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만원 세대 - 절망의 시대에 쓰는 희망의 경제학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1
우석훈.박권일 지음 / 레디앙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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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태백, 열린 취업 5종 세트, 밥터디 등 이 시대의 20대들을 표현하는 이야기들은 많다. 졸업을 미루고, 취업을 위해 어학 연수는 필수로 가야 하는 시기이다. 고등학교에는 대학교를 위해서, 대학생이 되어서는 취직을 위해서 자신들이 가진 모든 희망과 꿈들을 저당잡힌 세대, 이들이 20대이다. 이렇게 자신들의 꿈과 희망을 저당잡혀서 얻는 것이라곤, 고시생, 다단계, 아니면 88만원 세대, 그리고 자발적인 백수이다.

  일전에 읽었던 하류 지향이라는 책에서 일본의 공부하지도 않고, 일하지도 않으면서 당당한 젊은이들을 일컬어 하류지향적인 인간이라 비난하면서 걱정하던 일본 기성 세대의 외침은 이 책을 보는 순간 낭만적인 걱정으로 바뀌어 버렸다. 그들은 하류를 지향하는 삶이지만 우리 20대들은 생존을 두고 개미지옥에서 싸우는 생존의 법칙을 벌이고 있다. 탈출구도 보이지 않는 무한한 개미지옥의 투쟁 속에서 우리 20대들은 과연 무엇을 꿈꾸며 살아가는 것일까? 정말 열심히 공부를 하지만, 취직 자리를 찾아가지만 우리는 이들에게 아무 것도 보장해 줄  수가 없다. 오히려 이들을 질타하고, 생각이 없다는 둥, 취직할 생각을 안한다는 둥, 본인 스스로의 노력이 없다는 둥 여러가지 이유를 대면서 이들을 생각없는 세대로 몰아가고 있다. 20대를 매트릭스로 대변되는 철학 없는 세대라 말하면서 유신세대가, 386세대가 질타를 하고 있지만 20대들은 매트릭스 안에서 나름대로의 철학을 가지고 있다. 다만 아무도 이들의 철학과 정체성을 존재감을 인정해 주지 않을 뿐이다. 끊임없이 비난하고 비하하면서 이것들을 통하여 20대의 열정과 꿈을 빼앗고 이들을 비정규직의 자리로 내몰 뿐이다. 이들에게서 활력을 빼앗아가 놓고 이들을 착취할 따름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이러한 세대간 착취가 20대를 멍들게 하는 것으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서 이 사회를 공황으로 빠뜨릴 것이라 말한다. 국가 경쟁력을 갉아 먹을 것이며 지금의 20대들은 얻은 것 없이 기성 세대들로부터 착취를 당하다가 이들이 40~50대가 되었을 때 자신들을 착취했던 세대들을 부양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강요당할 운명에 빠졌다 저자는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을 살리기 위하여서는, 국가와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해서는 이들을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세대간의 착취를 만들어 내고 가오하하지 말고 기성세대가 자신들의 이득을 조금씩 포기하면서 20대를 위한 생존의 자리를 만들어 주는 세대간 공존의 모습이 필요하다 역설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리 사회 가운데에서 벌어지는 낭비와 부정부패로 사라지는 국가의 예산을 조금씩만 찾아낸어 사용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시대 88만원 세대의 탄생은 기성 세대의 낭비와 부정부패로 인하여 생겨난 것이며, 자본의 논리에 의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모든 손해들은 20대에게 떠넘겨지고 있는 것이다. 20대가 받아야 할 것을 기성세대가 가져가고 있는 것이 세계의 문제이며 한국에서는 이것이 더 적나라하게 그리고 조직적으로 이루어 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월급 명세표를 받았을 때에 가장 아까워 하는 부분은 국민연금이다. 이것은 기성세대보다 월급이 더 적은 20대와 30대에서 더 심하다. 내가 가진 돈을 적립해서 우리 윗 세대를 부양한다는 것은 사회적인 합의도 없었던 것이며 국가에서 무작정 시행한 것이다.(적자로 돌아서는 건보를 보전하기 위한 것이라는 말이 강한 힘을 얻고 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젊은 세대들은 이것을 다음 세대 나를 위한 저축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차라리 연금이라면 사보험을 드는 것이 낫다는 말을 한다. 왜 그럴까? 기성세대에게 받은 것이 없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으며 그저 욕만 하면서 자신들을 깎아 내리기에 급급했던 사람들을 자신들의 월급을 깎아내서 부양할 의무는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젊은 세대들의 솔직한 속내일 것이다.

