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 - 우리 시에 비친 현대 철학의 풍경
강신주 지음 / 동녘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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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철학의 찰떡궁합
어느 시대든지 그 시대의 사상적 흐름을 대표하는 기조가 있기 마련이다.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이 시대를 규정하는 사상적 흐름은 어떤 것인지 그 사상의 흐름에 따라가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자신을 규정하는 것이 오직 자신이 살아온 시간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자신이 살아가는 그 시대의 환경이나 정치적 조건에 의해 영향 받기에 시대정신과 절대로 무관할 수 없는 것이 사람의 삶이다. 이렇게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정신을 밝히고 규정하려면 그 시대의 주된 사상적 흐름을 알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인문학적 소양을 길러가는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인문학이 당장 생활하는데 필요한 부분이 아니라 한발 건너에 있는 것처럼 여겨지기에 그 흐름에 동참하는 것 자체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자신을 규정하는 조건을 살피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주된 흐름에서 멀어지지 않으며 자신의 삶을 가꾸고 개척해가려는 사람에게는 필수적인 요소가 바로 인문학적으로 자신과 사회를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한다. 많은 사상가와 철학자를 비롯한 인문학자들에 노력에 의해 밝혀지는 시대정신에 비추어 자신을 올바로 바라볼 수 있을 때 비로써 자신에 대한 성찰과 미래를 희망으로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은 [철학, 삶을 만나다]의 저자 강신주가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를 관통하는 철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사회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미래를 희망으로 가꾸기 위한 철학적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시와 철학의 만남이라는 독특한 접근을 하고 있다. 인문학의 대표격인 철학의 어려움을 시를 창작하는 시인의 눈과 시대정신을 밝히려는 사회 사상가들의 눈이 겹쳐지는 지점을 찾아내고 그 공통분모에서 자신과 사회를 다시 조명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 시대를 대표할 만한 주제 21가지를 선정하고 그에 걸 맞는 21명의 시인과 사회 사상가를 연결하며 각각의 주제를 친절한 안내를 하고 있다. 김수영, 김춘수, 황동규, 황지우, 기형도, 최영미 등 우리에게 친숙한 시인과 다소 거리감이 있는 들뢰즈, 푸코, 사르트르, 아도르노, 데리다, 푸코, 하이데거, 하버마스 등 현대 사회사상가의 만남이다. 접근하기 쉽지 않은 사회사상가의 중심 사상을 시인의 시를 통해 찾아가는 형식이라 거부감 없이 접근하고 매료될 수 있게 한다.

21명의 시인과 21명의 사회 사상가들의 만남에 친근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시를 통한 접근이라는 독특함도 있지만 저자의 문학에 대한 깊은 애정이 있기에 가능한 접근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이렇게 시와 철학의 접근에서 찾아가는 접점에는 사회라는 공통체 안에서 함께 존재하는 자신과 타자 그리고 이 둘 간의 관계와 소통의 문제를 어떻게 규정하고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에 모아지고 있다. 이는 결국 자신을 이해하는 정도와 타자를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의해 사회 속에 존재하는 자신과 타자를 올바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 철학의 중심사상을 이처럼 이해하기 쉽고 접근이 용이하며 독특하게 풀어가는 책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은 행운이라 생각한다.

친절하고 차분하며 때론 미소 짓게 하는 저자의 글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그 속에는 철학자로서 문학에 대한 깊은 이해와 사랑이 없으면 가능하지 않을 애정이 담겨있다. 다분히 함축적이어서 그 본래의 의미를 알기 어려운 시에 대한 분석,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감으로 접근자체를 꺼려할 수 있는 철학, 이 두 분야를 절묘하게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마치 시와 철학이 잘 어울리는 연인처럼 보인다. 이렇게 느끼게 만드는 것은 순전히 저자의 노력에 의한 것이리라.

또한 <더 읽어볼 책들>에는 21명의 시인들과 사상가들에 대해 깊은 이해를 할 수 있는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본문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거나 더 깊은 이핼르 위해 저자가 소개하는 책을 찾아본다면 저자의 사상적 흐름을 따라가는데 훨씬 용이하며 현대사회를 이해하는데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의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을 통해 시를 읽는 새로운 눈과 그를 통해 현대사회를 바라볼 수 있는 철학적 사고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나는 즐거움이 있다. 그 즐거움은 정상을 향해 산을 오르는 수고로움이 가져다주는 탁 트인 시야보다 더한 자신의 삶을 바라볼 수 있는 상쾌함을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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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해요 2010-03-24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