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관련하여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그다지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혹시나 했었다. 그렇지만 역시나다. 무엇인가 뚜렷한 대책은 없다. 지금까지 하던대로 문제가 되는 기관은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 날려 버리면 된다는 내용이 주다. 대국민 담화의 전문을 읽다가 문득 든 생각이 있어서 적어본다.

 

  첫째 실종자 수색에 대한 언급이 전무하다. 지금까지 욕을 먹든, 잘못했든 실종자 수색은 해경이 담당했다. 그런데 해경을 해체했다. 그렇다면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던지게 된다. 실종자 수색은 누가 하는가? 해경청장이 책임지고 실종자 수색을 하겠다고 하는데 그게 과연 열마나 가능할까?

 

  과거 군대에 있을 때 제대를 앞둔 군인들의 모습을 지켜본 적이 있다. 그분들은 제대 날짜가 결정되었기 때문에 그날까지 때우기로 일관한다. 특별한 문제가 없기를 바라면서 하루하루 때운다. 그들이 무책임해서가 아니다. 실제로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업무 협조를 해도 비협조적이다. 이미 갈 사람에게 누가 협조를 하겠나? 새로 오는 사람들에게 온통 신경을 쓰다보니 자연스럽게 관심이 덜 가게 된다. 해경이 해체되면 얼마나 책임을 지고 그 일을 감당하겠는가? 조직이 유지된 지금까지도 제대로 못했던 일을 해체가 결정된 기관이 얼마나 책임을 지겠는가? 그냥 립서비스라고 느껴진다.

 

  둘째 세월호 사고의 근본적인 문제는 규제 완화다. MB정부 시절에 완화해 놓은 규제가 환갑, 진갑을 넘은 세월호를 회춘하게 했다. 그 결과가 세월호 참사가 아니던가?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치고, 관련자 처벌을 외치지만 그 어디에도 규제 강화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다. 구체적인 언급도 씹어 먹는 것이 현 정부의 행동 패턴인데 구체적인 언급도 없는 공약은 얼마나 지키겠는가? 규제의 강화없이 조직을 개편하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이 아닐까?

 

  셋째, 새로운 조직의 업무 능력 현실화까지의 소요되는 시간과 경비, 그리고 경험에 대한 문제이다. 새로운 조직이 설립이 되고 제대로 역할을 하기까지 얼마의 시간과 경비가 들지 모른다. 조직이, 그것도 국가 조직이 고스톱판은 아니지 않는가? 선을 바꾸면 바로 다음 판이 이어지는 고스톱판이라면 모르겠지만 새롭게 부처를 신설하고 책임 수장을 뽑고, 메뉴얼을 작성하고 몸에 익도록 하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1달? 2달? 최소 조직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1년은 걸릴 것이고, 제대로 경험을 축적하여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까지는 10년은 걸리지 않겠는가? 사회 생활을 조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내가 하는 말이 무엇인지 알 것이다. 20명 미만의 팀이 신설되거나 팀장이 교체되고 제대로 역할하기까지 몇 달은 걸리는데 국가의 새로운 부처가 신설되는데 몇 달을 예상한다면 도둑놈 심보가 아니겠는가?

 

  넷째, 어느 선까지의 개편인가? 각 부처를 개편한단다. 해경을 해체한단다. 그렇지만 청화대에 대한 개편 내용은 함구했단다. 어느 선까지의 개편일지 모르겠지만 한가지만은 확실하지 않을까? 김기춘 비서실장은 살아남을 것이라는 사실 말이다. 박대통령의 해외 순방이 시작되자마자 그를 중심으로 회의를 했다니 그는 이번에도 살아남을 것이다. 게대가 언론에서 구원파의 "김기춘 갈데까지 가보자"라는 말을 살살 흘려주고 있으니...

