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따뜻해지니 책 들고 궁궐 한바퀴 돌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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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1-04-27 22: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따뜻하고 좋은 밤 되세요.^^

그레이스 2021-04-27 22: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도 좋은 꿈 꾸시길...
 
살아있는 갈대
펄 벅 지음, 장왕록.장영희 옮김 / 길산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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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갈대

“만세……만세!”
연춘은 더 이상 외치지 못했다. 즉시 총이 겨누어지고 총성이 울리는 순간 그는 목숨이 끊어진 채로 흙바닥에 나뒹굴게 된 것이다.

일본이 항복하고 독립운동을 했던 연춘은 조국이 일본에서 미국과 러시아에 이양되고 있는 절차를 조바심 내며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미군이 들어오는 날 아침. 태국기와 성조기를 든 환영 인파를 일본총독은 통제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미군을 환영하며 뛰어나갔던 사람들은 일본경찰의 총에 맞아 쓰러진다. 조선인들을 해산시키고 일본 관리들은 현 직책을 유지하라고 미군으로부터 하달된다. 이것이 일본의 항복이후 한 달이라는 기간이 지난 후 해방정국이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연춘은 만세를 부르며 길 한가운데로 뛰어나가고…… ‘살아 있는 갈대’가 죽은 것이다.
갈대는 꺽여도 죽지 않고 살아난다.

‘살아계신가요?’
살아있다! 큰아버지는 ‘살아 있는 갈대’ 였다. 몸은 비록 무덤에 누워 있지만 사람들은 그 말을 되뇌었고, 어떤 이들은 그가 탈출한 감방의 거친 돌 틈으로 죽순이 솟아나왔다는 오랜 전설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관에서는 탈출하지 못했으며, 사람들은 그것을 슬퍼하였다.…… 귀에 큰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봄이 되면 대나무의 늙은 뿌리에서 푸른 새순이 솟아난다. 늘 그래 왔고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것이야. 인간이 태어나는 한은.”

이 소설은 조선말 개항 후부터 1945년 광복까지 일한· 그의 아들들 연춘과 연환· 손자 양과 사샤에 이르는 3대에 걸친 일가의 이야기이다. 펄 벅의 작품으로 대지 3부작이 왕룽의 3대를 다루고 있다면, 이것은 구한말을 거쳐 일제강점기의 시대를 거치는 3대의 이야기이다. 작가는 한국에 특별한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일한은 임오군란, 갑오개혁, 을미사변, 을사조약에 이르는 기간 조선의 왕가와 친밀한 관계에 있는 상류층 양반으로서 근대사의 격랑 한가운데를 지난다. 위기의 상황에서 민비의 피신을 돕고, 시해사건이 있던 날 왕궁으로 달려가 시신의 한 조각을 수습할 만큼 민비의 신임을 얻고 왕가와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미국과 한미수호통상조약을 맺고 사절단으로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오기도 한다. 그러나 그 역시 井底之蛙! 당시 세계정세와 제국주의의 거센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그의 주저하는 모습들은 당시 조선의 모습을 닮았다.

한일 합방 후 밤에 몰래 아이들을 위해 서당을 여는 일한. 아들 연춘은 조선의 상황에 분노하고 독립운동을 위한 비밀 결사를 하고 독립군이 되어 집을 떠난다. 둘째 연환은 신여성과 결혼을 하고 기독교로 개종을 한다. 3.1 운동을 기점으로 일본의 탄압은 심해지고 연환부부는 교회방화 학살로 죽음을 당하게 된다. 연환은 새로운 사상과 문화에 심취하고 향유하지만 결국 동포들이 겪는 고통에 눈을 뜨게 되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전쟁이나 식민지 상황은 사람들을 평범하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이편이든 저편이든 서게 한다. 그것은 마치 개인으로 하여금 가만히 서있는 군중 사이에 줄을 들고 와서 선을 긋는 행위처럼 느껴지게 한다. 친일이든 항일이든 좌이든 우이든. 민초들은 바람이 부는대로 이리 저리 휩쓸리고, 그들은 온전히 역사의 상황 한가운데 던져진 것처럼 느껴진다.
연춘은 해방이 된 조국의 아침에 미군을 환영하러 온 군중들 사이에서 미국 장국이 총독에게 칼을 받는 의식을 보며 마침내 자신이 있을 자리를 결정한다. 분노였을까 절망이었을까 때늦은 후회였을까.