  자신들기리 모여서 그룹을 형성하지도 못하고 뿔뿔히 흩어져서 바늘귀만한 정규직의 자리를 향하여 끊임없이 경쟁하도록 만들어진 사회 구조 속에서 아무도 이들에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 자신들의 젊은 날들은 이들보다 더 반항적이고 나태했으면서도 "아 옛날이여"라는 말로 모든 것들을 미화하면서 20대를 질타하기에 바쁘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너희는 이것밖에 안되기 때문에 88만원을 받아도 된다. 니들의 존재 가치는 이것밖에 안된다."

  이러한 사회 가운데에서 신음하고 고민하고 절망하는 20대들에게 나는 당당히 말하고 싶다. 이 책에서 사용한 글 귀를 그대로 옮겨서 이렇게 말하고 싶다.

  "20대여, 토플책을 덮고 바리케이트를 치고 짱돌을 들어라."

  세태에 순응하여 이것이 진실인양 자신을 속이지 말고 당당하게 들고 일어서라. 우리의 문제는 아무도 대신해 주지 않는다. 우리의 문제는 우리 스스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 유신세대, 386세대, 486세대라 말하면서 자신들을 규정하지만 20대는 무엇인가? 마케팅을 위해서 사용될 뿐이요, 바보 취급 될 뿐이요, 욕을 먹을 뿐이다. 이왕 욕먹고 손가락질 당할 것이라면 단결하여 바리케이트를 치고 짱돌을 들어라. 그러면 바뀔 것이다. 순응하는 자에게는 아무것도 주지 않는 것이 사회의 시스템이요 기본적인 합의요, 기성세대의 속셈이다.

  늦었지만 이 땅에 68세대가 일어나길 꿈꾼다. 88만원 세대여 당당히 일어나 68세대가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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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e - 시즌 2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智識 지식e 2
EBS 지식채널ⓔ 엮음 / 북하우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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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이 더 알차다.

  Sentigo ergo sum! 느낀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인간은 감정의 존재이다. 감정이 있기에, 느끼기에 존재한다. 희노애락이라는 4장의 구분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다. 우리는 무엇 때문에 기뻐하는가? 우리는 무엇때문에 슬퍼하는가? 우리는 무엇때문에 분노하며 무엇때문에 즐거워 하는가? 무엇이 우리로하며금 희노애락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하는가?

  다시한번 인생의 의미에 대하여 곰곰히 생각해 보게 만든 책이다. 단 2일만에 읽어내렸다. 읽으면서 함께 즐거워하고, 함게 기뻐하고, 함게 울고, 함께 분노했다. 우리 시대의 일그러진 역사와 현실이 나를 분노케 했고, 사술에 속아나는 모습이 나를 슬프게 하였다. 사소한 것으로 기뻐하며 사람 가운데에서 희망을 찾았다. 사람들의 절규를 들었고, 사람들의 의지와 희맘을 보았다. 나는 이것들에 대하여 무엇이라 말할 수 있을까? 이 사람들의 모습에 대하여 어덯게 응답할 수 있을까? 이 책을 읽는 내내 가지고 있던 의문이다. 나는 무엇으로 살아갈 것인가? 이 책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리라. 당신은 무엇을 느낍니까?

 아직도 이들의 분노와 함성은 끝나지 않았다. 이들은 우리에게 말한다. 자신들의 삶은 이러니 느끼라고. 그리고 행동하라고. 이것이 우리가 바라는 모습이라고. 많은 이들의 음성에 오늘도동참하고 있다. 감정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니 투쟁하고 있다. 감정이 없는 존재가 아니라 감정을 가지고 세상의 아픔을 느끼면서 살아간다. 그렇기에 아직 세상에는 희망이 존재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내 마음을 움직였고 나를 울게 만들었던 내용을 인용하고자 한다.

