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아이가 60이 넘은 할아버지 선생님한테 구타라고밖에 할 수 없는 폭행을 당하고 열흘이 지났네요. 그동안 학교며 교육청이며 쫓아다니느라 아무 일도 할 수 없었고, 아직도 가슴 위에 바위 한 덩어리 올려놓은 것 같은 느낌입니다. (순오기 님이 페이퍼에 썼던 이야기의 주인공이 바로 우리 아이랍니다.)

정말 힘든 일주일을 보냈지만 제가 요구한 담임 교체는 이루어지지 않은 채 마무리되고 있네요.
그렇다고 제가 담임을 용서한 건 아니구요. 세 가지 이유 때문에 제가 한 발 물러섰어요.

내년 2월 정년 퇴임을 앞둔 교장선생님이 나서서 어찌나 용서를 비는지...
퇴임하는 마당에 자신의 명예에 흠이 갈 것 같아 그런 거겠지요?

사실 제 마음을 움직인 사람은 교감선생님이셨어요.
저를 따로 불러 교장이 뭐라고 해도 어머니 하고 싶은 대로 밀고 나가라고 하시더군요. 
같은 선생님 입장에서 하기 힘든 말이었을 텐데
제게 힘을 실어주는 교감선생님이 정말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제가 아이의 담임을 더이상 상대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 건 담임이 보낸 문자 때문이었어요. 제게 용서를 비는 말 끝에 제초제 먹고 교실에서 죽어버리겠다는 문자를 보냈더라구요.
그걸 보는 순간 그냥 헛웃음만 나왔어요.
진짜 죽을 사람 같으면 그런 말도 안 하겠지요?
어떻게 학부모에게 이런 문자를 보낸답니까?
이 사람은 용서고 뭐고 할 가치도 없는 사람이다 싶었어요.

그래서 교장선생님이랑 교육청 담당 장학사에게 이 문자를 보여주면서
선생 자격도 없고 단 하루도 아이를 맡기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고 말했어요.
상대할 가치조차 없어서... 그래서 그냥 내버려 두기로 했어요.
그렇게 굴욕적으로 살아보라고.
그런 사람이 40년 가까운 세월 아이들을 가르쳤답니다.

지난 금요일 교장선생님 입회하에 아이들에게 공개 사과를 했구요,
교장실로 불려와 제 앞에서도 사과를 했구요, 
그리고 몇 가지 조건을 문서화해 달라고 학교측에 요구했습니다.
아마 그 요구는 이번 주내로 이루어질 것 같습니다.

내 아이의 일이라서 이렇게 용감해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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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8-11-17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세상에 아이가 얼마나 속상할까요? 그래도 니밍 보여주신 용기와 그 모습이 아이에게 힘이 될 거예요. 당장 처벌을 하든 안하든 아이에겐 엄마가 있다는 힘이 있겠지요. 하지만 아이 맘이 어땠을지 그리고 님의 마음이 어땠을지 저도 가슴이 많이 아픕니다.
정말 그분이 나이가 많아서 안심이 되기도 하면서 화가 나기도 하고 그러네요

소나무집 2008-11-17 19:06   좋아요 0 | URL
화가 나는 정도가 아니었어요. 내 아이의 일이기에 아픈 가슴을 부여잡고 뛰어다니면서 독한 학부모의 모습을 보여주었네요. 그래서 다시는 우리 아이처럼 맞는 아이가 없기를 바라면서요.

2008-11-17 18: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1-17 19: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1-17 18: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1-17 19: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스탕 2008-11-18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나무님. 할 말이 없어요.
이건 절대 남의 이야기가 아니거든요. 애 키우는 모든 엄마들이 같이 화내고 같이 슬퍼해할 지금 우리나라 현실이에요 ㅠ.ㅠ
아이 맘 많이 다치지 않도록(이미 맘 상할만큼 상했겠지만요..) 잘 다독여 주시고 소나무님도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맘 푸세요.
아이에게 엄마는 영원한 빽그라운드에요. 여인은 연약해도 엄마는 용감하다는말, 소나무님보고 다시한번 확인합니다.
소나무님. 힘내세요!!

소나무집 2008-11-19 09:01   좋아요 0 | URL
시간이 지나고 나니 괜히 한 발 물러섰구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본보기로 요구를 끝까지 관철시켰어야 정신을 차렸을 것 같은데...
제가 언론까지 부른다며 처음부터 세게 나갔더니 교육청에서도 제 요구를 무조건 들어주겠다고 하더라구요.
제가 이렇게 용감해질 수 있었던 것도 우리 아이뿐 아니라
앞으로 맞는 아이들이 생기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어요.
세상도 변하고 부모도 다 변했는데 아직도 10년 전 20년 전처럼 부모와 아이들 위에서 군림하려 드는 선생들이 너무 많아요.
선생들한테 반성 좀 많이 하라고 했어요.
그동안 제 표정이 바뀌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힘이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