 

  다섯째, 박대통령의 해외순방이다. 기사를 검색해 보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한 다음에 질문받지 않고 바로 퇴장했을 것이다. 그리고 UAE로 순방을 떠났다. 원자로 설치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란다. 조선일보는 열심히 박근혜 대통령을 빨아주고 있다. 라마단 기간을 피해야 국익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말이다. 그렇게 국익을 위한 것이라고 말하지 말고 일의 중요도에 대해서 따져보자. 세월호 참사 앞에서 국민들이 슬퍼한다. 유가족들은 슬퍼하고, 분노하고, 국민들이 하야를 외친다. 이런 시국에 가장 우선될 일은 세월호 참사를 어떻게 수습할 것이냐가 아닐까?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말만하지 말고, 책임지고 수습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라마단 기간이 마음에 걸린다면 국무총리, 혹은 장관 가운데 한 사람을 보내도 될텐데 굳이 대통령이 갈 이유가 무엇인가? 계약을 새로 체결하는 것도 아니고, 진행되는 일이 순조롭다고 참석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았다고 해도 UAE에서 뭐라고 하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도 굳이 나갔다. 마일리지를 쌓기 위해서도 아니고 이건 뭐지라는 생각이 든다.

 

  여섯째 특검은 실행될 것 같다. 유병언 회장의 사번을 보니 99년 첫번째 입사자란다. 그렇다면 청해진 운수는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 설립되었다는 말인데, 아마도 털어서 정치권과의 커넥션을 이야기한다면 새누리당보다는 과거 민주당 쪽 인사와 연결점이 많지 않겠는가? 열심히 털면 유력한 인사들이 걸려들 수도 있겠고, 이 기회에 야당을 뿌리째 흔들 수도 있지 않겠는가? 혹시 아는가? 번개처럼 수사해서 이번 지방선거에 이용할지 말이다. 뚜렷한 증거가 없어도 과거 민주당과 청해진 해운 사이에 모종의 커넥션 의혹이 있다고만 언론 플레이를 하면 지방선거가 어떻게 될지 결과는 뻔하다.

 

  일곱째 숨겨진 재산을 죄다 찾아서 압수하겠단다. 과연? 전두환 대통령 재산 환수도 이렇게 오래 걸리는데...

 

  대국민 담화 전문을 읽고 이건 뭐지?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데 이 글을 보고 혹 어떤 이들이 나를 종북이로 몰아 붙이는 것은 아닐런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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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4-05-19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번 담화를 보고나서 병신이 육갑한다는 옛적 표현이 딱 맞는 케이스 같더라구요. 어느 한 지점에서 문제의 문을 닫기 위해 난리를 치다가 나름 강수를 둔 것인데 해결이나 개혁보다는 문제를 일거에 덮고 생색내려는 것 같아 불쾌합니다. 어쩌면 이리도 썪고 무능한건지요.

saint236 2014-05-20 07:07   좋아요 0 | URL
나오는 생각이 어찌 그리 단순한지..이러다가 경찰에서 문제가 나오면 경찰 없애고, 군대에서 문제가 생기면 군대 없애겠다고 하겠지요.
 

삼성이 백혈병 문제에 대해서 사과했다고 한다. 유족들의 항의를 받아 들이고, 반올림과 상의하여서 적절한 보상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오랫동안 지루한 싸움을 이끌어온 사람들에게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그렇지만 왠지 껄쩍지근함이 계속 남는다. 지금까지 계속 불가를 외쳐왔던 삼성이 왠일로 지금 이 시점에 사과 및 보상을 발표한 것일까? 몇가지 추론을 해본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나 혼자 해보는 상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걸리는 부분들이 있음은 분명하다. 이 나라는 상상조차도 시비를 걸고 법적인 제재를 가하는 나라가 아니던가?(이석기 의원의 경우를 보면 그렇다. 그가 품었던 생각이 현실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뭘 모르는 사람일 것이다.)

