다 감동적인 어떤 느낌을 얻는가라는 물음에는 솔직한 그렇다고 대답하기는 어렵다.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우선은 자신의 지적 성숙의 수준과 결부되어 있다는 판단이다. 자신의 수준을 뛰어 넘는 것, 현저하게 낮은 것이 그 이유가 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고 있는 것은 책이 주는 무한한 매력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지의 정원’은 바로 책에 관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현대 일본의 지성인 ‘다치바나 다카시’와 ‘사토 마사루’ 두 사람이 현대 사람들이 갖추어야 할 교양으로써의 책읽기에 대한 대담을 담아놓은 책이다. 이 대담에서 두 사람은 자신의 자아를 성숙시키며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에 대해 놀라우리만치 다양한 의견을 내 보이고 있다. 이 대담에서 주요 흐름은 사전에 두 가지 주제에 적합한 자신들의 추천도서 100권씩을 선정하고 그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진행 되고 있어 흥미를 더해간다.
지의 정원에는 두 대담자 각자의 서재에서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책으로 우리의 뇌를 단련하기 위하여 ‘21세기를 살아가기 위한 교양서 100권’과 지금, 여기를 살아가기 위하여 ‘문고와 신서에서 100권’ 이렇게 400권에 달하는 책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렇게 선정한 책을 통해 이야기의 공통주제를 선정하고 그에 맞게 두 지성인 펼치는 대담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책이 사람에게 주는 긍정적인 효과를 확인 할 수 있다. 독서가 인류에게 미친 영향에서부터 고전에 대한 구 사람의 생각차이 뿐 아니라 20세기를 흔들었던 미국에 대한 사고, 현대사회에 흐르는 학문적 경향성에서 무엇을 얻을 것인지와 교양을 얻기 위한 독서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대담자의 이력을 통해 보더라도 두 사람은 금방 다른 삶의 경로를 걸어온 것을 확인 할 수 있지만 토론의 과정은 그것을 확인하는 절차를 걷고 있는 듯 보인다. 고전에 대한 생각이나 일본의 역사를 보는 시각, 일본 현 체제 등 여러 가지 부분에서 두 사람은 시각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 차이는 두 사람의 대화를 막는 장애가 아니라 더 깊은 대화를 유도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음도 알게 된다.
모두 일본 사람으로 일본의 역사에 대해 자신들의 인식을 보면 객관적으로 보려는 입장을 견지하나 일본 군국주의의 태동이나 일본 공산당에 대한 견해는 일본인으로 일본에 대해 긍정으로 묘사하는 부분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두 사람의 대화에 공감하는 것은 지구촌이라고 불리는 현대 사회에 살아가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대부분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두 사람이 선정한 책 목록을 유심히 살펴 공감할 수 있는 책을 찾아 보는 즐거움도 더불어 느낄 수 있다. 또한 부록에 실린 다치바나 다카시의 두 주제 섹스의 신비를 탐구하는 책 10권과 실전에 도움이 되는 독서 기술 14개조는 흥미를 끄는 부분이어서 반갑다. 특히 독서기술 14개조는 자신의 책읽기에 대한 과정을 검토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다치바나 다카시, 사토 마사루 이 두 사람의 대담을 통해 인류 역사에서 책의 역할과 지금 나 자신에게 책읽기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