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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노래 - 자유, 그 무한고독의 속삭임
송준 지음, 정형우 사진 / 동녘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바람을 등지고 자유를 넘은 사람들
외곬이라는 말에는 그 깊이를 다 알지 못하는 아득함이 있다. 가는 길의 끝을 알지 못하지만 묵묵히 더딘 걸음을 내 딛는 사람들에게서 맡게 되는 찔레꽃 향기처럼 은근히 베어나는 외로움, 고독, 그리움이 그것이다. 가는 길의 모습은 다를지라도 한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그 사람들의 뒷모습에서 공통적으로 맛과 멋이 어울리는 소통과 공감일 것이다. 가보지 않은 길을 나설 때의 설렘과 떨림을 이겨내고 뚜렷한 족적을 남기는 사람들의 삶에 대한 표현이 외곬이기에 그들의 삶을 엿보는 것 자체만으로 이미 그들과 소통의 자리를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닌가 한다.
[바람의 노래]는 외곬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삶 속에 녹아있는 인생의 경험과 험한 길을 헤쳐 나가는 지혜를 담아낸 책이다. 글쟁이 송준이 그들을 만나 들었던 속내를 그만의 필치로 담아내고 있다. 저자가 5년여에 걸쳐 만난 사람들은 김명희, 신미식, 장사익, 조병준, 곽재환, 남궁산, 이상은, 조갑녀, 김홍희, 문순우, 이외수, 임의진, 강재윤, 양종세, 이생진, 전제덕, 최용건, 변종곤, 이매방, 정미조, 최병수, 하용부 이렇게 22명에 이른다.
그들은 이미 대중의 선망인 글쟁이도 있고, 낯선 화가도 있고, 성공한 대중가수를 비롯하여 우리춤꾼, 목사, 건축가 등 다양한 장르에서 자신의 인생 당차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저자는 이들에게서 발견한 공통점으로 ‘바람’을 끌어내고 있다. 그것이 이들의 존재를 확인하는 출발점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바로, ‘자유 그 무한고독의 속삭임’이다.
바람의 노래에는 22명의 삶을 보여주기 위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스스로 하늘 냄새를 지닌, 허공의 비단길을 걸어서, 강철로 된 무지개 등 다섯 꼭지로 묶어내고 있다. 하지만 분류야 어떻든 굵직한 생을 보여주는 한명한명 만나는 시간이 쉽지 않다. 하나같이 우뚝 선 정상의 자리에 서 있지만 정상까지 올라가는 그 긴 시간을 따라가다 보면 먹먹함이 공존한다. 무엇이 그들을 그 자리로 이끌었는지, 외곬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겪었을 마음의 고통이 서서히 스며들어 오기 때문이다.
이들 중 무등산 풍경소리의 임의진, 천상 소리꾼 장사익, 숨어사는 즐거움으로 만난 강재윤은 조그마한 인연이 있는 사람이고, 새롭게 알고 싶은 이상은, 남궁산 그리고 건축은 문화다고 열변을 토하는 곽재환, 뚝심의 사나이 하용부와 조병준은 꼭 만나 못하는 술이라도 한잔 나누며 그들의 환한 웃음을 보고 싶다.
긴 시간 동안 만나온 사람들과 소통하는 시간이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을 작업이었을 것이기에 이들은 만난 저자 송준의 뚝심 또한 만만찮다. 그가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 글쟁이로 살아온 저자의 삶이 겹쳐지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외곬인생을 살아온 사람들을 독자에게 소개하면서 그가 표현하는 글에는 전문적인 용어의 남발이 보인다. 문화 예술의 길을 걸어온 사람들에 대한 인상을 잘 표현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이해한다고 해도 누구를 닮았다거나 누가 연상된다는 표현이 길게 자주 등장하여 그의 흐름을 막고 있는 듯싶다. 그렇더라도 저저를 통해 만나는 외곬인생의 사람들에 대해 마음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樂而不流 哀而不悲 즐거우나 지나치지 않고 슬프나 젖게 하지는 않는다.
우륵이 신라로 넘어와 제자를 가르치며 그 제자들이 곡을 듣고 한 평이라고 한다. 이 글을 다른 책에서 접하고 우리 조상들이 삶이 바로 그러했으려니 공감했는데 이 책 ‘바람의 노래’에서 다시 만난다. 스물두 명, 그들의 삶의 공통점이 바로 이 글에 담겨있다는 느낌이다. 바람을 등지고 자유를 넘은 바로 이 사람들의 삶을 보며 그저 ‘부럽다’가 아닌 내 삶의 방식도 어느 부분 이들을 닮아야 한다는 깨달음과 함께 한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