 

첫째 이건희 회장의 쾌유를 비는 차원에서 사과를 한 것은 아닌가? 지금 이건희 회장이 급성 심장마비로 스탠실 시술을 받고 입원 중이라고 한다. 이건희 회장의 쾌유를 바라면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렇게 하는 것이 아닐까? 과거 임금들이 나라에 한재나 흉년이 들면 나라에 자신의 죄를 고하고 죄인들을 방면해 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설마 그럴리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 보지만 혹시 아는가? 갑자기 신심이 돈독해 진 것이 아닐지...

 

둘째 이재용 부회장의 회장 취임을 위한 포석은 아닐까?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이고 이 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은 모두 이렇게 생각한다. 삼성의 과오를 아버지 대의 과오로 넘겨버리면서 삼성의 과거를 세탁하고 이재용 부회장이 회장이 되는데 큰 걸림돌로 작용할 한 부분을 털어 버리기 위함일 수도 있다. 삼성은 애써 부인하고 있지만 말이다. 마치 노태우가 전두환을 백담사로 쫓아버리면서 자신은 전두환과는 다르다고 했던 것처럼...

 

셋째 재판에 질 것 같으니 미리 선수를 치는 것이다. 지금까지 삼성에서 나와서 여러가지 방법을 사용했지만 점점 드러나는 팩트들은 삼성에 불리한 것들이다. 물론 삼성의 힘으로 그것들을 덮어버릴 수도 있지만 언제까지 그렇게 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머지 않은 미래에 삼성 전자의 백혈병은 산재 판정을 받게 될 것이고, 이것은 한 두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삼성 전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계역사로 파급될 것이다. 그러니 사전에 GG를 선언하면서 다른 부분으로 파급되는 것을 막아보자는 것은 아니겠는가?

 

넷째 자신들의 과오를 세월호 사건과 묶어서 넘어가보자는 전형적인 물타기가 아닌가? 나만이 아니라 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나보다. 그렇기 때문에 벌서 오래전에 협의를 했지만 세월호 사건 때문에 미루었고, 이건희 회장의 문제 때문에 미루다가 더 이상 미룰 수 없어서 더 늦기 전에 발표한다고 말했다. 이는 거꾸로 말하면 그들에게도 그러한 마음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가 아닐까? 실제로 꽤나 큰 사안이지만 세월호 사건에 묻혀서 뉴스의 한켠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지 그 누구도 심도 있게 이 사안에 대해서 분석하고 있지 않다.

 

다섯째 삼성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서 일 것이다. 지금까지 삼성이 가지고 있던 이미지가 어떤가? 관리의 삼성이라고 하지만 그 이면은 무노조라는 표어아래 노동자를 탄압하지 않았던가? 삼성이 강요하는 노동강도는 또 어떠한가? 많은 사람들이 삼성에 들어가기를 원하지만 그 누구도 그곳에서 뼈를 묻고 싶어하지는 않는다. 돈을 벌어서 나와서 자기 사업을 차리겠다는 것이 내 주위에 삼성을 다니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생각이다. 그런 기업이 자기의 과오를 깨끗이 인정하고, 적당하게 보상을 하겠다고 나온다면 "올~ 삼성! 역시 달라!" 이런 말을 들을 가능성이 병아리 눈꼽만큼이라도 있지 않겠는가?

 

그 외에도 박영선 의원과 관련하거나, 을지로 위원회와 관련하여 정치적인 분석을 하는 시선도 많다. 어느 하나로 닥 단정할 수는 없다. 여러가지 복합적인 요소들이 모여서 삼성이 사과하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단 분명한 것은 삼성이 사과한 시점이 매우 묘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삼성의 사과를 삐딱하게 바라보는 나 같은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닌가?

