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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자호란 1 - 역사평설 ㅣ 병자호란 1
한명기 지음 / 푸른역사 / 2013년 10월
평점 :
한국의 동맹국은?
이 질문에 대해서 어떤 대답을 하겠는가? 일본? 터키? 미국? 호주? 캐나다?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아마도 대부분의 국민들은 미국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나도 이 글을 쓰면서 대한민국의 동맹국이 어떤 나라들이 있는가 열심히 찾아보았지만 찾기가 쉽지 않았다. 오로지 미국은 대한민국의 동맹국이다, 미국은 6.25 전쟁시 우리나라를 빨갱이들로부터 지켜준 은혜를 베푼 국가라는 글 투성이다.
어디선가 본 것 같지 않은가? 그렇다 병자호란이 일어났던 당시에 조선이 중국에 대해서 가지고 있었던 태도이다. 명이 쇠퇴하고 청이 세력을 확장하고 있던 그 시점에서 인조의 조정은 청은 형제의 나라도 될 수 없는 야만인, 오랑캐의 나라이며 명은 임진왜란 시 우리나라를 다시 서게 해준 재조지은의 나라라는 주장말이다. 그렇게 재조지은이라는 말로 백성들의 불만을 억누르던 인조의 조정이 어떤 결과를 얻었는지는 우리가 익히 잘알고 있는 바이다. 인조가 청에게 대들다가, 시대착오적으로 명을 편들다가 심하게 얻어맞았다, 삼전도에서 굴욕적인 항복을 했다는 사실은 굳이 이 책을 읽지 않아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만약 이러한 사실을 알고 확인하고 싶다면 굳이 이 책을 읽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그냥 교과서를 읽어라. 그것도 새로나온 교과서 말고 그냥 학교에서 보이는 교과서를 읽으면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러한 단편적인 정보를 습득하는데 머물지 말고 우리의 생각을 차분하게 정리해보자. 명은 재조지은을 베푼 상국이라는 명분을 가지고 명 일변도의 외교정책은 나라를 거덜내는, 그리고 백성들을 피폐한 상황으로 몰아가는 잘못된 선택이었다. 지나가는 아이들을 붙잡고 물어봐도 도대체 인조가 왜 그런 멍청한 짓을 했는가 의아해한다. 어떤 사람들은 인조가 원래 멍청해서라고 말하고, 어떤 이들은 인조가 가진 명분론의 한계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그런데 이렇게 멍청한 짓을 수백년이 지난 오늘에도 하고 있다는데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던 대한민국이 독립하게 된 것은 일차적으로는 연합군의 승리에 기인한다. 그렇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오랜 세월 동안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다 쏟아부어서 나라의 독립을 위해 애쓴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급작스러운 항복 때문에 훈련받던 독립군이 한국에 들어오지 못했고, 그 때문에 안타까워했다는 일은 이젠 비밀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독립은 전적으로 미국의 은혜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많은 이들이 미국의 은혜로 대한민국이 독립하게 되었다면서 미국을 "천조국"으로 이해한다. 무기를 사도 미국무기, 콜라를 먹어도 코카콜라, 영화를 봐도 할리우드 영화를 선호한다. 국방을 튼튼히 하기 위해서 사들이는 무기도 미국 무기를 이미 낙점해 놓고 요식행위로 비교절차를 밟는다. 그러면서 항상 마지막에 하는 이야기는 미군과의 공동 작전 수행 능력을 위해서 미국 무기를 샀다고 한다. 그래도 이 정도는 애교로 봐줄 수 있다. 지들끼리 해먹는 다는데 그런가 보다 할 수 있다. 아무리 아파치를 들여와도 미사일을 빼고 들여와도 이해하려고 하면 이해못할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자국의 안보와 평화는 팽개치고 미국 일변도로 외교를 진행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노무현 대통령 당시 자이툰 부대 파견도 솔직히 이해가 안되는 마당에 우리나라에서 쓸모없는 킬체인을 사온다든지, 사드를 도입한다든지 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생각해보라. 낮은 각도로 쏴도 한국에 충분히 들어오는 재래식 무기들이 많은데 북한이 바보가 아닌 이상 비싼 미사일을 고각으로 쏘아올려서 한국을 폭격한다고 한다. 이러한 행위는 문명 게임 유저들도 막판에 돈이 남고 시간이 남을 때 재미로 하는 짓이지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하지 않는 행위다. 그런데도 사드를 들여온단다. 요즘은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에 꽂혔는지 조만간 그것도 들여오겠다는 말을 할지도 모른다. 제주도에는 강정에 해군 기지를 만든다고 국민들을 강제적으로 쫓아내고 있다. 당연히 국민들이 들고 일어나고, 국방 전문가들이 들고 일어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이 일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유는 의외로 중국의 태도에서 찾을 수 있다. 북한을 겨냥하여 들여온다는 MD체제, 사드 체계에 대해서, 강정 마을의 해군 기지 건립에 대해서 중국이 꽤나 강하게 불쾌함을 드러낸다. 그것은 중국을 겨냥하는 미국의 해외 정책을 편드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 때문이다. 중국의 불편함이 꽤나 설득력이 있다. 지도가 있다면 한번 펼쳐보라. 미국이 점령하고 있는, 혹은 군사 행동을 벌이는 지역이 어디 인지! 일단 일본과 한국이 있다. 다음으로 아프간이 있다. 그 다음은 이라크이다. 터키도 있고, 사우디도 미국이 잡고 있다. 대만에도 미국이 줄을 대고 있고, 필리핀은 말해 무엇하랴. 그곳들을 표시해 놓고 살펴보라. 그 안에 무엇이 있는가? 그렇다. 중국이 있다. 이는 밀덕 기질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가장 기초적으로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면 지금 우리나라가 미국 일변도로 외교정책을 몰고 가는 것도 우리나라의 평화를 위협하는 큰 불안요소가 된다. 과거에는 그래도 눈치를 봤는데 요즘은 대놓고 한다. 그러면서 대외적으로는 중국이 아닌 북한이라고 말하고 대내적으로는 만주는 우리 땅이라고 말한다.
외교는 정치다. 정치는 적절한 순간에서 주고 받아야 한다. 물론 이것이 전부는 아니지만 그래도 타협할 만한 것들은 타협을 해야 한다. 이 기술이 외교술이고, 정치다. 그런데 우리나라 지도자들은 인조 조정처럼 우리 것을 처음부터 다 주고 들어간다. 그리고 미국에 기대어 그것만이 살 길이요, 우리나라가 나아갈 길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외치는 이들을 보면 어이가 없다 못해 뻔뻔하다.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딱 두가지가 있다.
"생각 좀 하고 살자."
"부끄러운 줄 아시오. 대체 이 나라가 누구의 나라요. 그깟 사대의 명분이 무엇이오. 대체 무엇이길래 2만의 백성을 사지로 내몰라는 것이요? 임금이라면, 백성이 지아비라고 부르는 왕이라면 빼앗고 훔치고 빌어먹을지언정, 내 그들을 살려야하겠고. 그대들이 죽고 못사는 사대의 예보다 내 나라의 내 백성이 열갑절, 백갑절은 더 소중하오."
이 두 말을 기억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