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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지 마라 - 선사들의 공부법
장영섭 지음 / 조계종출판사 / 2009년 11월
평점 :
밥 먹고 해야 할 일 - 공부
사람은 자신의 가슴에 담긴 빛으로 세상을 보게 된다고 한다. 같은 것을 두고도 다 다르게 보는 것, 개인이 볼 때도 그 사람이 처한 상황에 따라 또 달라지게 마련이다. 세상을 어떤 눈으로 봐야 하는지 난감할 때가 많다. 옳고 그름이 시간과 장소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도 세상의 잣대로 보면 틀리기 일쑤다. 스스로 기준이 되는 근거를 마련한다는 것이 곧 세상과 소통하는 것이라고 본다면 나만의 기준은 없는 것일까? 내 안에 어떤 빛이 담겨져 있는지 되짚어 봐야 아직은 잘 모르겠다.
모르는 사람은 모르지만 아는 사람은 다 알아 본다고 한다. 무엇에 관심을 갖고 그에 대한 지식의 깊이에 따라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알아본다는 말일 것이다. 그것은 조그마한 무엇 하나에서도 담은 뜻과 지향하는 바와 그 정도에 이르기까지 이미 알고도 남는다는 의미라면 범부의 입장에서 살벌한 느낌이 드는 말일수도 있다. [공부하지 마라] 대단히 도발적인 제목이다. 저자 장영섭은 [길 위의 절] 이후 두 번째 만남이다. 전작 [길 위의 절]에서 신선한 시각과 그 만의 글맛이 좋았다는 기억이 있어 이 책 역시 그러한 기대감으로 만나게 된다. 이 책은 제목에서 느끼는 다소 위협적인 분위기에 한 발짝 물러서서 보게 된다.
[공부하지 마라]는 불교 선사들이 깨달음의 길에서 공부하는 방식과 내용에 대한 이야기다. 선에 관한 이야기를 불교의 경이나 론이나 선사들의 어록 등에서 저자가 주목하는 테마를 선정하고 그에 따른 저자의 이야기를 해설하는 방식이다. 이 책은 공부란 무엇인가라는 사전적 의미부터 깨달음의 도구로써 공부가 가지는 의미까지를 규정하고 그에 맞는 선사들의 이야기를 찾아서 공부의 본질적 의미와 역할을 전해주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우리나라 선사들의 공부하는 과정에 있었던 에피소드나 독특한 방법을 통해 본질로의 접근을 이야기 하고 있다.
제목에서도 느껴지듯 이 책이 담고 있는 이야기가 심상치 않다. 주제 하나하나를 따라가기가 우선은 벅차다. 알 듯 모를 듯 펼쳐지는 선사들의 깨달음에 대한 이야기에서 공감하는 미소가 지어지기도 하지만 다음순간 이것이 이것 같고 저것이 저것 같은 혼돈이 오는 것을 막아내지 못하며 이미 읽었던 앞장을 다시금 찾아보기 일쑤다.
그래서 생각해 본다. 저자는 이 책을 쓰면서 이 책을 읽을 주요 대상을 어떻게 설정했을까? 구도의 길에서 정진하는 스님일 수도 있고 속세에서 버거운 일상을 살아가는 범부일수도 있겠지만 공부의 깊이가 일천한 독자로써 건너기 어려운 강처럼 느껴지는 면도 있다. 조사선이 중심인 이 책에서 말하는 공부가 그것이 점수든 돈오든 불교적 지식이 그리 많지 않은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줄 수 있을까? 다만, 어려운 공부 이야기를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지금의 현실과 빗대어 이야기 한 부분에서나마 저자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것도 같다.
아는 사람은 다 알아 본다는 말에서 내 공부의 깊이가 부족함일 것이라고 위안 삼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