 

PS. 설마 갤럭시S 5를 팔아먹겠다는 생각으로 그렇게 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갤럭시S 시리즈는 나에게 개~~앨럭시S 시리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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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4-05-17 0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섯 가지 포인트 모두 공감이 가네요. 자기들을 절대왕조라고 하는 사람들이니까 미신적인 접근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물론 현실적인 부분을 철저하게 고려했겠지만요. 웃기는 건 언론이죠. 이미 역시 삼성, 또는 독실한 원불교 신자 운운하면서 개드립을 치고 있잖아요...말씀처럼 자고 일어나서 개심을 했나봅니다...

saint236 2014-05-17 11:13   좋아요 0 | URL
사람이 저렇게 급격하게 바뀌면 죽을날이 가까워졌다는 말이 있던데요...
 

4월 29일 답답한 마음에 끄적거렸던 글을 다시 생각해 본다.
내가 통찰력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그들이 뻔한 것인지...
내가 보기에는 아마도 후자라고 생각하지만...

조만간 국민에게 힘과 용기를 주겠다면서 예능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었다. 빠르면 5월 첫째 주말, 늦어도 둘째 주말에는 할 것이라 예언했는데...이렇게 정확하게 들어 맞을 줄이야...5월 3일 무한도전이 시작했다. 무한도전의 시작은 여타 예능 프로들이 재개될 것이라는 이야기와 마찬가지다.

다음으로 이렇게 계속하면 국가 경제가 어렵다. 그러니 국민들은 너무 슬픔에 잠기지 말고 돈을 쓰길 바란다. 이런 취지의 기사를 언론에서 떠들어 댈 것이라 말했었는데 어제 한치의 오차도 없이 나오더라. 다만 뒷부분은 너무 뻔해서 그런지 하지 못하고, 앞부분의 이야기만 했는데. 말이라는 것이 꼭 해야만 하는 것인가?

다시한번 느끼지만 이 나라 지도층에게 국민은 그저 숫자일 뿐이다. 사람이 아닌 숫자. 한사람 한사람의 죽음이 아니라 174->172로 줄어들고 늘어나는 그런 숫자 말이다. 그러니 교통 사고 사망자보다 적다는 말 운운할 수 있는 것이고, 국가 경제가 어렵다는 말을 할 수 있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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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곤하다
   매일 뉴스를 통해서 접하는 세월호 사건은 참 피로하다. 불법과 불의가 판치는 현실을 보면서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속상하고, 무기력하다. 이 판에 정치권의 자기 이익 실현은 세월호와 함께 언론의 너머로 침몰해 버리고,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KTX요금 인상도, 국정원의 간첩 조작 사건도 우리의 관심 밖으로 사라져 버렸다. 어느 것 하나 그냥 넘길 사안이 아니면서도 매일 신문은 구원파 사건으로 도배중이다. 구원파 문제가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사회적인 시스템의 문제가 더 중요할텐데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내가 예상한 것보다 책임지로 물러남을 당하는 사람은 많은데, 정작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은 요지부동이다.

  희망과 영생을 이야기하는 하늘색 드립은 급기야는 친절한 수정으로 손기정 옹의... 뒤를 따라가고 있고, 욕을 한 사람은 명예 훼손으로 고발당하고, 욕하게 만든 사람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다. 정의 막내는 정신이 바로 박힌 젊은이로 일베충들의 영웅이 되었다. 지변은 지들 맘대로 똥싸고 있고, 가족들의 슬픈 마음을 아는지 하늘은 며칠간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충분히 예상은 했지만 방송은 이러다가 국민이 다 우울증에 걸린다면서 국민들에 힘을 주기 위하라는 얼토당토한 핑계로 새로운 드라마를 선전한다. 조만간 언론에서 국민에게 웃음을 찾아 주기 위하여 예능을 시작한다고 하겠지? 그리고 국가의 경제를 위해서 그만 슬퍼하고 돈을 쓰라고 놀러가기 좋은 곳들을 주구장창 소개할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그래 국민 경제를 살려야지!"라는 구국의 일념으로 열심히 돈을 쓸 것이다.