#26 하루
그날 아침 
삼촌이 옛날에 사줬다는 구두를 깨끗이 닦고 
이발도 했더라구요 
바바리도 내서 다려 입고 
방에 들어가 보니까 
정돈을 잘해놨어 
너희는 무허가에서 곤란하게 살아도 
양심을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 한다 
모든 사람들을 나보다 훌륭하다고 여기고 살아라 
남들이 나만 못하다고 생각하면 안되는 거다 
그래요, 동생들한테 
다같은 인간인데 어찌하여 
빈한 자는 부한 자의 
노예가 되어야 합니까 
왜 가장 청순하고 때묻지 않은 
어린 소녀들이 
때묻고 부유한 자의 
거름이 되어야 합니까 
사회의 현실입니까? 
빈부의 법칙입니까? 

1970년 11월 13일 
208번지 평화시장에서 
전태일이 
근로기준법 책을 들고 
근로기준법을 지키라고 외치면서 
몸에 불을 질렀다고 그래요 

존경하는 대통령 각하 
저의 직장은 
시내 동대문구 평화시장으로 
종업원은 2만여 명입니다 
그러나 저희들은 
근로기준법의 혜택을 
조금도 못 받으며 
더구나 종업원의 90% 이상이 
평균 연령 18세의 여성이며 40%를 차지하는 시다공들은
평균연령 15세의 어린이입니다 
노동청에 여러 번 가니까 
개선한다고 곧 개선한다고 
그렇게 말해놓고 
대답이 없어서 또 가니까 
이제 감사 끝났으니까 마음대로 해봐라 
그러더래요 
도저히 자기 힘으로는 어쩔 수 없으니까 
차라리 자기 한 몸 죽으면 
캄캄한 암흑 속에서 밤새도록 일하느라 
눈병이 나고 
폐병이 들고 
앞으로도 사람노릇 못 하게 생긴 사람들 
살릴 수 있지 않겠느냐고 
자기 안 죽고는 해결할 수 없다 
그래서 최선을 다 하려고 하는 거니까 
자기가 죽더라도 섭섭해하거나 
억울하다는 생각은 말고 
언젠가 환하고 좋은 세상이 올 거라 믿고 
싸워주겠느냐고 물어봐요 

내가 뭐라고 대답했겠어요 

금세 대답을 못했지요 

    -故 전태일 어머니 이소선 여사와의 인터뷰 내용 중 발췌 인용 
 
“친구여 나를 아는 모든 나여 나를 모르는 모든 나여 나를 지금 이 순간의 나를 영원히 잊지 말아주게.” 

  이소선 여사의 마음이, 전태일씨의 마음이 금방이라도 손에 잡힐 것 같아서 눈물이 났다. 그가 바란 것은 큰 것이 아니다. 기준법 세워놨으니 기준법 지키라는 것이다. 일요일은 쉬고 싶다는 것이다. 살고 싶다는 것이다. 이는 오늘 많은 사람들의 절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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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e - 시즌 1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智識 지식e 1
EBS 지식채널ⓔ 엮음 / 북하우스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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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지식!

  이 타이틀이 맘에 들어서 책을 선택했다. 얼마전 2번째 시즌이 나왔기에 예전에 읽었던 책도 다시한번 읽어 보았다.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들어 있었고 내가 방송에서 보던 것들도 들어 있었다. 확실히 원래부터 방송용으로 제작되었던 것이기 때문에 책으로 읽으면서 그 감동이 줄어들었다. 한편으로는 실망을 하면서 이 책을 굳이 샀어야 했나 실망했던 기억도 난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지식에 관한 제작자들의 새로운 정의는 내 마음을 설레게 만들어싿.

