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백혈병 문제에 대해서 사과했다고 한다. 유족들의 항의를 받아 들이고, 반올림과 상의하여서 적절한 보상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오랫동안 지루한 싸움을 이끌어온 사람들에게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그렇지만 왠지 껄쩍지근함이 계속 남는다. 지금까지 계속 불가를 외쳐왔던 삼성이 왠일로 지금 이 시점에 사과 및 보상을 발표한 것일까? 몇가지 추론을 해본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나 혼자 해보는 상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걸리는 부분들이 있음은 분명하다. 이 나라는 상상조차도 시비를 걸고 법적인 제재를 가하는 나라가 아니던가?(이석기 의원의 경우를 보면 그렇다. 그가 품었던 생각이 현실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뭘 모르는 사람일 것이다.)

 

첫째 이건희 회장의 쾌유를 비는 차원에서 사과를 한 것은 아닌가? 지금 이건희 회장이 급성 심장마비로 스탠실 시술을 받고 입원 중이라고 한다. 이건희 회장의 쾌유를 바라면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렇게 하는 것이 아닐까? 과거 임금들이 나라에 한재나 흉년이 들면 나라에 자신의 죄를 고하고 죄인들을 방면해 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설마 그럴리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 보지만 혹시 아는가? 갑자기 신심이 돈독해 진 것이 아닐지...

 

둘째 이재용 부회장의 회장 취임을 위한 포석은 아닐까?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이고 이 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은 모두 이렇게 생각한다. 삼성의 과오를 아버지 대의 과오로 넘겨버리면서 삼성의 과거를 세탁하고 이재용 부회장이 회장이 되는데 큰 걸림돌로 작용할 한 부분을 털어 버리기 위함일 수도 있다. 삼성은 애써 부인하고 있지만 말이다. 마치 노태우가 전두환을 백담사로 쫓아버리면서 자신은 전두환과는 다르다고 했던 것처럼...

 

셋째 재판에 질 것 같으니 미리 선수를 치는 것이다. 지금까지 삼성에서 나와서 여러가지 방법을 사용했지만 점점 드러나는 팩트들은 삼성에 불리한 것들이다. 물론 삼성의 힘으로 그것들을 덮어버릴 수도 있지만 언제까지 그렇게 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머지 않은 미래에 삼성 전자의 백혈병은 산재 판정을 받게 될 것이고, 이것은 한 두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삼성 전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계역사로 파급될 것이다. 그러니 사전에 GG를 선언하면서 다른 부분으로 파급되는 것을 막아보자는 것은 아니겠는가?

 

넷째 자신들의 과오를 세월호 사건과 묶어서 넘어가보자는 전형적인 물타기가 아닌가? 나만이 아니라 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나보다. 그렇기 때문에 벌서 오래전에 협의를 했지만 세월호 사건 때문에 미루었고, 이건희 회장의 문제 때문에 미루다가 더 이상 미룰 수 없어서 더 늦기 전에 발표한다고 말했다. 이는 거꾸로 말하면 그들에게도 그러한 마음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가 아닐까? 실제로 꽤나 큰 사안이지만 세월호 사건에 묻혀서 뉴스의 한켠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지 그 누구도 심도 있게 이 사안에 대해서 분석하고 있지 않다.

 

다섯째 삼성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서 일 것이다. 지금까지 삼성이 가지고 있던 이미지가 어떤가? 관리의 삼성이라고 하지만 그 이면은 무노조라는 표어아래 노동자를 탄압하지 않았던가? 삼성이 강요하는 노동강도는 또 어떠한가? 많은 사람들이 삼성에 들어가기를 원하지만 그 누구도 그곳에서 뼈를 묻고 싶어하지는 않는다. 돈을 벌어서 나와서 자기 사업을 차리겠다는 것이 내 주위에 삼성을 다니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생각이다. 그런 기업이 자기의 과오를 깨끗이 인정하고, 적당하게 보상을 하겠다고 나온다면 "올~ 삼성! 역시 달라!" 이런 말을 들을 가능성이 병아리 눈꼽만큼이라도 있지 않겠는가?

 

그 외에도 박영선 의원과 관련하거나, 을지로 위원회와 관련하여 정치적인 분석을 하는 시선도 많다. 어느 하나로 닥 단정할 수는 없다. 여러가지 복합적인 요소들이 모여서 삼성이 사과하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단 분명한 것은 삼성이 사과한 시점이 매우 묘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삼성의 사과를 삐딱하게 바라보는 나 같은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닌가?

 

PS. 설마 갤럭시S 5를 팔아먹겠다는 생각으로 그렇게 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갤럭시S 시리즈는 나에게 개~~앨럭시S 시리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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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4-05-17 0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섯 가지 포인트 모두 공감이 가네요. 자기들을 절대왕조라고 하는 사람들이니까 미신적인 접근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물론 현실적인 부분을 철저하게 고려했겠지만요. 웃기는 건 언론이죠. 이미 역시 삼성, 또는 독실한 원불교 신자 운운하면서 개드립을 치고 있잖아요...말씀처럼 자고 일어나서 개심을 했나봅니다...

saint236 2014-05-17 11:13   좋아요 0 | URL
사람이 저렇게 급격하게 바뀌면 죽을날이 가까워졌다는 말이 있던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