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유아체능단을 졸업하는 아들 선생님께 보내는 편지>

지우가 마지막 셔틀 버스를 탄 날, 매일같이 "빨리 빨리"라는 말로 하루를 시작했건만 오늘은 지우도 서둘러 준비하는 폼이 마지막 하루를 잘 보내고 싶었나 봅니다. 셔틀 버스를 태우고 돌아서는 발길이 어째 섭섭한 아침입니다. 아마도 체능단 마치고 멀리 이사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섭섭한 마음이 더한 듯하네요.

아기 때부터 몸이 약했고 병원 드나드는 게 큰 일이었던 지우, 네 살 때까지 걸음도 제대로 못 걸어 엄마의 애를 태웠던 지우에게 유아 체능단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단지 건강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 하나뿐이었지요. 여섯 살 일 년을 보내는 동안 다른 친구들보다 운동은 뒤처져도 많이 건강하고 씩씩해져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일곱 살 반으로 올라가는 데 주저할 일이 없었답니다. 진급하자마자 제주도에 갔다가 큰 사고가 나서 한 달 동안 그곳 병원에 있을 때는 마음이 얼마나 아팠는지 모릅니다. 모든 게 엄마 탓인 것만 같아 제 원망만 하며 병실을 지켰지요. 그때 자주 전화를 주시며 지우의 안부를 묻고 친구들 소식을 전해 주시는 선생님이 정말 고마웠답니다.

사실 뇌를 다쳤다는 사실 때문에 운동을 많이 하는 체능단이 너무 위험해 보였고 그만두어야 하나 몇날 며칠을 고민했지요. 그러다가 스케이트만 빼고 그냥 다니기로 했습니다. 지우가 일반 유치원에 가는 걸 완강하게 거부했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었죠. 그만큼 유아 체능단은 지우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이었답니다.

그러고 얼마 되지 않아 생긴 재혁이와의 사건, 덩치도 큰 아이한테 맞아서 얼굴이며 몸에까지 상처를 만들어 가지고 돌아온 날은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자기 아이만 아는 이기심으로 가득찬 엄마들 때문에 마음이 참 혼란스러웠지요. 사실 이웃의 아이가 잘 자라야 내 아이도 잘 자랄 수 있다는 걸 왜 모르는지 한숨이 나왔습니다. 그때를 잘 넘겨준 선생님께도 고맙다는 인사 전하고 싶네요.

얼마 전 참관 수업에서 본 지우의 모습은 세상에 둘도 없는 장난꾸러기였습니다. 1학기를 보내면서 점점 장난이 심해진다 싶었지만 아무리 지적을 해도 고쳐지지 않더군요. 지우의 마음속에 들어앉아 있는 유쾌하고 즐거운 마음이 그렇게 드러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사실 친구들과 놀고 싶다는 표현인데 괴롭힌다고 오해를 해서 지우가 슬퍼하는 걸 종종 보았지요. 앞으로 학교에 가서도 그런 일이 다반사로 일어날 것 같은데 사실 걱정이랍니다.

늘 아기 같고 모든 게 굼뜨고 늦지만 세상을 사랑하고 이웃과 더불어 살아갈 줄 아는 아이로 성장하길 소원합니다. 유아 체능단에서의 생활이 그 모든 밑거름이 되겠죠?  이제 지우가 졸업을 합니다. 장난꾸러기 지우를 위해 애써 주신 모든 선생님들께 이렇게나마 감사의 인사 전합니다.

그동안 정말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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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니 2007-02-20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우선생님이 얼마나 행복해하셨을까요...이렇게 사랑이 가득 담긴 님의 편지가 선생님에게 큰 선물이고 보람이겠지요...
예쁜 마음으로 보아주는 님의 마음도 감사하게 생각하실꺼 같애요,선생님 입장에서...
지우가 정든 친구들 모두를 두고 떠난다는게 조금 서운하기도 하겠지만,,,모두 잘해내리라 믿어요...
님..화이팅하시구요...참, 명절은 잘 보내셨지요???

프레이야 2007-02-20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들 지우가 유치원을 졸업하는군요.
이제 초등생이 될 아들 보며 님도 많이 설레겠어요.
님의 진심이 담뿍 담긴 감사의 편지가 선생님께도 힘이 될 것 같아요.
설 잘 보내셨지요? ^^

하늘바람 2007-03-05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우 졸업 정말 뿌듯하시겠어요. 이제 사랑스런 지우가 초등학생이 되었네요. 학부모님이 되셨어요,
축하드려요,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