  지금까지 지식이라 함은 외우는 것, 머릿 속에 집어 넣는 의미가 강했다. 인생의 의미나 혜안에 관한 것은 지혜라는 말로 구분지어 사용한 것이 우리들의 모습일진대 이 책에서는 지혜라는 말이 아니라 당당하게 지식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그리고 그 지식은 머릿속에 우겨넣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읽는 것이라 정의한다. 가슴으로 읽는 지식!! 참으로 설레는 말일 것이다. 책을 한장식 넘겨 가면서 왜 지식이라는 말을 사용했는지 알 수 있다. 이 책은 우리에게 해석해 주지 않는다. 그냥 있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줄 뿐이다. 그리고 그 뒤에 그것과 관련한 이야기들을 붙여 넣는 식이다. 그냥 지식을 전달해 주는 듯한 구성르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이야기들의 여백에 담겨 있는 의미들은 결코 지식으로 말할 수 없다. 가슴으로 읽고 해석하고 우리의 마음을 반추하게 만든다. 구분하기, 밀어내기, 기억하기, 돌아보기의 4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많은 지식들을 가르쳐 준다. 그러나 그것은 경제적인 가치로 구분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닐 것이다. 경제적인 가치는 거의 없지만 우리의 인생에 무한한 가치를 던져주는 질문들이요 단편들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눈에 들어오지만 그 중에서 나는 하나의 이야기를 선택하여 이 책의 의미를 이해했다. 다른 모든 것을 버리더라도 이 부분만큼은 기억하자는 나의 주장은 아마 이 책을 만들고 제작한 사람들의 의도요 기쁨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 한 가지만을 가지고 이 책을 잘 샀다고 단언하고 싶다.

  "70만 600원"이라는 제목의 글.

  이 글을 읽어가면서 그러려니 했지만 위의 사진을 보는 순간 가슴이 꽉막혔다. 울고 있는 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얼굴. 이 얼굴은 그냥 비정규직 노동자의 얼굴이 아니라 우리의 얼굴이요, 우리 아버지의 얼굴이다. 남자는 세번 운다고 한다. "태어날 때, 나라가 망했을 때,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그러나 이 사람은 이런 이유가 아닌 다른 이유로 울고 있는 것이다. 울수 없어서 울음을 참다가 터지는 울음을 참을 수 없어서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흐느끼는 모습은 그 어떤 모습보다 간절하고 슬픔이 묻어난다.

  누구는 잃어비린 10년이라 한다. 누구는 좌파 10년이라 한다. 이제 다시 시작이라 잘살아보자 말한다. 그러나 과연 잘 살 수 있을까? 기업친화 정책, 대처리즘, 신자유주의로, 시장의 논리로 모든 것을 바로 잡을 수 있으며 프레임 이론만으로 모든 것이 가능할까? 분명 아니다. "Absolutely No"이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이들은 이 사람의 모습이 내가 아닐 것이라 말하면서 대처리즘을 바라본다. 박정희 시절을 그리워하며 전두환을 민족의 영웅으로 그린다. 박근혜는 주저없이 자신을 한국의 대처로 비유한다. 대처리즘을 따온 근혜이즘을 주창한다. 그리고 다수의 사람들은 이것을 반긴다.

  우리는 과연 이 사람의 모습에서 무엇을 발견하고 있는가? 우리는 이 사람들의 모습을 가슴으로 읽고 있는가? 대처리즘의 망령이 한국을 뒤덮고 있는 것은 아닐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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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춤출 수 없다면 혁명이 아니다! - 감춰진 것들과 좌파의 상상력
최세진 지음 / 메이데이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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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춤출 수 없다면 혁명이 아니다. "

  우선 첨바원바의 "텁섬핑"이라는 노래를 지식채널에서 복 난 후에 언젠가 기회가 되면 읽어보리라 다짐했다. 읽기가 어려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책 제목인 "내가 춤출 수 없다면 혁명이 아니라(If i can't dance, it's not my revolution!)이라는 엠마 골드만의 이야기를 따온 것이라 한다. 부제로 "감춰진 것들과 좌파의 상상력"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제목만으로로 예전에 금지목록이 되었을 빨간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이 책을 아무런 걱정없이 읽을 수 있다는 것 그자체가 이미 한국 사회의 발전을 증명하는 것이리라.

