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여행의 매력에 빠진 한 사람의 이야기 여행의 다양한 맛 중에서 낯선 곳에 대한 설렘과 두려움이 없다면 분명 여행을 통해 누리고 싶은 참 맛이 빠진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만큼 여행은 가보지 않은 곳에 대한 동경을 직접 몸으로 체험하며 낯선 곳에 대해 가슴으로 맞아들이는 일이 주가 될 것이다. 그래서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나 이미 여행에 익숙한 사람일지라도 다른 이의 여행기를 접하며 직접가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대신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남도는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며 많은 곳을 몸으로 체험해서 익숙해진 내 고향이다. 그것도 남해안에 펼쳐진 섬들은 늘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가 봄날 따스한 바람을 타고 전해지는 반가움이 있는 곳들이다. 이런 남도의 섬과 바닷길을 걷기의 매력에 푹 빠진 사람이 다녀간 이야기를 접한다. ‘남도 섬길여행’은 남도의 수많은 섬들 중에서 저자 유혜준이 진도와 소록도, 거금도, 거문도 그리고 청산도와 노화도, 보길도를 다녀간 흔적을 담은 책이다. 이미 익숙한 섬들이기에 다른 사람의 눈에 비친 이 섬들이 어떻게 보였을지 못내 궁금함을 참을 수 없다. 낯선 여행지에서 반가운 사람을 만나는 그 기쁨일지도 모르겠다. 우선, 저자 유혜준은 투박하게 두발로 걷는 걷기 여행의 매력에 빠진 사람이라고 한다. 자동차 여행의 빠른 속도와는 분명 다른 여유와 눈높이가 있어 매력적인 걷기 여행은 최근 들어 각광을 받는 여행방법이기도 하다. 그렇게 걸어서 맞이한 남도의 섬들이 저자의 가슴에 남았으리라. 이 여행기를 통해 처음 만나는 저자는 참으로 독특하다. 아니 너무 솔직한 것이 아닌가 싶다. 여행기를 발간한다는 것은 자신이 다녀온 곳에 대한 느낌이나 그곳의 인문 지리학적 정보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한다는 측면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여행기에는 그저 혼자 걷거나 저자의 남편과 걸으면서 보이는 섬과 섬사람들의 겉모습만이 주로 담겨 있다. 또한 저자는 대단히 불만투성이다. 오랫동안 걷기 여행의 매력에 빠져 전국을 누볐다는 저자는 여행가에게 있을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보는 것 보다는 자신의 기분에 더 충실한 사람으로 보인다. 그래서 잠자리의 불편함도 현지에서 먹게 되는 음식의 맛없음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또한 현지 문화유산이나 지역의 특성을 알 수 있는 곳에 대해서도 발이 아프거나 돌아와야 하는 불편함이 있어 가지 않는다. 이러한 모습은 이 여행기를 통해 간접 경험을 하고 싶은 독자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 여행기의 전체가 그렇다는 것이 아니지만 자신에게 친절한 사람에게서 느끼는 좋음과 조금이라도 불편함을 주는 사람에게 나쁨이 분명하게 나타나는 것을 보며 아쉬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저자는 왜 이 여행기를 발간했던 것일까? 처음 접하는 저자의 지극히 소박하고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글이기에 자신이 운영하는 개인 블러그에서 만났다면 이런 아쉬움은 덜했을까? 물론, 기본적으로 여행지에 대한 저자의 안내는 있고, 감상도 있고, 만나는 새로운 사람들에게서 얻는 따스함도 보인다. 여행자의 겉모습이 아닌 여행자도 사람이기에 느끼는 감정에 대한 솔직함 같은 저자의 이러한 글맛에 독자들은 공감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접해왔던 여행기와는 분명 다른 뭔가가 있긴 하다. 그저 걷기의 매력에 푹 빠진 한사람의 자기 기록으로 만 느껴진다. 청찰산 → 첨찰산 (8페이지 지도) 전복을 한 첨도 → 전복을 한 점도 (351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