무지(無知), 무사유(無思惟) 그것은 책임져야 할 과오인가?
슬프고도 가슴이 무거워지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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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4-27 23: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펄벅이 한국사에 관심이 상당히 깊었나보네요?! 바로 찜합니다♡

scott 2021-04-27 23: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국 혼혈아의 일생을 담은‘새해‘라는 작품이 있고 한국 어머니의 모성애를 그린 ‘어머니‘라는 작품이 있는데 한국에서 번역되었는지 모르겠네요

bookholic 2021-04-28 00: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옮긴이들 때문에 ˝읽고 싶어요˝ 눌렀습니다...

mini74 2021-04-28 17: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펄벅이 한국을 배경으로 쓴 소설이군요 찜합니다 *^^*
 

노트북에서 발견한 글.


배경은 청 왕조가 망한 신해혁명으로부터 중국에 대한 패권을 차지하려는 열강들의 다툼과 실권을 장악하기 위한 권력투쟁, 공산당과 국민당의 사상 대립이 낳은 역사의 혼란기이다. 왕조의 질서는 무너진 지 오래되었고, 아편으로 대표되는 중국의 경제, 전통, 문화에 대한 제국주의적 침탈은 황가의 몰락으로 상징된다. 그저 땅과 하늘만 믿고 살아가는 농부 왕룽이 일가를 이루는 이야기와 그의 아들과 3대에 걸친 이야기이다.

 




1권은 1부 대지와 2부아들들로 이루어져 있다.


1<대지>의 시작은 왕룽의 혼인 아침이다. 격변의 소문과 징후는 아직 이곳까지 미치지 못했다. 아니 농사와 땅밖에 모르는 왕룽에게는 소문이 들려와도 관심 밖에 일이랄까? 나라가 바뀌고 다른 왕조가 세워져도, 난리 한 가운데 있지 않는 한, 민초들에게는 한해 굶지 않고 먹을 수 있는가가 모든 관심이던 시절이었을 것이다.

부끄러운 듯 혼인을 준비하는 왕룽의 모습과 무심한 듯 내뱉지만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 희망 섞인 떨림을 감지한다. 황가의 집에서 여종을 신부로 데려오는 장면은 혹시 몰락해가는 황가의 옥토(good earth 대지)와 재산이 그의 것이 될 것에 대한 실마리인지도 모르겠다.


왕룽에게 땅은 일생동안 힘을 쏟는 대상이고 힘을 주는 존재이고 혼인하고 대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근원이다. 땅은 하늘과 이어져 있고 비가 오지 않으면 굶을 수밖에 없는 절대적인 존재이다. 그의 숭배의 대상은 땅이지 그들이 절하는 우상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그들은 오히려 돌보아야 할 존재이고 자신을 질투할 수도 있는 존재인 것이다.


그렇게 왕룽은 땅을 사들이고 아들들을 낳는다. 펄 벅은 왕룽의 부인인 오란을 통해 중국의 여인들의 삶을 조명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전족을 하지 않아서 사랑받지 못하는 여인, 가족들이 굶어죽지 않기 위해 노비로 팔려갔던 여인, 해산하고 바로 나와 고된 노동을 하는 여인,딸 낳는 것을 불운에 대한 암시로 받아들이는 여인, 남편이 다른 여자를 데리고 들어와 함께 살아도 서운함을 말할 수 없는 여인...

