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전국 이야기 7 - 76전 무패의 전략가 오기 춘추전국이야기 (역사의아침) 7
공원국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소크라테스가 독이든 성배를 마시면서 도망을 권하는 제자들에게 "악법도 법이다."라고 했던 말은 아주 유명한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은 실제로 소크라테스가 한 말이 아니라 로마 시대의 법률 격언인 "법은 엄하지만 그래도 법(Dura lex, sed lex)"이라는 말에서 나왔다고 한다. 누가 한 말인지는 중요하지 않지만 이 말만큼 법의 성격에 관해서 명확하게 밝혀주는 말은 없다. 법이 추구하는 목적은 정의가 아니라 사회 안정이라는 말이 있는데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은 이러한 사회 현상을 우리에게 잘 보여주고 있다.

 

  서로 성격이 다른, 약간은 낭만적이고 명분에 목숨을 거는 춘추시대와 힘의 논리가 모든 것을 대변하는 전국시대를 춘추전국시대라는 한마디의 말로 엮어서 표현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저자의 말마따나 이젠 춘추시대가 지나가고 본격적으로 전국시대에 접어들게 된다. 춘추시대와 전국시대의 차이가 무엇인가? 전국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은 무엇인가? 법가의 대두가 아닐까? 여전히 제자 백가라는 상황이 끝나지 않았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사상을 전파하지만 이미 시대는 법가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양육강식의 시대에 사람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고, 하나의 목적을 향하여 동원할 수 있는 사회 체제의 효율적인 도구인 법가의 대두는 시대적인 숙명일 것이다. 이 책은 법가를 체택한 나라들이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는 역사적인 사건들을 보여주면서 법가의 대두란 시대적인 요청이라는 점은 부인하지 않는다. 다만 저자는 법가가 유연함과 인간성을 잃어버렸을 때 사회가 어떤 식으로 혼란을 겪게 되는지는 오기에서 상앙까지의 시대를 훑어가면서 강변한다.

 

  유가의 입장에서 법을 도구로 사용하는 오기와 유가라는 비합리적인 모습을 제하여 버리고 오직 냉철한 법가의 입장만을 고수하고 법을 절대화하는 상앙사이의 간극은 그들이 살다간 모습이나 시대만큼 복잡다단하다고 하겠다. 이 간극을 염두에 두고 이 책을 읽어가면서 오기와 상앙의 차이를 찾아내는 것, 그리고 이만큼의 차이를 보이면서도 둘다 모두 정적에 의해서 비명횡사한 이유를 찾아내는 것은 꽤나 즐거운 작업이다. 그만큼 오랫만에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다. 6권은 아직도 읽고 있는데 저자의 의도와는 달리 꽤 재미가 없어서인지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이 책을 덮으면서 우리가 왜 역사를 배워야 하는지에 대해서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역사를 거울이라고 한다. 그래서 역사책에 이름을 붙이면서 "감"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2천 몇백년전의 사건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까닭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가 상앙의 시대와 별반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오늘날 법에 대해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무엇인가? 법은 만민에게 평등하다는 말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산이다. 노회찬이 말한대로 법은 만명에게만 평등한지 오래다. 한국에서 권력과 이런저런 연줄이 없다면 법의 테두리 밖에 내던져질 수밖에 없다는 것은 많은 사건들이 보여주고 있다. 법은 이미 정의를 추구하기 보다는 냉청한 통치의 도구가 되어버렸고, 법이라는 절대적인 도구 뒤에서 권력을 소유한 자들은, 그리고 그들과 자신들이 한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악법도 법이라는 말을 수도 없이 외쳐댄다.

 

  세월호 진상 조사를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역사상 이러한 법제도는 없었다면서 그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고 한다. 국가를 비판하는 사람들에게는 국보법을, 언론에게는 언론법을 들이밀면서 헌정을 파괴하는 불순 세력으로 매도한다. 그들이 하는 일은 분명히 심정적으로는 불법인데 절차상으로는 합법이다. 쌍차 해고자들이 자살을 하고, 밀양에서 살려달라고 아우성을 쳐도 그들은 불법을 저지르는 세력이기 때문에 법에 의해서 처단받아야 하는 세력이 되었다.

 

  법은 일반 대중에게는 반드시 지켜야할 절대적인 선이 되었으며, 권력자들에게는 안 지킬 수 있으면 안 지켜도 되는 선택적이 선이 되었다. 더 비극인 것은 선택적인 선을 행사하는 사람들이 법을 절대선으로 강요당하는 이들에게 더 빡빡하게 법의 잣대를 들이밀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법은 합법적으로 사람을 죽이는 살인 도구가 되었다.

 

  이런 세상에서 여전히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을 외치면서 준법정신을 강요할 것인가? 악법도 법이라면서 법을 강요하기에 앞서서 인간미를 잃어버린 법가인 상앙의 몰락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난 이 책을 덮으면서 다시 한번 묻고 싶다.

 

  악법도 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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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쿤 2014-09-01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을 한적이 없는데 말이죠...

잘못된 정보입니다 정확히 알아보고 글을 올려주세요

saint236 2014-09-02 14:29   좋아요 0 | URL
소크라테스가 한 적이 없지요. 제가 분명히 그렇게 적었는데. 그런데 소크라테스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으니, 잘못된 정보라고 다시 알아보라고 하시네요. 도대체 님은 글을 끝까지 읽으신 것인지, 아니면 글을 이해 못하시는 것인지...

Dr.Dre 2014-09-02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래서 님은 악법은 법이 아니라는 말씀인지, 아니면 법은 법인데 반드시 폐지 되어야 한다는 입장인지요?

saint236 2014-09-02 21:53   좋아요 0 | URL
개정되지 않는 이상 법은 법이지요. 그렇지만 악법이라면 함께 뜻을 모아서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요? 악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은 자신의 의무이자 권리를 포기하는 것 아니면, 그 법을 이용하여 이득을 얻으려는 것이 아닐까요? 물론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많이 있겠지만 말입니다.

제가 한 말의 핵심은 법이 전능하고 완전무결한 것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Dr.Dre 2014-09-02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알겠습니다,님 블로그에 대한 자료 잘 읽고 갑니다.저도 악법은 존재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무엇보다 3권분립이 먼저 사회의 균형을 잡고,우리 생활을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법이 실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cravers 2014-09-28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한 수 배우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