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당신들의 나라 - 1%를 위한 1%에 의한 1%의 세상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전미영 옮김 / 부키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바바라 애런라이크의 책은 재미가 있다. 긍정의 배신, 노동의 배신, 희망의 배신같은 배신 시리즈, 지금 이 책은 애런라이크가 생동감있게 우리가 사는 세상의 부조리를 밝혀내고 있다. 그렇지만 이상하게 이 책이 넘어가지 않더라. 정말 오랜 시간동안 읽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이 책을 거의 두달동안 읽었던 것같다. 세훨호 사건이 벌어질 때쯤 읽어서 한참이 지난 이후에도 이 책과 씨름했던 기억이 난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무엇인가 끄적거리고 싶은데 잘 되지 않는다. 바쁜 것도 있지만 마음이 많이 지켰기 때문이리라. 이미 당신들의 나라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최소한 그렇게 믿고 싶지 않았는데 이번 사건을 통해서 알고 있었던 사실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일까?

 

  세월호 사건이 일어나고 한 어머니의 인터뷰 기사가 생각이 난다. 이 기사를 읽었을 때쯤에 난 이책을 감히 펴지 못했었다. 기사의 내용을 인용하면 아래와 같다. 출처는 4월 23일자 CBS 노컷 뉴스이다.(http://nocutnews.co.kr/news/4012274)

 

"내가 참 못난 부모구나, 자식을 죽인 부모구나. 이 나라에서는 나 정도 부모여서는 안 돼요. 대한민국에서 내 자식 지키려면 최소한 해양수산부 장관이나 국회의원 정도는 돼야 해요. 이 사회는 나 같은 사람은 자식을 죽일 수밖에 없는 사회에요".

"저 동정받을 사람 아니에요. 나 60평짜리 아파트 살아요. 대학교에서 영문학 전공했고, 입시학원 원장이고 시의원 친구도 있어요. 이 사회에서 어디 내놔도 창피할 사람 아니라고요. 그런데 이제는 내가 살아있는 것 자체가 저주스러워요. 우리 딸 나오길 기다리는 한 시간 한 시간이 피를 말려요".

김 씨는 이제 더는 정부도 믿을 수 없었다.

"능력이 없어서 못 하면, 한 명이라도 구하겠다고 애쓰면 저 사람들도 귀한 목숨인데 감사하죠. 그런데 구조 매뉴얼도, 장비도, 전문가도 없다면서 아무것도 안 했어요. '헬리콥터 10대를 띄웠다'고 하는데 믿을 수 없어서 가족 대표가 가보면 1대도 없었어요".

"박근혜 대통령이 와서 잠수부 500명을 투입했네 해도 거짓말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내 자식을 놓을 수가 없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다리면 또 거짓말이에요. 그렇게 날이 지나서 애들 다 죽었어요".

꼼짝도 않는 정부에 던진 달걀이 바위를 더럽히지도 못하는 심정. 김 씨는 대한민국을 버리겠다고 말했다.

"다 정리하고 떠날 거에요. 나 대한민국 국민 아닙니다. 이 나라가 내 자식을 버렸기 때문에 나도 내 나라를 버립니다".

 

  인터뷰 기사 곳곳에서 자식을 잃은 부모의 아픔이 묻어 있어서 읽어 가는 것조차 힘들었다. 목이 메이고 눈시울이 붉어진다. 가장 마음이 아픈 것은 "이 나라에서는 나 정도여서는 안되요."라는 대목이다. 본인 스스로 말하듯이 남부러울 것 없고, 동정받을 사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자식하나 구해낼 수 없었다. 불가항력이라서? 아니다. 이 빌어먹을 국가를 움직일 정도로 권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서 그렇다. 만약 국회의원의 자식이, 혹은 재벌가의 손자가 빠졌다면 그렇게 가만히 있었을까? 바닷물을 퍼내서라도, 간척사업을 벌이고 군대를 동원해서라도 건지려고 하지 않았을까? 당장이라고 국가가 전쟁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호들갑 떨었을 것이며, 국가가 움직이지 않았다고 해도 기업 차원에서라도 무엇인가를 하지 않았을까?

 

  세월호 사건은 우리에게 국가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를 가르쳐 준다. 지금까지 국가에 충성하면, 나라를 사랑하면 국가가 국민을 보호할 것이라고 믿었지만 아니다. 미국은 탈영 논란이 있는 병사도 몇년이 지나도록 귀환시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우리 나라 정부는 알량한 돈 때문에 구조하지 않았다. 전국민이 텔레비전을 통하여 300명의 국민이, 그것도 대부분 어린 학생들이 산채로 수장되는 모습을 지켜봤다. 국민들이 어떤 마음을 품겠는가? 국가가 지켜줄 것이라는 생각, 나를 보호할 것이라는 생각을 품을까?

 

  어버이 연합 어르신들이, 온갖 보수단체 회원들이 나라가 망조가 들었다고 한다. 종북 빨갱이들이 수십만이네 수백만이네 외친다. 도대체 그 기준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만약 국가의 행위에 대해서 정당하게 이의를 제기하고, 비판하는 것이, 혹은 전시에 나라를 버리고 도망가는 것이 종북 좌빨의 모습이라면, 국가를 믿지 못하는 것이 종북 좌빨의 기준이 된다면 아마 그 종북 좌빨을 만들어 내는 것은 국가일 것이다. 세월호 특별법을 이념논쟁화 시켜서 선거에 이용했던 정치인들, 의지도 없이 이리저리 휩쓸려 다니는 야권들,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세월호 특별법을 좌절시키려는 여권들! 그들은  "다 정리하고 떠날거예요. 나 대한민국 국민 아닙니다. 이 나라가 내 자식을 버렸기 때문에 나도 내 나라를 버립니다."라는 학부모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모든 국민의 평등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1%의 특권층도 99%의 비특권층이 있기 때문에 존재할 수 있음을 기억할 수 있는 상식이 이 나라를 이끌어 가는 이들에게 있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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