 

2<아들들>은 셋째 왕후를 중심으로 그려진다. 왕후는 지방의 군벌로서 권력을 잡으려 군인이 되어 부하들을 모으고 한 지역을 장악하게 된다. 그는 때로는 배신한 아내를 죽이는 무자비한 모습을 보인다. 이것은 자신의 내면에 있는 분노와 연약함을 감추기 위한 것으로 보여 진다. 이야기는 1부에서처럼 개인적이고 가족사적인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그가 자신의 고향을 떠나 전쟁을 치르고 한 지방을 장악해 가는 과정은 이제 혼란을 통과해가고 있는 역사의 물결이 왕룽의 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3<분열된 집안>에서는 왕후의 바램과 달리 아들인 옌이 군벌에 대항하는 군인이 되어 나타난다. 공산당과 국민당의 사상의 대립은 젊은 지식인인 옌과 사촌인 셍과 맹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옌은 결국 고국을 떠나게 되고 낯선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하게 된다.

 

왕룽과 아들들 그리고 3대 옌에게 땅은 그리고 흙집은 그들을 돌아오게 하는 존재이다. 거기서 일가를 이루고, 사랑을 하고, 생명을 얻고, 회복을 경험한다. 그들은 떠났다가 돌아온다. 땅위를 걷고 흙집에 머무르고 흙과 같은 사람들과 말을 하며 생기를 얻고, 자신의 존재를 확인한다.

 

펄 벅은 이 3부작으로 1938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중국 농부의 생활을 풍부하게, 서사시적으로 묘사한 매우 뛰어난 작품이다라는 내용이 선정위원회의 평가였다. 중국의 역사와 문화가 많은 문학작품이나 영상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 현대인의 눈으로 보면 그리 생경하지도 이국적이지도 않지만, 당시 미국이나 유럽인들에게는 중국의 농촌과 도시들의 풍경과 생활상들에 대한 표현들이 경이로울 수도 있었을 것이다. 또한 심리, 암시들이 저자의 서사시적인 뛰어난 표현들과 함께 어우러져 대륙에 대한 환상을 갖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아마도 3<분열된 집안>에서 왕후의 아들 옌이 미국으로 가서 만난 메리의 중국에 대한 생각과도 같을 것이다.


, 너무 아름다워요. 어쩌면 이렇게 아름다울까요! 이런 그림을 보고 있으면, 저는 이곳이 제가 전에 살았기 때문에 잘 알고 있는 장소 같은 기분이 자꾸 들어요. 제게는 이런 풍경에 대한 이상한 동경이 있는 모양이에요. 당신의 나라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임이 틀림없어요.” -3부 <분열된 집안 중>


이것은 중국의 자연을 그린 풍경화를 보고 메리가 감탄하는 말이다. 여행자의 저서나 강연, 미국 말로 번역된 소설이나 이야기, 그리고 시, 그림이나 사진을 통해 그녀가 본 중국은 나무랄 데 없는 아름다운 나라, 남자도 여자도 정의와 평화 속에 살고, 성현의 가르침에 입각하여 세워진 건전한 질서가 주어진 사회에 살고 있는 나라였다.


그러나 옌에게 중국은 아버지와 같은 군벌들에 의해 고통 받는 농민들의 나라였고, 공산당과 국민당의 대립과 혼란 속에서 사상 때문에 조국을 떠나와야 했던 젊은이들의 나라였다. 선교사의 선교보고회에서 조국의 비참함에 대해 들었을 때 나타낸 분노는 정말 몰랐다기보다는 기억 속에서 의도적으로 지워버리고 메리처럼 조국을 받아들이려 했던 것에 대한 당황스러움이 아닐까? 이런 옌의 심적 갈등을 통해 우리는 펄 벅이 말하려고 하는 중국의 역사와 문화, 인간은 당대 서양인들의 중국에 대한 생각과 다르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펄 벅 여사의 <대지> 3부작은 그녀 역시 중국인이 아니므로 한계를 가지고 있겠지만 당시의 오리엔탈리즘은 넘어서고 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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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04-24 21:5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란이 전족 못한 발을 부끄러워하던게 생각나요. 대지 영화가 있다해서 봤더니 헉! 백인배우들이 주인공을 하고 있어서 좀 ㅠㅠ 펄벅재단 등 중국 우리나라 등에 애정이 많으신것 같아요. 저도 대지 참 재미있게 봤어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그레이스님 편한 밤 보내세요 *^^*

