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과천에서 가장 먼 곳으로 가자고 할 때( 근무 지역을 선택할 수 있음) 저는 아무 망설임도 없이 그러자고 했지요. 한 번도 과천을 떠나본 적이 없는 아이들은 안 간다고 난리였지만 엄마 아빠가 가니 따라 나설 수밖에요. 사실 아이들 때문에 망설이긴 했지만 도시에서 얻을 수 없는 것을 더 많이 얻을 수 있으리란 기대감으로 용감하게 떠나왔답니다.
과천을 출발하자마자 눈물이 터져 서해 대교를 지날 때까지 울음을 그치지 않던 딸아이 때문에 우리 가족 모두 펑펑 울었지요. 그 날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짠해져요.
완도가 얼마나 먼 곳인지 지도상으로만 보아도 알 수 있었지만 사실 감이 잡히질 않았어요. 그러다가 이사하던 날 서해 대교를 지나던 남편이 이제 네 시간 반 정도만 가면 된다는 말에 정신이 확 들었습니다. 그렇게 새벽에 도착한 완도는 정말 조용했습니다.
완도에서의 일주일은 여행이라도 온 것처럼 보냈습니다. 걸어서 30분이면 어지간한 곳은 다 갈 수 있기에 하루에 한 군데씩 탐험하는 기분으로 아이들과 돌아다녔습니다. 그러면서 아이들도 완도라는 작은 동네에 정이 들기를 기대했지요. 그래서일까요? 아이들은 완도가 마음에 든다고 했습니다.
작은 아이 입학과 함께 큰 아이도 3학년이 되었네요. 아이들이 학교 생활을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서 질문을 퍼부어대지만 아이들은 이사하기 전과 별반 다르지 않게 대답합니다. 벌써 친구도 사귀고 선생님도 마음에 든다고 하니 이제 슬슬 마음을 놓아야 할까 봐요.
사실 아이들보다 엄마인 제가 적응을 잘 못하고 있어 걱정이랍니다. 저도 곧 적응이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