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관련하여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그다지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혹시나 했었다. 그렇지만 역시나다. 무엇인가 뚜렷한 대책은 없다. 지금까지 하던대로 문제가 되는 기관은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 날려 버리면 된다는 내용이 주다. 대국민 담화의 전문을 읽다가 문득 든 생각이 있어서 적어본다.

 

  첫째 실종자 수색에 대한 언급이 전무하다. 지금까지 욕을 먹든, 잘못했든 실종자 수색은 해경이 담당했다. 그런데 해경을 해체했다. 그렇다면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던지게 된다. 실종자 수색은 누가 하는가? 해경청장이 책임지고 실종자 수색을 하겠다고 하는데 그게 과연 열마나 가능할까?

 

  과거 군대에 있을 때 제대를 앞둔 군인들의 모습을 지켜본 적이 있다. 그분들은 제대 날짜가 결정되었기 때문에 그날까지 때우기로 일관한다. 특별한 문제가 없기를 바라면서 하루하루 때운다. 그들이 무책임해서가 아니다. 실제로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업무 협조를 해도 비협조적이다. 이미 갈 사람에게 누가 협조를 하겠나? 새로 오는 사람들에게 온통 신경을 쓰다보니 자연스럽게 관심이 덜 가게 된다. 해경이 해체되면 얼마나 책임을 지고 그 일을 감당하겠는가? 조직이 유지된 지금까지도 제대로 못했던 일을 해체가 결정된 기관이 얼마나 책임을 지겠는가? 그냥 립서비스라고 느껴진다.

 

  둘째 세월호 사고의 근본적인 문제는 규제 완화다. MB정부 시절에 완화해 놓은 규제가 환갑, 진갑을 넘은 세월호를 회춘하게 했다. 그 결과가 세월호 참사가 아니던가?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치고, 관련자 처벌을 외치지만 그 어디에도 규제 강화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다. 구체적인 언급도 씹어 먹는 것이 현 정부의 행동 패턴인데 구체적인 언급도 없는 공약은 얼마나 지키겠는가? 규제의 강화없이 조직을 개편하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이 아닐까?

 

  셋째, 새로운 조직의 업무 능력 현실화까지의 소요되는 시간과 경비, 그리고 경험에 대한 문제이다. 새로운 조직이 설립이 되고 제대로 역할을 하기까지 얼마의 시간과 경비가 들지 모른다. 조직이, 그것도 국가 조직이 고스톱판은 아니지 않는가? 선을 바꾸면 바로 다음 판이 이어지는 고스톱판이라면 모르겠지만 새롭게 부처를 신설하고 책임 수장을 뽑고, 메뉴얼을 작성하고 몸에 익도록 하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1달? 2달? 최소 조직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1년은 걸릴 것이고, 제대로 경험을 축적하여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까지는 10년은 걸리지 않겠는가? 사회 생활을 조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내가 하는 말이 무엇인지 알 것이다. 20명 미만의 팀이 신설되거나 팀장이 교체되고 제대로 역할하기까지 몇 달은 걸리는데 국가의 새로운 부처가 신설되는데 몇 달을 예상한다면 도둑놈 심보가 아니겠는가?

 

  넷째, 어느 선까지의 개편인가? 각 부처를 개편한단다. 해경을 해체한단다. 그렇지만 청화대에 대한 개편 내용은 함구했단다. 어느 선까지의 개편일지 모르겠지만 한가지만은 확실하지 않을까? 김기춘 비서실장은 살아남을 것이라는 사실 말이다. 박대통령의 해외 순방이 시작되자마자 그를 중심으로 회의를 했다니 그는 이번에도 살아남을 것이다. 게대가 언론에서 구원파의 "김기춘 갈데까지 가보자"라는 말을 살살 흘려주고 있으니...

 

  다섯째, 박대통령의 해외순방이다. 기사를 검색해 보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한 다음에 질문받지 않고 바로 퇴장했을 것이다. 그리고 UAE로 순방을 떠났다. 원자로 설치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란다. 조선일보는 열심히 박근혜 대통령을 빨아주고 있다. 라마단 기간을 피해야 국익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말이다. 그렇게 국익을 위한 것이라고 말하지 말고 일의 중요도에 대해서 따져보자. 세월호 참사 앞에서 국민들이 슬퍼한다. 유가족들은 슬퍼하고, 분노하고, 국민들이 하야를 외친다. 이런 시국에 가장 우선될 일은 세월호 참사를 어떻게 수습할 것이냐가 아닐까?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말만하지 말고, 책임지고 수습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라마단 기간이 마음에 걸린다면 국무총리, 혹은 장관 가운데 한 사람을 보내도 될텐데 굳이 대통령이 갈 이유가 무엇인가? 계약을 새로 체결하는 것도 아니고, 진행되는 일이 순조롭다고 참석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았다고 해도 UAE에서 뭐라고 하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도 굳이 나갔다. 마일리지를 쌓기 위해서도 아니고 이건 뭐지라는 생각이 든다.

 

  여섯째 특검은 실행될 것 같다. 유병언 회장의 사번을 보니 99년 첫번째 입사자란다. 그렇다면 청해진 운수는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 설립되었다는 말인데, 아마도 털어서 정치권과의 커넥션을 이야기한다면 새누리당보다는 과거 민주당 쪽 인사와 연결점이 많지 않겠는가? 열심히 털면 유력한 인사들이 걸려들 수도 있겠고, 이 기회에 야당을 뿌리째 흔들 수도 있지 않겠는가? 혹시 아는가? 번개처럼 수사해서 이번 지방선거에 이용할지 말이다. 뚜렷한 증거가 없어도 과거 민주당과 청해진 해운 사이에 모종의 커넥션 의혹이 있다고만 언론 플레이를 하면 지방선거가 어떻게 될지 결과는 뻔하다.

 

  일곱째 숨겨진 재산을 죄다 찾아서 압수하겠단다. 과연? 전두환 대통령 재산 환수도 이렇게 오래 걸리는데...

 

  대국민 담화 전문을 읽고 이건 뭐지?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데 이 글을 보고 혹 어떤 이들이 나를 종북이로 몰아 붙이는 것은 아닐런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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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4-05-19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번 담화를 보고나서 병신이 육갑한다는 옛적 표현이 딱 맞는 케이스 같더라구요. 어느 한 지점에서 문제의 문을 닫기 위해 난리를 치다가 나름 강수를 둔 것인데 해결이나 개혁보다는 문제를 일거에 덮고 생색내려는 것 같아 불쾌합니다. 어쩌면 이리도 썪고 무능한건지요.

saint236 2014-05-20 07:07   좋아요 0 | URL
나오는 생각이 어찌 그리 단순한지..이러다가 경찰에서 문제가 나오면 경찰 없애고, 군대에서 문제가 생기면 군대 없애겠다고 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