그레이스 2021-04-24 21:57   좋아요 5 | URL
저도 영화보고 같은 느낌이었어요^^
펄벅의 <살아있는 갈대>는 일제 강점기 시대의 일가를 그리고 있는 소설인데, 이 책을 통해 펄 벅 여사가 한국에 애정을 갖고 있다는 걸 확인했어요.
재미있기도 하구요^^
미니님도 평안한 밤 되세요~~

바람돌이 2021-04-24 22: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게 3부작이라는건 오늘 처음 알았네요. 전 1부만 읽었고 당연히 1부가 다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그레이스 2021-04-24 22:58   좋아요 0 | URL
동서문화사에서는 2권에 3부작을 담았구요
다른 출판사에서는 3권으로 펴냈어요. 더 오래 전에 장영희 장왕록 번역을 읽었었는데요
어투가 많이 예스러워서 적응하기 힘들었어요^^
그래서 저는 동서문화사가 더 편했다는...!

라로 2021-04-25 23: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장영희 장왕록 번역으로 읽었는데,,, 기억이 거의 안 나네요.ㅠㅠ (제가 장영희 샘 좋아해서 그건 기억함요, 부녀 번역!! 쫌 멋지잖아요. ^^;;)

그레이스 2021-04-25 23:10   좋아요 1 | URL
예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분들 번역으로 유명한게 많더라구요.
최초번역도 많고...
대표적으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요.
장영희 교수님 책도 좋아해요.^^

scott 2021-05-07 15: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2관王🥇

그레이스 2021-05-07 16: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정말요?
이제 봤어요^^
잔치해야겠네요
감사합니다♡♡♡

잠자냥 2021-05-07 16:19   좋아요 3 | URL
자 얼른 포스터 책 사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파랑 2021-05-07 16:24   좋아요 3 | URL
2관왕 완전 축하드려요~!!★★

미미 2021-05-07 17:58   좋아요 3 | URL
와우~~그레이스님 2관왕 축하드립니다!!!엄지엄지(pc라서ㅋㅋ)♡

초딩 2021-05-08 18: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 완전 축하요 ㅎㅎㅎ 진짜 2관왕!!! 펠퍼스! ㅎㅎㅎㅎ

그레이스 2021-05-08 19: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1-05-08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1-05-08 23:17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 책담은 편지 매일 잘 읽고 있어요.
 

아이들에게 관중 땅을 물어봤다.
오르도스와 진령산맥 사이에 있고 4개의 관문 한가운데 있는 지역이라 관중이라고 하고, 위수가 흐른다고, 주나라때는 호경, 진나라때는 함양, 한나라때는 장안, 당나라때는 장안이이 있었던 지역이라고 대답한다^^
몇달 지났는데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 기특하다.^^
송나라때부터는 물어보니 산만해지기 시작함.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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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1-04-24 22: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코로나 ㅜㅜ 외국을 못 가니 그게 참 ㅜㅜ 안 좋네요.
그래도 이렇게 간접으로 역사와 함께 둘러보면 좋을 것 같아요~
 
버지니아 울프의 정원 - 몽크스 하우스의 정원 이야기
캐럴라인 줍 지음, 메이 옮김, 캐럴라인 아버 사진 / 봄날의책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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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크스 하우스를 판매하려 함. 땅은 1에이커의 4분의 3 크기이며 가재도구가 딸린 옛날식 집.