  우리나라에 이미 소개되었지만 그 이면에 감춰진 것들에 대하여 에세이 형식으로 기록한 것들이기에 쉽게 읽으면서도 이러한 것들이 이러한 의도로 이렇게 변형되었구나를 알게 되었다. "역사란 사실을 열거할 수 없다. 다만 오늘날에 과거를 해석하는 것이다."라는 해석의 모습을 여기에서 보게 된다. "현실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자신의 생각을 민중에게 전해줄 것인가?"를 고민했던 미술가들의 생각(특히 소련을 중심으로한 사회주의적 사실주의 계열)을 이 책에서는 설명하고 잇다. 이들의 모습은 좀은 과격하고 적나라하게 모습을 드러내지만 솔직하다. 오히려 이들을 비난하는 자본의 논리는 더 교묘한 모습으로 이 사회에 숨어서 자신들의 체제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남미 투쟁의 상징적 인물인 체 게바라를 상품화 하는 모습이 가장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이 책의 내용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첨바웜바의 이야기이다. 철의 여인 대처라는 영광 밑에 눌려 신음하던 항만 노동자들의 모습을 지지하던 첨바웜바의 모습. "이것은 배신자의 몫이다." 당당히 외치던 첨바웜바의 멤버의 모습은 투쟁이 무엇이며, 혁명이 무엇인지, 그리고 자신의 신념에 솔직하다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 주고 있다. 그들의 첫 음반의 표지에 기록된 이야기는 나에게 많은 의미를 던진다.

"우리의 음악이 단지 즐거움만 주고 행동을 고무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음악은 실패한 것이다."

  자신들의 생각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선택한 노래이기에 이 노래는 단순한 즐거움이 아니라 사람들을 움직이는 수단이 되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보면서 한가지 생각을 해본다. 나는 그렇다면 어떤가? 기독교인의 삶을 고민하는 나는 어떤가? 첨바웜바의 이야기를 살짝 바꾼다면 "내 신앙이 단지 가치관과 사유의 영역에 머무르고 삶으로 나타나지 못한다면 나의 신앙은 실패한 것이다."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이중적 잣대를 들이밀면서 이것은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 말하는 모습은 되지 않을까? 세상은 세상, 하나님은 하나님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세상의 일에 무관심하다는 것이 한국 교회의 기형적인 신앙임을 고민하는 나에게 있어서 이 말은 나를 향한 격려요, 포효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것들을 느꼈지만 아쉬운 것들이 몇가지 생각나서 끄적거려본다.

  하나는 이 책이 운동권을 위한 책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감춰진 것들과 좌파의 상상력"이라는 부제에서 볼 수 있듯이 이책은 좌파를 지향한다. 운동을 지향하고 공산주의를 지지한다. 물론 북한의 전체주의적 주체사상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의 논리에 따르면 그것은 공산주의도 아닌 파시즘이요 나치즘일 뿐이다. 그러나 박정권과 전정권, 노정권이라는 군사독재의 시기를 겪으면서 우리나라도 파시즘과 나치즘을 겪어왔다. 극우를 달려온 우리 나라에서 이 책이 과연 얼마만큼의 설득을 얻을 수 있을까? 다수에게 읽히기 보다는 아는 사람들을 통하여 알음알음읽히다가 잊혀지는 것은 아닐까? 아쉬움이 남는다.

  둘째는 이 책의 내용이 아니라 좌파라는 이야기를 할 때마다 나오는 것이다. 지금부터 10년 전 스무살에 집회를 따라다닌 경험이 있었다. 물불 안가리고 다녔다. 그것이 정의이고 진실인양 다녔지만 내가 받은 느낌은 진실도 아니고 정의도 아니었다. 그저 헤게모니 다툼으로 비춰졌다. 오늘의 모습도 이렇게 비춰지는 것은 아닐까? 더 비정치화되고 무관심을 갖게되는 오늘에 이데올로기와 학습이라는 것은 과연 얼마만의 효과와 영향력을 가질까? 아무런 영향력이나 도움도 없을 것이다. 오히려 갈등할 것이다. 미선이 효순이 광화문 촛불집회는 가장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운동권은, 좌파는 헤게모니 다툼을 내려놓아야 한다. 자신들이 선동하고 자신들이 이끌어가야 한다는 식의 이야기는 자신들이 권력을 쥐고 투쟁을 지휘해야 한다는 헤게모니 주장으로밖에 비춰지지 않는다. 이렇게 느끼는 것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오늘 많은 침묵하는 다수의 모습 때문일 것이다. 민주노동당을지지하면서 권영길씨에게 투표하지 않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일 것이다.