 
  기독교에서는 노란 리본은 주술적인 것이라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와, 노사모를 연상시킨다는 핑계로 공격을 일삼고 있으며, 이 문제를 위해서 기도하자고 한다. 그런데 말이다. 기도를 한다는 것이 무엇일까? 난 기도란 삶이 수반되는 행위라고 생각하는데, 기도를 한다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생각은 전혀 없고, 매일 공염불을 외우듯이 기도만을 외친다. 그것도 소위 말하는 기독교의 지도자라고 할만한 사람들이 그렇게 말한다.

  세례 교육할 때 가르쳤던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진 인류사회가 천국임을 믿으며"라는 우리의 신앙 고백은 허공으로 사라져 버리고 죽어라고 저 천국만 바라본다.

  자신들은 정직하지 못하면서 아이들에게는 정직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세상 속에서 애들...은 과연 무엇을 배울까? 배운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어른들이 행동하는 대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이번에 죽은 아이들은 정말 말 잘듣는 아이들이기 때문에 죽었다는 것을 어느새 잊고 있다. 구명 조끼를 입고 그대로 대기하라는 말을 따랐던 아이들이 대부분 죽었다. 아마도 살아남은 아이들 가운데에는 반항하며 나간 아이들도 있을 것이고, 바다를 보려고 나갔던 아이들도 있을 것이고, 갑판에 몰래 담배 피우러 나갔던 아이들도 있을 것이다.(이런 말을 하면 불경하다고 할 사람은 있겠지만 분명이 내가 말한 아이들도 있을 것이다.)

  미국 대통령은 애도의 뜻을 표하는데, 우리가 뽑은 대통령은 책임 운운하면서 본인은 책임지려고 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무엇을 배울까? 누구를 자기의 대통령이라고 생각할까?

  얼마전 팟캐스트를 듣다가 농담처럼 이런 말을 들었다. 배를 타거나 비행기를 탈 때에 혹 동승한 사람 가운데 미국인이 있는지 살펴보고 없으면 타지 말라고 했던 말. 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느냐고 하겠지만 내가 보기엔 단순한 농담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현실이 그렇다. 이것은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

  오늘도 바다 속에서 잠겨서 눈물조차 보이지 못한는 아이들과, 종북 선동꾼이라는 딱지 때문에 속상해 하면서 빗속에 눈물을 숨겨야 하는 유가족들의 마음이 손에 잡힐 것 같아서 답답하다. 이렇게 끄적거리지라도 않으면 견딜 수 없어서 두서없이 끄적거려 본다.

  문득 샤르뎅의 일화가 생각난다. 샤르뎅이 사막에서 빵도 포도주도 없어서 성찬을 행하지 못했을 그 때에 그는 이렇게 했다고 한다. "하나님 오늘도 세계 곳곳에서 눈물 흘리는 이들의 눈물을 포도주로 삼습니다. 억울하게 핍박받고 죽어가는 이들의 삶을 빵으로 삼습니다." 오래된 기억이라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샤르댕처럼 오늘 하나님께 이렇게 기도한다.

   "하나님 오늘도 팽목항에서 가슴 저리면서 아파하는 이들의 눈물을 우리를 위하여 흘리신 주님의 피로 기억합니다. 바다 속에서 인양되기를 기다리며 물에 불은 아이들의 몸을 우리를 위하여 찢기신 주님의 몸으로 삼습니다. 주님의 몸을 먹고 마실 때마다 주님을 기억하듯이 그들의 눈물과 몸을 기억하면서 그리스도인으로서 나의 책임을 깨닫습니다. 주님이 오시는 그 날까지 주님의 아픔과 약속에 동참하게 하소서. 이 땅을 주님의 나라가 되게 하는 일에 작은 일이지만 동참하겠습니다."