 

잉글랜드 서식스의 마을 로드멜에 있는 몽크스 하우스는 레너드 시드니 울프와 버지니아 울프의 시골집이다. 1919년에 이 벽보를 보고 레너드와 버지니아는 이 집을 구입한다. 이 책은 내셔널트러스트의 세입자로 10년 넘게 몽크스 하우스를 관리했던 캐럴라인 줍의 버지니아와 레너드의 정원이야기이다. 정원의 사진과 스케치와 함께 버지니아의 편지, 일기들이 소개되고 있다. 이 정원에 꽃들이 심겨지고 공간이 확장되고 집이 개조되는 역사는 버지니아의 출간된 작품들과 함께 한다.


 

책 제목을 버지니아 울프의 정원이라고 하기에는 무색한 면이 있다. 정원을 가꾼 것은 레너드이기 때문이다. 1941년 버지니아가 죽은 후에도 1969년까지 레너드는 이 몽크스 하우스에서 죽기 직전까지 정원을 중심으로 살았다. 버지니아는 정원을 감상하는 쪽이었던 것 같다. 실제로 그녀가 작품에서 묘사한 꽃들에 대한 글이 오류가 있다고 독자들로부터 지적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버지니아는 정원을 사랑했고 그녀의 많은 작품들이 정원의 한 편에 있는 오두막에서 탄생했다. 이 곳 몽크스 하우스에 지인들을 정기적으로 초대하기도 했는데 그들은 주로 '블룸즈버리 그룹'이었다. 대표적인 사람이 T.S.엘리엇이다.

 

처음 구입했을 당시 저택은 낡아서 여러 군데 손을 보아야 했다. 이런 저택의 모습은 등대로의 세월 편과 여러 작품에 반영된 것 같다,

 

집은 남겨졌다. 집은 버림받았다. 생명이 떠나 버리자 마른 소금 알갱이들만 들이찬, 모래 언덕 위의 빈 조개껍질처럼. 기나긴 밤이 자리 잡았고, 들척거리며 지나가는 바람이, 더듬거리는 축축한 숨결이, 승리한 것처럼 보였다. 냄비는 녹이 슬었고 깔개는 썩었다. 두꺼비들이 디밀고 들어왔다. 늘어진 숄은 하염없이 이리저리 너풀거렸다. 식품 저장실의 타일 사이로 엉겅퀴가 자라났다. 거실에는 제비가 둥지를 틀었고, 바닥에는 지푸라기들이 널렸으며, 회벽에서는 석고가 수북이 떨어졌다. 서까래들이 앙상하게 드러났고, 장두리 판 뒤에서는 쥐들이 이것저것 가져다 쏠아 댔다. 팔랑나비들이 번데기에서 날아올라 창유리 위에서 파닥거리다 죽어 갔다. 양귀비씨가 달리아 사이에 내려앉았고, 잔디밭에는 긴 잡풀이 무성했으며, 큼직한 아티초크가 장미꽃 사이에서 고개를 내미는가 하면, 양배추밭에서는 카네이션이 피어났다. 잡풀이 창문을 가볍게 두드리던 소리는 겨울밤이면 북 치는 소리로 변했다. 여름에 온 밤을 녹색으로 물들이던 든든한 나무들과 찔레 덤불에서 나는 소리였다.세월이가다 9. 등대로

 

매입할 당시, 아무도 돌보지 않던 몽크스 하우스의 낡은 저택과 황폐한 정원의 인상이 이 작품에 그려지고 있는 것 같다.

 

외부에 화장실이 있었고, 욕실도 없었다. 1926델러웨이 부인일반 독자로 들어온 수입으로 집안에 욕실과 온수 화덕을 설치한다. 1927년 말 등대로의 판매 수입이 늘어나자 차를 사고, 1928년에는 정원에 이어지는 들판을 매입한다. 버지니아는 이 들판을 매입한 후 로드멜에 대한 감정이 달라지고 그곳의 일부가 되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 정원에서 근사한 곳은 과수원이라고 한다. 과수원은 두 사람이 앉아서 몇 시간이고 이야기하는 장소였다.

