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를 따라가고 있고, 욕을 한 사람은 명예 훼손으로 고발당하고, 욕하게 만든 사람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다. 정의 막내는 정신이 바로 박힌 젊은이로 일베충들의 영웅이 되었다. 지변은 지들 맘대로 똥싸고 있고, 가족들의 슬픈 마음을 아는지 하늘은 며칠간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충분히 예상은 했지만 방송은 이러다가 국민이 다 우울증에 걸린다면서 국민들에 힘을 주기 위하라는 얼토당토한 핑계로 새로운 드라마를 선전한다. 조만간 언론에서 국민에게 웃음을 찾아 주기 위하여 예능을 시작한다고 하겠지? 그리고 국가의 경제를 위해서 그만 슬퍼하고 돈을 쓰라고 놀러가기 좋은 곳들을 주구장창 소개할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그래 국민 경제를 살려야지!"라는 구국의 일념으로 열심히 돈을 쓸 것이다.
기독교에서는 노란 리본은 주술적인 것이라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와, 노사모를 연상시킨다는 핑계로 공격을 일삼고 있으며, 이 문제를 위해서 기도하자고 한다. 그런데 말이다. 기도를 한다는 것이 무엇일까? 난 기도란 삶이 수반되는 행위라고 생각하는데, 기도를 한다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생각은 전혀 없고, 매일 공염불을 외우듯이 기도만을 외친다. 그것도 소위 말하는 기독교의 지도자라고 할만한 사람들이 그렇게 말한다.
세례 교육할 때 가르쳤던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진 인류사회가 천국임을 믿으며"라는 우리의 신앙 고백은 허공으로 사라져 버리고 죽어라고 저 천국만 바라본다.
자신들은 정직하지 못하면서 아이들에게는 정직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세상 속에서 애들...은 과연 무엇을 배울까? 배운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어른들이 행동하는 대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이번에 죽은 아이들은 정말 말 잘듣는 아이들이기 때문에 죽었다는 것을 어느새 잊고 있다. 구명 조끼를 입고 그대로 대기하라는 말을 따랐던 아이들이 대부분 죽었다. 아마도 살아남은 아이들 가운데에는 반항하며 나간 아이들도 있을 것이고, 바다를 보려고 나갔던 아이들도 있을 것이고, 갑판에 몰래 담배 피우러 나갔던 아이들도 있을 것이다.(이런 말을 하면 불경하다고 할 사람은 있겠지만 분명이 내가 말한 아이들도 있을 것이다.)
미국 대통령은 애도의 뜻을 표하는데, 우리가 뽑은 대통령은 책임 운운하면서 본인은 책임지려고 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무엇을 배울까? 누구를 자기의 대통령이라고 생각할까?
얼마전 팟캐스트를 듣다가 농담처럼 이런 말을 들었다. 배를 타거나 비행기를 탈 때에 혹 동승한 사람 가운데 미국인이 있는지 살펴보고 없으면 타지 말라고 했던 말. 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느냐고 하겠지만 내가 보기엔 단순한 농담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현실이 그렇다. 이것은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
오늘도 바다 속에서 잠겨서 눈물조차 보이지 못한는 아이들과, 종북 선동꾼이라는 딱지 때문에 속상해 하면서 빗속에 눈물을 숨겨야 하는 유가족들의 마음이 손에 잡힐 것 같아서 답답하다. 이렇게 끄적거리지라도 않으면 견딜 수 없어서 두서없이 끄적거려 본다.
문득 샤르뎅의 일화가 생각난다. 샤르뎅이 사막에서 빵도 포도주도 없어서 성찬을 행하지 못했을 그 때에 그는 이렇게 했다고 한다. "하나님 오늘도 세계 곳곳에서 눈물 흘리는 이들의 눈물을 포도주로 삼습니다. 억울하게 핍박받고 죽어가는 이들의 삶을 빵으로 삼습니다." 오래된 기억이라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샤르댕처럼 오늘 하나님께 이렇게 기도한다.
"하나님 오늘도 팽목항에서 가슴 저리면서 아파하는 이들의 눈물을 우리를 위하여 흘리신 주님의 피로 기억합니다. 바다 속에서 인양되기를 기다리며 물에 불은 아이들의 몸을 우리를 위하여 찢기신 주님의 몸으로 삼습니다. 주님의 몸을 먹고 마실 때마다 주님을 기억하듯이 그들의 눈물과 몸을 기억하면서 그리스도인으로서 나의 책임을 깨닫습니다. 주님이 오시는 그 날까지 주님의 아픔과 약속에 동참하게 하소서. 이 땅을 주님의 나라가 되게 하는 일에 작은 일이지만 동참하겠습니다."
내 기도가 팽목항에 닿지는 못한다고 해도, 내 마음 속에는 닿았으면 좋겠다. 다시한번 피곤해서, 너무 아파서 눈을 돌리려고 했던 나의 비겁함을 손가락이 부러지도록, 손톱이 빠지도록 창문을 두드렸을 그들 앞에서 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