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저녁에 브라이언과 트리샤가 놀러 왔어요. 몇 번 만나고 나니 이젠 진짜 이웃이 된 느낌이 듭니다. 저녁 먹으러 오라고 했더니 이 처녀, 총각 한 끼 해결하겠다 싶었는지 바로 왔더라구요. 배 두 개 들고서요.
이번에 선택한 음식은 비빔밥. 비빔밥은 따로 장을 보지 않아도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털면 할 수 있는 음식이라서 좋은 것 같아요. 하지만 모든 재료를 채 썰어서 따로따로 볶으려니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비빔밥은 외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우리나라 음식이라기에 신경을 좀 썼어요. 다섯 가지 나물에 달걀 흰자랑 노른자 분리해서 지단 붙이고, 쇠고기까지 갈아서 양념했네요. 매운 거 못 먹을까 봐 양념도 고추장이랑 간장 두 가지 준비했어요. 평소 우리 식구끼리 먹을 땐 절대 이렇게 안 합니다.
식사 준비가 다 끝나기도 전에 브라이언과 트리샤가 오는 바람에 사진 안 찍으려고 했는데 딸아이가 이렇게 두 컷을 찍어놨네요.
비빔밥만 하면 상이 너무 심심해서 국물 대신 뚝배기에 계란찜 하나 하고요, 김치전을 붙여 같이 주었더니 다 잘 먹던데요. 브라이언은 I am so hungry. 하면서 밥을 두 그릇이나 먹어서 음식 차린 보람이 느껴졌어요.
이 사람들이랑 밥 먹으면서 느낀 건데요. 우리 나라 손님 접대보다 외국인 접대하는 게 훨씬 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상다리 부러지게 안 차려도 정성 들인 주메뉴 한 가지만 있으면 되니까요.
트리샤는 제가 음식 솜씨 엄청 좋은 줄 알아요. 주부 경력 10년이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음식들인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