 

과수원에는 사과나무가 스물 네 그루 있었다. 약간 삐딱하게 자라기도 한고 곧게 자라기도 한 이 나무들은 몸통 위로 확 퍼진 가지에 붉거나 노란 둥근 방울을 매달았다. 나무마다 넉넉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40p)

-버지니아 울프, <과수원에서>

 

등대로에서 버지니아는 램지 부인이 정원에 니포피아가 있었다고 쓰는데, 그 부분을 쓸 때 버지니아는 몽크스 하우스의 이 니포피아를 생각했을까? 하고 저자는 적고 있다.(47p) 이 정원은 그녀의 작품 곳곳에 그려지고 있다.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아직 충분히 밝았고, 잔디밭은 부드러운 암녹색이었으며, 집은 자주색 시계초가 만발한 녹음 가운데 빛나고 있었고, 까마귀들은 높은 창공에서 울음소리를 떨구고 있었다.……그래서 그들은 정원을 떠나 늘 다니던 길로 해서 테니스장을 지나고 억새밭을 지나 두꺼운 산울타리가 끊어진 틈새를 향해 걸어갔다. 울타리 가에는 빨갛게 타는 잉걸불 같은 레드핫포커꽃들이 피어 있고, 그 사이로 내다보이는 만의 푸른 물은 그 어느 때보다도 푸르렀다.창문 4,등대로열린책들번역


이 정원이 아니었다면 이런 글이 나올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다. 물론 등대로는 몽크스 하우스 이전 부터 쓰기 시작했지만 출간은 몽크스하우스 시절이고 그때까지 작업은 계속되었다. 

 

올랜도192810월 출간과 함께 새로 매입한 정원부지에 공간을 꾸미는 작업이 시작된다. 맷돌이 바닥을 장식하고 있는 테라스 공간은 전문가의 솜씨라고 할 정도로 감각이 뛰어나다. 레너드에게는 정원가의 자질이 확실히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관심을 가지고 모종과 종자를 주문해서, 파종하고 심고, 담장을 허물고, 바닥에 돌을 까는 솜씨는 부러울 지경이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희열을 느끼고 있는 그의 심장박동이 느껴진다. 물론 이 정원을 버지니아도 사랑했음을 소개된 일기들을 통해 알 수 있다.



 




처음에는 다알리아, 카네이션, 패랭이꽃, 해바라기, 아스터, 백일홍, 한련화 같이 흔한 종류의 식물을 심었지만, 시간이 가면서 레너드는 더 드문 종류의 꽃들, 특히 구근류들을 좋아했다고 한다. 정원은 구석진 곳이 많고 길을 돌아갈 때마다 다양한 꽃무리가 만드는 장면들로 탄성을 짓게 한다. 작가의 정원 스케치는 설계할 때 스케치하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정원과 조경 잡지에 실려있던 매력적인 스케치들이다. 오노린 조베르, 맥문동, 이브 프라이스, 탈리아, 자반풀, 길레니아 트리포리아타, 다이아몬드 프로스트, 알붐 등 생소한 이름들의 꽃들. 특히, 보라색 꽃들은 유럽 정원에 내가 매혹당하는 이유이다. 항상 생각하지만 우리의 정원에는 왜 소재와 색상이 다양하지 못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알리움 클래디에이터가 정원의 소재로 사용되는 것을 보았을 때의 반가움이 기억나기도 했다. 이 몽크스 하우스에서는 흔한 소재다. 이런 공간 체험은 도시의 아파트의 정원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것이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레너드가 이 정원에 세우려했던 온실 때문에 두 사람 사이에 불화가 있었던 것이다. 꽃을 심고 가꾸는 레너드의 입장에서는 그 어느 수집가나 식물학자 못지않게 희귀한 식물을 옮겨와 키우고 싶었을 테고, 그것은 가온(加溫) 철제 온실 계획에까지 이르게 되었을 것이다. 정원을 감상하는 버지니아의 입장에서는 흉측한 구조물이 경관을 해치는 것이 싫었을 것이다. 둘은 충돌했고 버지니아는 고집을 꺽지 않았고, 결국 레너드는 가온 온실 계획을 포기한다.