  셋째 이 책을 지은 사람은 물론, 운동을 이끌어가는 사람들, 소위말하는 지도부의 모습을 보면서 그들의 엘리트주의가 마음에 걸린다. 공산당 선언에도 언급이되지만 프롤레타리아의 각성은 이탈한 지식인들에 의하여 시작된다. 이들에 의하여 시작되고 이들에 의하여 주도된다. 자칫잘못하면 민중은 도구가 되어버릴뿐이다. 혁명을 일으키기 위한 소모품이 될 뿐이다. 오늘날 많은 공산권 국가의 몰락의 이유는 바로 이것일 것이다. 민중을 섬김의 대상이 아닌, 역사의 주체가 아닌 소모품으로, 조종할 대상으로 보았기 때문이 아닐까? 각성시킬 대상으로 바라보고 무지몽매한 대중으로 바라보기 때문이 아닐까? 마지막 4부 인터네에는 아주 명확하게 이 이야기가 나타나 있다. 이러한 엘리트 주의, 선동주의에 입각해서 이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내가 선동할 수 없다면 좌파가 아니다."

  이들이 이러한 생각을 버리지 않는한 이 땅에는 소수의 이탈한 지식인과 이들을 거부하는 대다수의 민중이 존재할 것이다. 나는 이들에게 요구하고 싶다. 깃발을 내려라. 단상에서 내려와라. 선동하려 하지 말아라. 그들과 하나가 되어라.

  오랫만에 쉽게 보면서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내가 춤출 수 없다면 혁명이 아니다." 내가 즐겁게 즐길 수 없다면 그것은 혁명이 아니다. 언젠가 갑자기 천지가 개벽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즐기는 이 순간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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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I 전망 2008
홍순영 외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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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미 FTA, 한-EU FTA, 글로벌화, 체질 개선, 수요자의 니즈(needs)에 맞춘 공급, 고유가, 미국과의 경제의 탈 동조화 등....2008년을 예견하는 말들은 너무나 많다. 과연 삼성경제연구소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전분야에 걸쳐서 2008년을 분석 해 놓았다. 경제와 관련된 분야는 정말 자세하게 나누어 놓았다. 이것을 보고서 내년도 대한민국의 경제 흐름과 국제 역학 관계가 어떻게 변화되어갈지 대략적이나마 윤곽이 잡히는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 취임시 정책 자료집이 SERI를 베낀 것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분석을 잘 해 놓았다. 금융 부분이나 경제 용어가 조금은 어렵기는 하지만 많은 것을 배운 책이다. 내년을 내다보고 한해 계획을 세우려는 사람들, 특히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곡 봐야할 책이라 생각이 든다.

그러나 SERI 전망 2008 보고서를 보면서 아쉬운 것이 있는데 두 가지만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는 모든 분야를 경제에 집중하였다는 것이다. 정치와 사회문화 등에 관한 부분들도 모두 경제 논리로 바라보고 비평하고 있다는 것이 제일 안타깝다. 특히 정치에 관한 부분들이 없는 것이 안타가운데, 아마 이는 삼성경제연구소의 주된 관점이 경제에 맞추어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펴낸 곳의 관점이 경제에 맞추어져 있는데 그것들을 가리켜 부족하다 말하는 내 모습이 우습기도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안타까움이다. 그래도 삼성의 씽크탱크인데 모든 것을 경제에 맞춘다는 것이 아쉽다는 것이다. 삼성에 대한 기대, SERI에 대한 기대가 너무 과했나보다.

