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에 꽃을 꽂아 놓는 데는 각각 알맞은 곳이 있다. 매화는 한 겨울에도 굴하지 않으니 그 매화꽃을 몇 바퀴 돌면 시상이 떠오르고, 살구꽃은 봄에 아리땁게 피니 화장대에 가장 알맞고, 배꽃에 비가 내리면 봄 처녀의 간장이 녹고, 연꽃이 바람을 만나면 붉은 꽃잎이 벌어지고, 해당화와 도화, 이화는 화려한 연석에서 아리따움을 다투고, 목단과 작약은 가무하는 자리에 어울리고, 꽃다운 계수나무 한 가지는 웃음을 짓기에 충분하고, 그윽한 난초 한 묶음은 이별하는 사람에게 줄 만하다. 비슷한 것을 이끌어 실정에 전용하면 맞는 취향이 많다.
 
*조선사람 허균(許筠, 1569~1618)의 '성소부부고'에 나오는 글이다. 무엇이든 저마다의 조건과 준비 정도에 따라 어울리는 때와 장소가 있기 마련이다. 꽃도 이럴진데 하물며 사람은 말해 무엇할까.
 
바라볼 때마다 가슴에 온기가 전해지며 위안받는 사람이 있다. 바라볼 때마다 슬픔이 묻어나 가슴이 애잔해 지는 사람이 있다. 바라볼 때마다 피하고만 싶은 불길함을 전해주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지닌 인품으로 인해 저절로 전해지는 그 사람의 빛과 향기가 있다는 말이다.
 
한 나라를 책임지는 대통령이라는 자리 역시 마찬가지다. 저마다 다른 역할이 보이는데 억지를 부린 결과로 인해 그 아픔은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게 된다. 권력의 갈림길에 선 사람 둘이 있다. 누구는 잊혀지길 원한다는 전언이고 누구는 호랑이 등에 올라탄 형국인데 자신만 모르고 있어 보인다.
 
스스로 제 몫을 모른다면 꽃을 선택하여 실정에 전용하듯 "권력의 주인이 제 몫을 다하는 것"이 올바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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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05-11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매화인가요?
글이 꽃처럼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