 

버지니아가 이 몽크스 하우스에서 가장 많이 시간을 보낸 곳은 글을 쓰기 위해 개조한 정원 한편의 오두막일 것이다. 지금은 정돈되어 있는 모습이었지만 사실 버지니아는 정리 정돈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했다고 한다. 책이 여기 저기 쌓여 있고,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고 한다


2차 대전이 발발하고 런던이 폭격을 당하면서 이 지역에도 폭탄이 떨어지고 불발탄을 폭파하는 과정에서 집 일부가 손상된다. 버지니아의 병세는 악화된다. 아마도 전쟁과 음식, 추위가 영향을 미쳤고, 위기가 오고 있었음을 알고 있었다고 레너드는 친구에게 편지를 쓴다. 그는 버지니아가 죽음에 이르기 전에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를 한다.

 

버지니아 사후에 몽크스 하우스는 레너드의 삶의 중심이 되었다고 한다. 그의 온실에는 선인장과 부겐빌레아가 자라고 있다. 두 사람 사후에 황폐된 저택과 정원을 내셔널트러스트에서 매입해 세입자를 두고 관리하고 있다. 해마다 버지니아를 기억하기 위한 방문객들이 찾아온다고 한다. 기회가 되면 가보고 싶다.

 

이 책은 버지니아의 작품을 읽을 때, 정원이나 저택의 장면들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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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4-23 00:3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우와 책을 번역 출간되었네요 FT주말판에 가끔 울프 레너드 정원 이야기 실렸는데 레너드가 자신의 얼굴 새긴 동판 이정원 어딘가 두었다고 언젠든지 울프 영혼이 머물다가라며, 맷돌 테라스 멋지네요 하지만 정원 손질은 죽 노동 ㅠ.ㅠ,

그레이스 2021-04-23 01:03   좋아요 5 | URL
맞아요
헤르만 헤세도 그 노동에 대해 토로하면서도 계절이 되면 땅을 일구고 씨를 뿌리는 부지런함을 자연스럽게 부리게 된다고 했죠.
좋아하지 않으면 못할 일!

바람돌이 2021-04-24 01: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도 보고싶네요. 버지니아 울프 책을 봐야 하는데 자꾸 관련책만 보는 느낌이지만 버지니아 울프 책을 읽을 때 이 집을 상상하리라는 말에 훅 끌려버림요. ^^

그레이스 2021-04-24 08:47   좋아요 2 | URL
이번에 <등대로> 읽을 때 계속 연상이 됐어요. 다른 작품 읽을때도 곳곳에 이곳의 경치와 분위기가 묘사되어 있을 듯요. 그러지 않아도 기분좋은 책이예요.^^

scott 2021-05-07 15: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울프 여사님 이달의 당선작!
오월! 울프 여사님의 정원
책구경으로 만 ^ㅅ^

그레이스 2021-05-07 16:35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scott님의 매일 올리시는 글들과 부지런하고 친절한 댓글이 격려가 되요.~♡

모나리자 2021-05-07 16: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당선작 축하드려요~^_^
멋진 주말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1-05-07 16:20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모나리자님도 행복한 주말되세요
어렸을때 상받고 집에 가던 기분이 생각나네요^^
지금 엄마한테 가는길인데...^^

새파랑 2021-05-07 16:2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완전 축하드려요 그레이스님~!!!★★★

그레이스 2021-05-07 16:22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

서니데이 2021-05-07 17: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미미 2021-05-07 17: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짝짝짝~그레이스님 당선 축하드려요~! 유후~^^*♥

그레이스 2021-05-07 17:47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
맛있는 저녁시간 되세요~~♡

초딩 2021-05-08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

그레이스 2021-05-08 19:2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