두번째 지적하고 싶은 것은 사실 지적이라기보다는 반대이다. 안타가움이라기 보다는 불편함의 표현이다. SERI는 모든 것을 경제 논리에 치중하고 있다. 위에서 말한 것과 비슷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위에서는 모든 것을 경제에만 촛점을 맞추어서 전망하고 있다는 말이라면 두번째는 모든 것을 손익계산에 맞추어 이해타산으로 제단하고 있다는 말이다. 조금이라도 이익을 더 구현할 수 있는 곳이라면 선이요 손해는 악이라는 경제의 논리가 가장 밑바탕에 깔려 있다. 사회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부분들마저, 윤리와 도덕이라든지, 인도적인 부분들마저 경제의 논리로 이해하고 있다. 너무나 깔끔하게 논리를 전재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논리를 들으면서 마음이 불편해지는 것은 이익창출이라는 기업의 목적으로 인간사회를 규정하기 때문이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본다.

한-미 FTA는 중소기업의 경쟁력과 체질을 개선할 것이다는 전망이다. 어덯게 할 것인지, 개선책은 무엇이요, 제도는 무엇이며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인 준비도 없이 한-미 FTA는 지금까지 국내에만 주저 앉아 있던 중소기업의 체질을 변화시킬 것이며 글로벌화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 밑바탕에 깔린 의미는 이것일 것이다.

"살아남은 소수의 중소기업은 글로벌화가 될 것이다. 그러나 도태된 대다수의 중소기업은 흔적도 없이 소멸할 것이며 그들의 자리를 외국자본과 대기업에게 내어줄 것이다."

SERI는 이렇게 전망한다. 한-미 FTA는 우리나라 농가의 체질을 개선할 것라 한다. 지금까지 무작위로 무분별하게 나누어주었던 농가 보조금들과 농가정책이 이젠 바귀어 갈것이다. 농업은 양이 아닌 질로 가치가 변할 것이며, 농업도 하나의 산업으로 이해되어 경영 마인드를 가진 새로운 농부들이 등장할 것이다. 이들은 시장 경쟁력을 가질 것이며 국가도 이들을 위하여 모든 모력을 아기지 않을 것이라 한다. 국가는 논가를 1~4유형으로 나누어 관리할 것이며 1~2유형에 모든 힘을 집중하여 농업 경쟁력을 기를 것이다. 이상이 SERI의 농업에 관한 전망이고 예견이며 소망이다. 농업을 효율성의 측면으로 접근하고 있는데 효율성이라는 말 가운데에 치명적인 함정이 숨어 있다. 우리나라 농가 유형은 이렇게 나누어 진다.(SERI 326p)

1유형: 전업농,  2유형: 성장 가능 중소농,  3유형: 60세 이상 고령농,  4유형:취미, 부업농

1~2유형에 모든 노력이 집중될 것이라 하면서 이들이 새로운 경쟁력을 가진 질적으로 향상된 농부로 등장할 것이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농촌의 평균연령이 50대이다. 대부분 농민들은 60세 이상의 사람들이요 70 이상의 사람도 많다. 실제 우리나라 농촌에서 50대는 나이 먹었다고 명함도 못내미는 실정이다. 아마 대대수 농가의 유형은 3유형일 것이다. 그런데 1~2유형에 집중한다. 생색내기 일뿐이다. 이미 우리나라 농촌은 시장원리나 경제 원리로 이야기하기 어려운 상황에 봉착해 있다.

몇 가지 이야기들이 더 있지만 여기에서 그만하겠다. 인간사회란 "1+1=2"라는 산술 계산이 적용하기 어려운 곳이다.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수학적이지도 논리에 지배를 받는 존재이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사회의 모습을 논리로 규정하고 손익계산으로만 이야기하는 것은 삼성맨으로 대표되는 인텔리계급의 특징일 것이다. 삼성에 대한 일반 대중의 불편함도 아마 이와 비슷한 연유에서 기인하는 것이리라.

PS. 이 책의 금융부분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중국의 약진", "EU", "개도국와 중동"이라는 네 마리의 나비가 날아가면서 일으키는 연쇄작용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 중에서도 특히 미국발 나비의 효과는 전 세계를 흔들기에 충분한 잠재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경제 용어에 대하여, 그리고 경제적 판단에대하여 자료를 제공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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