  내 기도가 팽목항에 닿지는 못한다고 해도, 내 마음 속에는 닿았으면 좋겠다. 다시한번 피곤해서, 너무 아파서 눈을 돌리려고 했던 나의 비겁함을 손가락이 부러지도록, 손톱이 빠지도록 창문을 두드렸을 그들 앞에서 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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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라딘 서재글을 긁적이다가 응답하라 1994에 관한 글을 봤다. tran님의 서재에서 보게 되었는데 다시 듣는 옛날 노래가 놀랍게도 바위처럼이다. 중학교 1학년 담임선생님이 전교조 활동을 하시는 분이시라 이런저런 노래들을 많이 배웠는데 그것들이 나중에 보니 민중 가요도 있고,전래 동요도 있었다. 그때 들었던 노래가 바위처럼이고, 솔아솔아 푸르른 솔아이다. 이때 노찾사를 알았고, 테잎을 들었고, 사계를 알앗다. 나중에 거북이, MC 스나이퍼를 통해서 두 곡 모두 편곡이 되었지만 아직까지도 나에겐 촌스럽지만 마음을 울리는 노찾사의 노래가 좋다.

 

  또 기억에 남는 노래는 안치환의 아이고이다. 신나고 즐겁지만, 노래 가사는 참 씁쓸한 이 노래를 들어면서, 자연스럽게 장사익으로 넘어가게 되더라. 부모가 모두 맞벌이 나간 시간에 집에서 성냥을 가지고 놀다가 화재로 인해 죽은 그 아이들의 사연을 읽으면서 씁쓸했다. 아마 그때 처음으로 알았던 것 같다. 노래가 가지고 있는 변화시키는 힘이라는 것을 말이다.

 

  다음으로 기억에 남는 노래는 김지하 시인의 시를 가사로 사용한 타는 목마름으로다. 얼마전 리뷰를 작성하면서 언급했지만 김지하는 가고 이젠 안치환만 남았다.

 

  이 노래 외에도 기억에 남는 노래들이 참 많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꼽자면 바로 노래마을의 노래이다. 민중 가요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들도 이상하게 노래마을을 잘 모른다. 나도 몰랐다. 그저 노찾사인줄 알고 샀는데 그게 노래마을이었고, 그것도 두개나 샀는데 말이다. 사촌 형수가 졸업했으니 선물을 사준다고 해서 노찾사를 찾다가 고른 것이 이 테입이다. 아마 이 테잎을 사준 형수도 이 노래 테잎이 어떤 것인지 모를 것이다.

 

  노래 마을을 듣던 중 내 마음에 남은 노래는 "우리의 노래가"이다. 이 노래는 1과 2로 나뉘어진다. 1은 2집에 수록되어 있는 곡으로 "우리의 노래가 이 그늘진 땅에 햇볕 한줌 될 수 있다면"이고, 2는 3집에 수록된 노래로 "우리의 노래가"이다. 두 곡 모두 듣고 있노라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진지한 고민을 해보게 된다. 바위처럼을 발견한 그 순간 바로 이 곡을 유튜브에서 찾아서 검색해 보고 들어본다. 알라디너들과 함게 듣고 싶어서 여기에 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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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11-30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노래마을 노래는 거의 백창우 님이 지었어요.
백창우 님은 요즈음에도 어린이노래를 꾸준히 지으시지요.
이원수 님 동시에 가락을 입힌 백창우 님 노래는 참 아름답답니다!

saint236 2013-11-30 20:34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백창우님이지요. 요즘도 백창우님이 꾸준히 노래를 지으신다는 것은 몰랐네요. 한번 찾아서 들어봐야겠네요.

숲노래 2013-12-01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집 아이들은 늘 이 노래를 듣는답니다 ^^;

백창우 님은 민중노래에서 '아이들과 함께 부를 민중노래'를 짓다 보니
오늘까지도 꾸준히 창작을 할 수 있구나 싶어요.

saint236 2013-12-01 23:28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아이들을 위한 좋은 노래가 많이 없는데 백창우님이 의미있는 일을 하시는군요. 저도 애들에게 들려줘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